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역할극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마음 얻기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7. 1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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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화 선생님이라고, 중학교 때 가정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몸에 좋은 채소와 칼슘 섭취에 좋은 음식의 목록을 잘 기억할 수 있도록 노래도 가르쳐 주시고, 늘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계셨지요. ‘멸치 뼈째 먹는 생선~‘ 하고 진행되는 노랫말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런데 요란한 사춘기를 보내고 있던 몇몇 철부지는, ‘훌륭한 척하는‘ 선생님이라고 선생님을 폄하하기도 했더랬습니다. 왜 그랬나 몰라요.

교사가 된 철부지가 철부지들을 바라보며, 안병화 선생님을 떠올립니다. 점수가 만족스럽지 않은 몇몇 아이들이 조금 더 익숙한 방식으로 쉽게 공부하고 싶어하는 간절한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닌데도, 게다가 너는 상, 너는 중, 평가를 내리면서 정작 학생들 모두에게 ‘상’에 해당하는 평가를 받기를 바라는 것이 얼마나 이기적인(? 적절한 용어가 떠오르지 않네요) 모습인가 싶기도 하면서도 말이지요.



서두가 길었지요?

일단, 이번 주간, 1학기 수업 내용과 연계하고 2학기 말하기 평가로 이어질 연극 수업을 진행하면서 몇몇 아이들 중 어느 일부의 마음은 좀 되찾은 것 같습니다. 전력질주 하느라 힘겨운 시절을 보내고 학기말에 시작한 수업이었는데도, 생각보다 엄청 재미있게 참여하는 모습을 관찰하게 될만 했는지 한 번 봐주세요.



1. 모둠 구성 방식에 선택권 부여하기


다음의 방법 중 모둠 구성 방안을 다수결을 통해 선택하도록 하였습니다.

1) 무작위 추첨을 통해 모둠을 구성하기
2) 리더를 자원받은 후 리더가 꼭 함께 하고 싶은 친구 한 명을 데려오고, 나머지 모둠원을 무작위로 배정하기
3) 리더를 자원받은 후, 2~3인으로 모둠을 자율적으로 구성한 상태에서 리더를 영입하기

대본은 모둠 점수, 발표는 개인 점수로 이원화하여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 챗GPT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실제 운영은 2주 내외에 걸쳐 진행되는 단기 프로젝트라는 점을 상기시켜주며, 친하지 않은 친구와 같은 모둠이 되었거나 ‘실력이 출중한 친구가 없는’ 상태일지라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말해주었습니다.


2. 1학기 수업 내용 중 자유롭게 주제 선정하기


1학기 학습 내용 전체를 되짚어보며 이해가 심화 확장되는 유의미한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1학기 전체 학습 내용 중 한 가지를 골라 상황극을 꾸며보도록 했지요. 청소년기의 뇌 발달, 갈매기의 꿈, 인공지능 시대 등 그 어떤 내용을 가져와도 관계없다고 알려주었습니다.



3. 배경 설정하기

  
1학기 학습 내용에서 주제 혹은 모티브를 따 온 후에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선정하여 학습지에 써넣도록 했습니다.

역할극 학습지


<갈매기의 꿈>을 골랐다고 해서 반드시 70년대로 시간적 배경을 설정할 필요가 없고, 2079년판 갈매기의 꿈으로 각색해도 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아이들의 상상의 나래가 본격적으로 펼쳐지지요.




4. 인물의 종류 알려주기


다음은 극중 인물을 분석하는 방식을 알려주며, 인물을 섬세하게 설정하도록 도움닫기를 제공하였습니다. 고등학교 때 미술 성적이 ‘A'였다고 자랑하며 자기 의를 막 드러내가면서요.^^;
약 10년 전에 5절 스케치북을 사다가 그린 자료인데, 솔기가 나달나달해졌지만 여전히 수업자료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선점이 보이시는 경우 댓글 부탁드립니다!)


