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었던 일이다. 시험감독 업무를 하다가, 어느 한 학생에게 눈길이 머물렀다. 너무나 참하고 모범적으로 보이는 외양을 지닌 그 학생은 정말 열심히 시험 문제를 푸는 중이었다. 지우개를 이리 들여다 보고, 저리 들여다보면서 말이다. 어느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학생은 고개를 푹 숙이고 지우개를 손가락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한 5분 이상 지우개의 여섯 개 면을 분주히 문지르고 또 문지르더니, 이내 엎드려 버렸다. 나는 학생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못다 학습한 암기 과목 범위의 키워드를 컴퓨터용 사인펜 뚜껑이며 지우개에 빼곡히 써놓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런 키워드의 나열만 가지고는 문제를 잘 풀 수 없다는 것과, 내가 공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