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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3장 독서일기 - 감사함을 잊은 자리, 그리고 내가 찾는 기쁨의 자리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10. 1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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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함을 잊은 자리

 
고참 검사가 된 이반 일리치는 불행합니다. 더 좋은 자리를 기다리며 번번이 전보 제안을 거절했는데, 바라던 재판장의 자리에 덜커덕 고페라는 인물이 임용이 되면서, 그의 불만은 극에 달합니다.
 

이반 일리치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해였다. (중략) 마치 모든 사람이 3,500루블 연봉을 받는 자기 위치를 지극히 정상으로 보고, 심지어 운이 좋다고 여기며 못 본 체하는 것 같았다. 자기에게 가해진 불의를 자각하는 건 혼자뿐이었고, (후략) (32)

 
이반 일리치와 그의 가족을 제외한 주위 사람 모두가 이반 일리치에 대해 고참 검사 자리에 적임자인 사람, 혹은 이반 일리치 정도의 인물이 고참 검사 자리에 오른 것도 참 놀라운 일이라고 판단을 했나 봅니다. 한편 이반 일리치는 늘어난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는 '쥐꼬리' 연봉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동시에, 자신을 밟고 올라선 고페[혹은 그의 승진을 결정하거나 도운 사람의 무리]이 '불의'를 저지른 것이라고 느낍니다. 같은 상황에 대해 받아들이는 온도차가 상당하네요.
 
 
 
 
 
 
 

내가 추구하는 기쁨

 
이러한 온도차를 마음에 두고 다음의 장면을 보면, 확실히 무언가 쎄하게 느껴집니다. 마침내 연봉 5천 루블을 받을 수 있는 자리에 오르게 된 이반 일리치가 기쁨을 묘사한 장면입니다.
 

이반 일리치는 페테르부르크에서 모두가 어떤 식으로 축하해 주었는지, 그의 적들이 모두 얼마나 부끄러워하며 지금은 자기 앞에서 얼마나 굽신거리는지, 자기 지위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특히 페테르부르크에서 모두가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이야기했다. (34)

 
축하의 소리와 부끄러움과 부러움의 시선, 굽신거림과 심지어 '사랑하는 눈빛'이 결코 인간 이반 일리치에 대한 존중과 깊은 신뢰에서 비롯되지 않았음을 우리는 느낄 수 있습니다. 그저 그 지위에 대한 경의와 두려움, 그리고 질투를 표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이반 일리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뿐더러 관심도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자신이 쟁취한 것, 혹은 소유하게 된 것이 곧 자신의 높디높은 가치라고 여기고 있는 듯하네요.
 
그는 자신의 모습과 상태에 대한 커다란 만족감을 보입니다. 승진 소식과 함께 소원했던 부부 관계도 회복이 되고(34), 새로운 거처에 '특별히 고상함을 더할' 골동품도 사들이고(35), 삶이 '충만'해졌다고 합니다.(37)
 

삶에서 어떤 불쾌한 일이 일어나든지 간에 다른 모든 것 앞에서 촛불처럼 빛나게 하는 기쁨은 일과 후 좋은 놀이꾼들과 부드럽게 말하는 파트너와 하는 빈트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중략) 모든 것이 변함없이 그렇게 흘러갔고 더 바랄 나위가 없었다. (40)

 
 
 
그런데 이를 어쩌나요. 으리으리한 집을 꾸미다가 다친 옆구리로 인해 그는 곧 목숨을 잃을 처지인데 말이지요... 이반 일리치 자신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있지만요.
 
 
 
우리 모두의 이야기네요.
 
 
 
오늘 기뻐할 수 없었던 이유들과 기뻤던 이유들을 돌아보며,
 
기도로 하루를 마무리해야겠습니다.
 
 
 
복되고 평안한 밤과 새날 맞이하셔요.
 
 
 

출처: 교보문고 인터넷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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