먼저 극중 인물의 비중에 따라 다음과 같이 주연과 조연으로 분류할 수 있고,



‘착한 놈, 나쁜 놈(혹은 주인공과 주인공에 대항하는 인물)’ 이런 식으로 구분할 수도 있으며,

(오려 붙인 뒤 뒤쪽으로 접어두었던 자료를 앞으로 넘기면서 짜잔! 하며 설명해 주면 학생들은 우와~~ 하고 반응해 줍니다. ㅎㅎ)



(순서대로) 극중 성격이 변하는 동적인 인물과 정적인 인물, 성격이 복합적인 인물과 단순한(?) 인물(제가 문학 전공이 아니라 전문 용어에 약합니다...;;), 전형적 인물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점도 알려주었습니다.

인물 유형을 이미지로 잘 나타냈나요?


그런 후에 학습지에 모둠 역할극의 인물을 설정하여 표시하도록 하였습니다. 3-4인 1조로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일인다역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해주며 학생들로 하여금 무궁무진한 상상을 해보도록 하고 싶어서 칸을 많이많이 만들어 두었습니다.

역할극 학습지

 

5. 갈등 설정하기


갈등에는 다음의 네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 인간 대 인간
  • 인간 대 자기자신
  • 인간 대 사회
  • 인간 대 자연

 



학생들에게도 가르쳐주며 각 유형에 해당하는 영화나 소설 등을 이야기 해보라고 하니 <신데렐라>, <범죄도시>, <홍길동전>, <설국열차>, <인사이드 아웃>, <지킬 박사와 하이드> 등 아이들이 신나서 발표를 합니다.

갈등이 없이는 이야기가 성립하지 않는다, 너희 모둠의 역할극에서 다룰 갈등의 유형을 논의해 보아라,(물론 수업시간에 저는 경어를 쓴답니다)며 시간을 주었는데, 어떤 학생이 질문을 합니다.

선생님, 갈등이 꼭 하나여야만 하나요?


정말 기특하지요?

아니라고, 복합적인 갈등 구조를 담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분량의 역할극에 여러 갈등의 요소를 담게 되면 뒷마무리가 어려워질 수도 있노라고 설명해 줍니다.



6. 줄거리 구상하기


어떤 류의 갈등을 다룰 것인지 논의한 후에는,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있는, 한 편의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도록 합니다.


짜잔~ 하고 보여주면 학생들은 또 우와~ 해줍니다.


이야기가 시작되고, 갈등이 고조되어 극에 달했다가, 어떤 계기로 해소가 되어 마무리가 되는 것이 이야기의 전형적인 흐름이다. 그런데 꼭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슬픈 결말도 있을 수 있고, 열린 결말도 있을 수 있다. 선택은 여러분에게 맡긴다. 시작.

하면 학생들은 아주 적극적인 태도로 활동에 돌입합니다. 매력적인 캐릭터, 갈등의 시작과 해결, 결말까지 모두 서로의 손에 달려 있으니까요.


인물 관계도를 그리며 이야기를 구상하기도 하고,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대본을 뚝딱 만들어본 후 각색을 시도하기도 하고,



힘을 합쳐 구상한 작품에 사진기를 갖다대자 예쁜 포즈를 취하기도 합니다.


역할극의 얼개가 완성되면 활동지 뒷면으로 넘어가 역할을 분배하고, 본격적으로 대사 작업을 시작하도록 했지요.



이렇게 구성된 초안은 2학기 개학과 동시에 점검 및 정교화를 거쳐 실제 대본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랍니다.




내일 출장을 앞두고 하루종일 어질어질 하도록 일을 하고, 문상도 다녀와서 오늘은 도저히 기록을 못 남기겠다 싶었는데 막상 수업을 기록하고 의미를 되새기니 참 좋네요.



저도 복된 걸음 걸음 잘 살다가 천성길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일의 걸음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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