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에 대한 염려

글을써보려는사람 2023. 10. 1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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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0일 교육부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다음과 같다.
 
- 내신: 5등급 체제 전환(상대평가 병기) 및 논서술형 평가 강화
- 수능: 9등급 체제 유지, 탐구과목 선택과목 폐지 심화수학 신설 검토
 
이와 관련하여 우려되는 점들은 다음과 같다. 
 

1. 교실 붕괴 현상이 더 심화되지 않겠는가?

1.1. 내신 등급의 중요성 약화
 5등급 체제로 바뀌면서 1등급이 기존 4%에서 10%로, 2등급이 기존 7%(누적 11%)에서 24%(누적 34%)로 바뀌었다. 언뜻 들으면 과열된 내신 경쟁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평가 점수를 병기한다는 점에서 경쟁 과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더 심각한 지점은 수능은 9등급 체제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내신으로는 학생들이 변별을 할 수 없고, 수능으로는 변별이 된다.
어차피 내신 1등급(기존 상위 2% 정도에 해당하는 비율)이 아니라면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 진학은 물 건너간 것이라는 생각은, 학생들로 하여금 내신을 더 쉽게 포기하게 만들고, 소위 (학교 수업은 전혀 듣지 않는) 정시파 학생들을 더 많이 더 일찍부터 양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수능 대비와 긴밀한 연관이 있어 보이는 학교 교육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과적으로 학교 수업 진행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1.2. 수능 준비를 위한 사교육 의존도 증가
수능의 탐구영역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통합사회 및 통합과학 과목을 도입했다. 지나치게 분화되고 분절적이고, 파편화된 사회 구조와 이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처럼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고2, 3학년 때 학생이 선택하여 들을 수 있는 과목의 수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심화 수학을 포함하여 학교에서 선택을 통해 학습하지 못한 과목에 대해서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만의 하나 고1 때 배운 내용에 한하여 수능시험이 출제된다 하더라도, 고1 때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수능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학생들은 학원을 찾아야만 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학생 맞춤형 선택교과가 골자인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탐구 영역 통합을 선언해 버리다니, 학교 현장과 수능 체제가 손발이 맞지 않아 절뚝절뚝 거리는 모양새가 될 것만 같다.
대학 입시에서 학교 교육은 소외되고, 사교육 의존도를 대놓고 증가시키는 재편안이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
 


출처: unsplash





2. 논서술형 확대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

2.1. 교육 이정표 역할을 포기한 수능
수능은 아주 중대한 표지판 혹은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아무리 수능 자체가 암기력이 아닌 사고력을 평가하는 문항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더라도, '5지 선다'라는 형식 자체가 독서와 쓰기 활동을 통한 사고력 신장보다는 더 많이 외우고 더 많이 문제를 풀면 정답을 더 잘 찾게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결과적으로 수능 평가 방식은 너무도 많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길을 잃고 문제 풀이의 늪에서 헤매도록 만들며, 학교 교육의 혁신을 저해하는 아주 뿌리 깊은 문제점이다.
 '5지 선다를 잘 푸는 훈련이 곧 수능을 준비하는 교육이라는 신념'을 버리고, 사고력 증진을 위한 교육의 올바른 방향이 과연 무엇일지 새로이 고민을 시작할 필요가 전혀 없게 되었다.
 
2.2. 내신의 중요성 약화로 인한 쓰기 교육의 유인가 상실
근본적 오해를 불식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 단위의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하라는 주문은 어찌 된 일인가?
(수능이 더 중요해진 마당에) 기존의 교육 방식을 고수해도 수능 준비를 위해 열심히 교육한다는 지지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교육부의 주문을 따라 논서술형 수업 평가를 통한 수업 개선을 시도하고 학생과 학부모를 끈질기게 설득할 소신 있고 헌신적인[바보같은?] 선생님들이 얼마나 생겨날지, 과연 의문이다.


 
 
 

요약 및 결론

어제 발표한 2028 수능 개편 시안은 다음과 같은 우려를 낳는다.
 
1. 교실 붕괴 현상이 더 심화되지 않겠는가?
1.1. 내신의 중요성이 약화
1.2. 수능 준비를 위한 사교육 의존도 증가
 
2. 쓰기 수업 확대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
2.1. 교육 이정표 역할을 포기한 수능
2.2. 내신의 중요성 약화로 인한 유인가 상실
 
물론 학교의 쓰기 교육 정착 및 채점관 양성 등 준비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5년 안에 서논술형 수능을 도입하는 것도 언뜻 상상하기가 쉽지 않은 시나리오이다.
하지만 쓰기 교육을 확대하고, 또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 교육부의 진정한 목표가 맞다면, 수능 개편 시안은 반드시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수능도 5등급 체제로 변경한다거나, 적어도 대학 입시에서 수능 반영 비율은 낮추고 내신 등급 비율을 높이는 등 대책을 마련하여 ”내신은 일찌감치 포기해도 된다”는 암시를 주지 않아야 한다.
둘째, 수능 탐구영역 선택과목 폐지가 2022 개정 교육과정 및 고교학점제 도입 등 기존 정책과 근본적 방향이 다르지 않다는 점에 대한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설명을 통해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 해야 한다.
셋째, 수능 및 대입과 쓰기 교육의 연결 지점을 마련하여 쓰기 교육 확대의 당위성을 마련하고, 쓰기 교육 활성화를 위한 학교 현장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지금 우리의 고민과 시도와 노력들이, 우리나라 교육이 절대평가 도입을 통한 과열 경쟁 해소 및 쓰기 교육 강화를 통한 사고력 교육이라는 커다란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하나의 중요한 발걸음이 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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