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결핍과 몰입, 그리고 눈동자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9. 2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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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


알랭 드 보통은 <영혼을 위한 미술관>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을 결핍과 연결시킨다. 자신의 삶에, 그리고 내면에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대상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심의 회색 콘크리트 건물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사람은 자연 경관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낄 확률이 높고,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콘크리트 벽에서 미학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지지 못한 것,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이랄까.










몰입,에의 향수


주말 내내 틈만 나면 피아노 연습에 집착하다시피 한 것은, 내 삶에서 ‘일이 아닌 무언가에 가만히 몰두하는’ 일이 너무 필요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인 것 같다. 간만에 하루 두 시간 가까이 피아노 연습을 했다. 일 년에 걸쳐 배우며 마르고 닳도록 치곤 했던, 새로운 곡을 연습하면서부터 연주를 등한시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아주 다 까먹어버렸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싶지 않아 악보를 펼쳐보지도 않았던 곡에 대한 향수가 올라온 것이 화근(?)이었다. 그 선율을, 그리고 그 선율을 잘 표현하기 위해 연습하고 또 연습하던 순간을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깨닫는 내 모습이 상당히 생경하게 느껴졌다.
일 년 동안 겨우 배운 11쪽 짜리 악보인데, 추석 연휴 전 하루이틀, 그리고 이번 주말 동안 4쪽 정도를 복습했으니 (아주 새로운 곡을 배울 때보다) 진도가 빨라 연습하는 맛도 제법 있었다.



출처: 픽사베이








눈동자


하나님을 영접한 자녀들이라면, 하나님이 자신의 ‘눈동자’와 같이 여기신다는 말씀에 깊고 진한 위로를 받았다. 털끝 하나 상하지 않게 지켜 보호해주시라고, 기도한다. 한편 터진 실핏줄이 이제는 거의 없어진 거울 속 나의 눈동자를 살피며, 게르스틀의 불안한 눈빛, 렘브란트의 자신감 넘치던 눈빛과 말년의 초연한 눈빛을 모두 떠올려본다. 나의 눈동자는 무엇을 바라보는 중이며 어떤 빛을 띠고 중인가, 내일 나의 눈동자는 어떤 말을 전할 것인가, 질문해 본다.

오늘 하늘처럼, 내 눈동자도 맑고 푸르렀으면 좋겠다.



출처: 픽사베이




(신명기 32장 / 개역개정)
10. 여호와께서 그를 황무지에서, 짐승이 부르짖는 광야에서 만나시고 호위하시며 보호하시며 자기의 눈동자 같이 지키셨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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