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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위안과 위험 (작성중)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8. 2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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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

 
주말도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문서 작업에 매달려 있던 탓에 뒷목이 당겨 오고,  머리가 멍하고 속은 더부룩한 가운데에서도 내가 자유함을 느낀 순간들은, 피아노칠 때, 책 읽을 때, 그리고 발레학원 갔을 때.
 
첫째, 보고서로 온통 집중되었던 주의를 잠시나마 다른 데로 돌릴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고, 
둘째, 예술 자체가 영혼을 고양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보고서도 제법 마무리가(드디어!) 되었고, 피아노, 발레, 독서를 모두 (아주 조금씩이나마) 했다는 점에 기쁘다.
 
 
 
 
 

위험

 
'불안'을 주제로 2학기 수업을 구상하며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다시 펼쳐 들었는데, 이번에는 수녀원의 분위기가 눈에 들어왔다.
 
p.26
  수녀들은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감독하는 한편 잘사는 부모들에게 인사를 했다.
p.48
  또 수녀원에서는 세탁소도 겸업했다. (중략) 어떤 사람은 직업학교에 있는 여자들은 알려진 것처럼 학생이 아니라 타락한 여자들이어서 교화를 받는 중이라고, (중략) 사생아로 태어난 아기는 부유한 미국인에게 입양시키거나 오스트레일리아로 보내고 그렇게 외국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수녀들이 상당한 돈을 챙긴다고, (후략)
p.79
  펄롱은 젊은 수녀가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고 이제 수녀원장이 자기가 일어서길 바란다는 걸 알았다. 그렇지만 조금 전까지는 여기를 뜨고만 싶었는데 이제는 반대로 여기에서 버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p.81
  펄롱은 수녀원장이 자기가 그냥 가길 바란다는 걸 알았지만, 걸음을 멈추고 여자아이 옆에 섰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니?" 펄롱이 말했다. "말만 하렴."
  아이는 창문을 쳐다보고 숨을 들이마시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친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처음으로 혹은 오랜만에 친절을 마주했을 때 그러하듯이.
p.82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레인지 앞에 있는 수녀가 헛기침을 하며 프라이팬을 거칠게 흔들었고 펄롱은 그게 아이에게 더 말하지 말라는 뜻으로 보낸 신호임을 알아들었다.
p.83
  "...아니면 나를 불러. 일요일만 빼고 늘 거기 있으니까."
  젊은 수녀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오리알과 블랙푸딩을 접시에 담고 큰 통에서 마가린을 펴서 토스트에 발랐다.
  펄롱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건물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현관 계단에 서 있는데 안에서 누군가가 열쇠로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소설 속 수녀원은 '안전'을 상징하는 미시즈 윌슨의 집과는 대비되는 '위험한' 공간으로, 부유한 이들을 환대 받는 한편, 쫓겨나 갈 곳 없는 여자 아이들이 학대하고, 방치되고, 위협당하고, 감금되는 곳이다.
 
 
 
(작성중)
 
부디, 의무와 마감기한으로 가득 메워진 이번 주가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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