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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4장 독서일기 - 존엄에 대한 공감도는?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10. 1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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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반 일리치의 고통에 관심이 없습니다. 다음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떨쳐버리고 싶어 하는 이반 일리치에게 공감하지 않는 의사의 모습입니다.
 

이반 일리치에게는 오직 한 가지, 자기 상태가 위험한지 아닌지가 중요했다. 하지만 의사는 이 부적절한 질문을 무시했다. 의사의 관점에서 이런 물음은 무익하고 논의할 필요도 없었다. (43)
이반 일리치는 크게 고통스러워하며 자신에 대한 깊은 연민과 함께, 이토록 중요한 문제에 그리도 냉담한 의사를 향해 크게 분노가 일었다.(43)

 
 
이반 일리치는 의사의 모습에서 피고인을 대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며 개인의 감정을 업무에 일절 개입시키지 않는 전문가로서면모 말이지요. 의사를 향한 이반 일리치의 분노는 지난날의 자신에 대한 분노 혹은 회한의 감정을 포함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의사의 소견으로 미루어 자신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직감한 이반 일리치는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결과를 이야기합니다. 이에 대한 모녀의 반응은 의사의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는 마지못해 곁에 앉았지만, 이 따분한 이야기를 오래 견디지 못했고 엄마도 끝까지 듣지 않았다.
"어쨌든 나는 기뻐요." 아내가 말했다. "이제부터 잊지 말고 정확하게 약을 복용하세요. (후략)" (44)

 
 
아내와 딸에게 이반 일리치는 회피나 외면의 대상이네요. 심지어 다음 구절에서 보면 아내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걱정하는 유일해 보이는 이유는 급여입니다.
 

자신을 가엾게 여길수록, 남편에 대한 증오는 더욱 커졌다. 그녀는 그가 죽기를 바랐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었는데, 그렇게 되면 급여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그녀의 반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42)

 
 
 
의사, 아내, 딸, 동료 등 4장에 등장한 인물 중 누구에게서도 이반 일리치의 존엄에 대한 인식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기사, 아주 오랜 기간 밤중에도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거나 대소변을 치워야 하는 등 병간호를 도맡아 하는 상태에서 간호인이, 혹은 하루에도 수십 명씩 유사한 증상으로 인한 고통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모든 환자 앞에서 의사가 매순간 존엄을 생각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전적으로 참여하는 등 완전히 공감할 능력이 없는 존재이니까요.
 
이 순간 나와 타인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도가 어떠한지 자문하며, 한숨 같은 기도로 글을 맺습니다.
 
 
 
소중한 밤과 새날 맞이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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