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인식의 틀 - 차이코프스키의 메롱 메롱과 뒤끝 작렬 엄마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9. 1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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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틀

 
인식의 틀이란 게 참 희한하다. 한 번 어떤 식으로 사고하기 시작하면 그 틀을 깨기란 정말 쉽지 않다. 어릴 때 가만히 누워 벽지의 문양 속 패턴을 관찰한다거나, 구름을 쳐다보며 이미지나 모양을 상상해 보곤 했는데, 한 번 코끼리 모양으로 인식이 되면 계속 코끼리만 보이고, 자동차는 구름 모양이 변하기 전까지는 계속 자동차다.
 
 
 

출처: 픽사베이

 
 
 
 
 
 
 

지금부터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8월을 연습하고 있다.
 
https://hn47749.tistory.com/368

심성모형을 적용하여 피아노 연습을 하며 학습의 원리를 깨우치다

첫째, 악보의 조성부터 파악하고, 오른손 음계를 더듬더듬 짚어 나가며 멜로디를 익힙니다. 둘째, 왼손 반주를 익히고,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 연습합니다. 셋째, 양손을 함께 연주하며

hn47749.tistory.com

 
 





곡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테마이자 첫 소절인 음이 어느 순간 '메롱 메롱~ 메롱 메롱~' 멜로디처럼 들리기 시작하자, 연습할 때마다 메롱 메롱의 멜로디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피아니스트들이 치는 것은 그렇게 안 들리는데 더듬더듬 악보를 읽어가며 치다 보니 정말 비슷하게 들린다.)  어떻게 하면 메롱 메롱처럼 들리지 않을지를 고민하며 치고 있다. 오늘 레슨 받으면서도 나의 고민을 말씀드렸는데, 나의 말을 듣는 순간부터 정말로 계속 그렇게 들린다며 농담으로 나무라셨다.
 
그야말로 '지금부터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의 피아노 버전이다.
 
 

출처: 픽사베이

 
 
 
 
 
 
 

엄마는 뒤끝 작렬

 
청소기를 기껏 돌려줬더니 자신이 아끼는 종이가 없어졌다며 찾아내라는 딸에게 급기야 뻔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산책을 했다. 산책을 하며, 인식의 틀과 관련해서 아이의 (종이를 다른 곳에서 발견하기 전까지의) 속상함을 조금은 헤아려 볼 수 있었다.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는 종이가 분명 청소기에 빨려 들어갔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외의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는 마음을 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니까.
 
그래도 요 녀석이 어디 엄마에게.
 
 
 
나 아직도 많이 화났다.
 
 
 

출처: 교보문고 인터넷서점

 
 
 
그나저나 "산아 엄마가 정말 미안해" 하는 책의 마지막 장면 읽어줄 때마다 당시 아장아장 걷던 아이가 다가와 나를 꼭 안아주고 또 안아주고 했었는데. 그런 시절이 있었지.
 
 
 
아무튼 나는 화가 났고, 사춘기 전조 증상을 보이는 초딩의 말실수에 화도 못 참는 연약한 존재임을 또다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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