교육

망한 수업과 원영적 사고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5. 23. 23:30
728x90




오늘은 수업을 망쳤습니다.

본문에 대한 조금 더 밀도 있는 이해를 하게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 시간 학습 내용을 다른 관점에서 분석하고, 판단의 근거를 본문에서 찾는 활동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영 찝찝한 심정으로 교실 문을 나섰지요. 수업이 불만족스러웠던 요인을 세 가지로 분석해 보고, 이를 학습력 제고 측면에서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수업 불만족 요인

1.1. 난도


일단 단어학습을 할 수 있도록 제시한 여남은 개의 단어들이 좀 어려웠나 봅니다. 심지어 ‘직관적이다’와 같이 한글 뜻이 이해가 안 되는 단어도 섞여 있어서 힘들었다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어휘력과 관련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다면 하기로 하지요.)



1.2. 시간관리


시간 관리도 문제였습니다. 전반 1/3 가량의 시간을 할애하고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활동을 드디어 마치고 다음 순서로 넘어가려는데 수업 종료령이 울리더라고요. 분석해보도록 제시한 단어의 개수도 많고, 묶어서 좀 더 빨리 진행할 수 있었던 항목까지 하나하나 따로 다루다 보니 시간이 더욱 소요된 것 같습니다.
원모둠으로 차분히 수업을 진행해도 괜찮을 것 같은 순간에 모둠을 굳이 새로 편성한 것도 시간을 낭비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수업 분위기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은 듯합니다.



1.3. 몇몇 학습자 반응


시간 관리도, 진행도 전반적으로 무척이나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의 반응이었지요. 어떤 아이는 제게 오더니 지문 이해도 잘 안 되고, 계속 같은 내용을 하니까 지루하다며 불평을 마구마구 쏟아내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이의 직전 수업까지의 태도를 잘 알고 있기에 이런 반응이 상당히 의아하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어려워서 진땀을 빼면서도 나름 진중한 태도로 경청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저의 (많은 괴로움과, 돌파구를 찾기 위한 독서를 통해 다다른) 원영적 사고 및 사고의 출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교보문고 인터넷 서점


1. 시간 간격을 둔 연습 효과


진도 운영 및 교생 선생님 수업 일정 등으로, 해당 내용을 처음 학습한 시기와 오늘 복습 및 적용 훈련을 한 시기 사이에 5일 정도의 간격이 있었으므로 학생들은 당연히 기억 인출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로 인해 장기적인 학습이 더 잘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헨리 뢰디거 외 2인이 집필한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서는 시간 간격을 두고 이루어지는 분산된 연습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집중 연습으로 빠르게 익힌 기술은 눈에 잘 보이지만 그만큼 빠르게 잊혀지는 반면, 시간 간격을 두고 다른 학습과 교차해 가며 연습을 하면 장기 기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지요. 새로운 지식을 장기 기억에 새겨 넣기 위해서 학습한 내용(기억 흔적, memory trace)을 사전 지식과 통합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이 적게는 몇 시간, 많게는 며칠이 걸린다고 합니다.



2. 노력을 많이 들여 배운, 깊이 남고 오래 가는 지식


아이들은 새로운 정보를 사전 지식(본문 내용 이해 활동)과 연결하는 과정에서 이해를 해보기 위해 진땀을 흘려가며 공부하였으므로, 아마도 결과적으로는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책에서, 학습 내용이 배우기 어려울수록, 그래서 배우는 과정에서 공을 많이 들일수록 머릿속에 오랫동안 더 깊이 남는다고 하네요.



3. 땀흘려 공부한 증거


지난 시간까지는 잘 배우다가 태도가 돌변한 아이는, 오늘 너무 힘겹게 머리를 써가며 공부하다 보니 짜증이 난 것일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이것은 오히려 치열한 학습의 증거일 수 있겠지요. (물론 늘 이렇게 인지적 과부하를 느끼게 만드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지만요.)



4. 라포를 바탕으로 한 소통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제 사이에는 수업에 대한 불만이나 개선점에 대해 자유롭게 논할 수 있을만큼 라포가 형성되어 있는가 봅니다. 수업 개선에 대한 우리들의 의견을 피력하면 선생님이 이것을 반영해주실 것이며, 선생님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리가 없다는 신뢰와 믿음이 있으니까 그런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정신승리여도 괜찮습니다. 내일은 더 좋은 수업을 하게 될 것이라는 소망과 교사로서의 효능감이 있으니까요.



이런 학생과 교사의 효능감의 발현이 가능한 학교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언젠가 다시 할 기회가 있겠지요.



평안한 밤과 기쁜 새 날 맞이하세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