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아이들은 참 착해요
그 학교 애들 어때요? 하는 질문에 교사들이 관용어처럼 답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묻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인성은 바르나 학력은 떨어지는 편이라는 의미로 학생들을 돌려 까는 말이고, 자신의 수준 높은 수업에 대한 은근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하는 말이다.
나는 교사라면 이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말을 하는 상황을 오히려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교사는 지적 성장을 하고 있는 학생에게 적절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성장하는 중이기에 미숙할 수밖에 없다. 비판적 사고력, 발표력, 토론 실력, 어휘력, 어법실력 등 학생의 부족함이 보인다면, 이것이야말로 교사가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찾을 지점이기 때문이다. 학생의 부족함을 비웃음의 대상으로 삼거나 혹은 완성된 모습의 학생을 기대하는 모습을 발견한다면, 교사는 자신이 본분을 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즉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학원에서 다 배워 오라는 말은 교사가 할 말은 아니지 않은가!
둘째, 교사는 학생이 성취할만한 목표를 제시하고 달성하도록 맞춤형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나는 너무 흠결없고 수준 높은 수업을 하는데 애들이 못 따라온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은 정말이지 교사로서 하기에는 민망스러운 말이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수업을 못 따라온다는 것은 학습자의 요구와 수준에 대한 파악도, 학습자와의 소통도 놓치고 있으며, 학생의 눈높이에서 적절한 디딤돌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학생들이 수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입으로 '나는 교사로서 무능하다'고 광고하는 것이다.
게다가, 학습자의 수준이 낮을수록 교수자의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이해하기 쉽고 달성할 수 있는 촘촘하고 세심하게 설계된 디딤돌을 잘 놓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기미가 보이면, 교사는 어떤 지점이 어려우며, 어떤 도움이 더 필요한지를 묻고 적절한 안내를 제공하여, 배움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결론
1. 교사는 미성숙한 상태의 학습자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사람이다.
2. 교육전문가는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적합한 배움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우리 학교 애들은 착해요'라는 말은 교사들의 금기어가 되어야 한다.
'우리 학교 애들은 심지어 착하기까지 해요'라는 말이 올해 모든 교사의 목표가 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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