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빈대의 공포 피아노 레슨을 받고,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었으나, 내 옆에 앉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좌석에 엉덩이를 1/2 내지 1/3 정도만 걸친 상태로 앉는 것이었다. 내게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상태였다 거나, 혹은 내가 심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행색은 아니었던 것 같고, 내가 부피를 지나치게 많이 차지하는 옷을 입고 있는 상태도 아니었는데, 참으로 이상했다. 귀갓길 지하철에서 내리면서야 나는 깨달았다. 빈대로구나. 빈대에 대한 공포가 사람들로 하여금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자세로 앉도록 만든 것이로구나. 나도 혹시 몰라 집에 돌아오는 길에 코트며 치맛자락을 몇 번이고 훌훌 털어내었다. 실로 공포심은 사람을 위축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