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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스 뇔케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독서 일기 #2 - 정체의 폭로와 그리스도를 바라봄

글을써보려는사람 2025. 4. 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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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스 뇔케의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는 지치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이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동시에 (세속적인 성공이 아닌) 진정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내면 깊숙이 감추어 들키고 싶지 않은 생각들이 담긴 곳에 손전등과 현미경을 가차 없이 들이대는 책입니다.
 
 
 

 
 
 
우리는 보통 누군가가 자신이 추구하는 높은 지위를 획득하게 된 이후 태도의 변화가 생기는 것을 두고 '그 사람 변했어.'라고 하지요. 하지만 스위스의 극작가인 막스 프리쉬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성공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은 그 사람의 정체를 폭로한다.


하루 아침에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니라, 그저 성공하기 이전에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억누르고 꽁꽁 숨겨왔던 본모습이, 성공한 이후에는 여과 없이 드러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타인들 위에 군림하는(?) 위치에 오르게 되었을 때[혹은 구태여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무방한 상태가 되었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의 가장 가식 없는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지요. 마치 우리가 직장이나 친구 관계에서 차마 보이지 않는 모습을 가족과 같은 일차 사회 집단에 대해서는 여과 없이 드러내 보여주게 되는 것처럼요.
 
 
 
하워드 레너와 발터 외치라는 학자는 '우열의 계단'이라는 7단계로 이루어진 모델을 다음과 같이 고안했다고 하지요.
 
1단계 - 처음으로 자신의 우월함을 느낌
2단계 - 우월함을 추가로 느끼면서 자신감이 높아짐
3단계 - 우월감이 어느 정도 공고해짐.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양을 취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킴
4단계 -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도 미화되거나 아무도 그 사람을 비판하는 사람이 없음
5단계 - 독단이 꽃피는 단계로, 타인의 감정과 생각은 중요하지 않아짐
6단계 - 최고의 자리에 앉아서 외로움을 느낌. 자신에게 굴종적인 사람에게 의심을 품으며 정직함과 비판을 요구하나 정작 직언을 들으면 참아내지 못함
7단계 - 다른 사람들을 경멸하기 시작함. 방향과 현실감각을 완전히 상실하여 아무도 원하지 않는 일을 홀로 물고 늘어짐
 
비단 사회적 지위뿐만 아니라 집단 내의 관계도에서도 조금 더 영향력 있고 조금 더 인기 있는 정도에 따라 우열을 매겨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저도, 여러분도 어쩌면 7단계의 모습을 보일 때가 있었는지도[혹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게다가 마티아스 뇔케는 다음과 같이 일침을 날립니다.
 

나에게 반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내가 반대할 게 없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사람들을 침묵하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178)

 
타인으로 하여금 할 말이 없게, 혹은 입을 다물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가장 무서운 폭력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할 때, 피해 사실을 낱낱이 밝혀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싶어하지 않던가요?

조금의 불편도 견디지 못하고 파르르 떠는 모습이 아니던가요?
 

아, 나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이 끔찍한 천박함을 어찌하면 좋습니까.

 


 
 
 
별 수 없이 저는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를 묵상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의 아들로서 만왕의 왕의 지위를 타고났으나, 이 땅의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연약한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 위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우열의 7단계'를 탈환하는 대신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 가장 고통스럽고도 수치스러운 형벌인 십자가 형을 나를 대신하여 받으셨습니다.
심지어 나의 내면의 잔인함과 가식적인 겸손까지 조목조목 밝혀 '할 말이 하나도 없어지게' 만드는 대신, 용서의 감격사랑의 기쁨으로 나의 영혼을 충만하게 하셨습니다. 
 
 
 

수르바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찌 뉘우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리스도를 닮은 하루를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복되고 평안한 밤과 기쁜 새날 맞이하셔요.
 
 
 

대답하여 이르되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였나이다 - 누가복음 10장 2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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