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 2부 어림짐작과 편향 중 15장에서 결합오류(conjunction fallacy) 개념을 소개합니다. 결합오류의 정의와 예시, 그리고 적용점을 함께 살펴보시죠.
결합 오류의 정의와 예시
A일 확률과 A이면서 동시에 B일 확률 중 더 일어날 확률이 높은 것은 조건이 하나인 A이지만, 어떤 개연성 혹은 유사성을 부여할 경우 사람들은 기본적인 논리 규칙을 무시하고 A이면서 B일 확률에 가중치를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31세의 미혼이며, 직설적이고, 똑똑하고, 철학을 전공했고, 차별과 사회 정의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반핵 시위에도 참가한 경험이 있는’ 가상의 인물 린다의 직업으로 더 확률이 높은 순서를 매기라고 할 때, 대다수의 피실험자가 린다가 ‘은행 창구 직원’일 확률보다 ‘은행 창구 직원이고, 여성운동에 적극적인 사람’일 확률을 높게 어림짐작 한다는 것입니다.
적용 1: 이성에 감성을 입히기
사람의 판단이 이렇게 (이전의 글에서도 다루었듯) 감정에도 크게 좌우되고, ‘그럴듯한’ 단서에도 쉼없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 이성과 합리는 우리 삶에서 지분이 크지 않은가 봅니다. 그리고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얼마나 ‘옳은지’를 입증해 보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마음‘과 ’스토리‘를 전하는, 다른 말로 하면 ’이성에 감성을 입히는 일‘이 정말 중요한가 봅니다.
적용 2: 껍데기에 현혹되지 않기
결합 오류에 대해 읽고 생각하고 쓰며 또 한 번 느끼는 것은, 스스로의 판단 능력에 대해 겸손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광고나 선전 문구를 대할 때, 혹은 시민이나 직장인이나, 가족의 일원으로서 어떤 사안을 바라볼 때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혹은 ‘그럴듯한 이야기’에 호도되어 사실관계를 분별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포장지 안의 실체, 혹은 본질을 잘 바라보는 눈을 지니게 되고 싶네요. 그렇다고 ‘나는 꿰뚫어 보는 눈을 지닌 사람이야.’라고 교만해지고 싶지는 않고요. 고요하고 흔들림 없는 깊은 호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일정도, 마감도 없는 오랜만에 맞는 참으로 귀한 주말입니다. 온갖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는데, 어디선가 고양이 한 마리가 연어와 포도 냄새를 맡고 다가왔네요. 저랑 두 번이나 눈을 마주쳤는데 그 때마다 미소지어 주었습니다. 연어 조각과 포도껍질을 조금 나눠줄까 싶네요.
평안한 밤과 기쁜 새 날 맞이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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