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모비딕>과 익살과 농담의 역설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6. 24.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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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45~346 육지 사람들은 고래가 엄청난 힘을 지닌 엄청난 동물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그 힘과 크기가 얼마나 엄청난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려 들면 사람들은 참 익살스럽게 얘기를 잘한다며 칭찬했다. 영혼을 걸고 얘기하지만, 내 이야기는 모세가 기록한 이집트 재앙의 역사만큼이나 익살과 거리가 멀었다.



웃기려는 시도 없이 웃음을 짓게 하는 순간이 있다. 자신의 생각에 몰두한 사람이 그러하다. 크게 관심이 없었거나, 잘 모르던 주제나 현상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한 결과를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이를 볼 때, 미소를 짓게 된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또 사랑스러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온 마음을 쏟아 이야기하는 아이가, 또한 내일 말하기 수행평가에 몰두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그러할 것이다.







p.377 우리가 인생이라고 부르는 이 야릇하고 복잡한 현상에는 우주 전체를 엄청난 장난으로 여기게 되는 묘한 순간이나 상황이 있다. 하지만 거기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만 당하는 거라고 확신에 가까운 의심을 한다.

p.377-378 내가 말하는 묘하게 변덕스러운 기분은 극도의 시련을 겪을 때만 다가온다. 아주 진지한 순간에만 찾아오기 때문에 불과 얼마 전까지 더없이 중요해 보였을지 모르는 것들이 이때는 평범한 농담의 일부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전혀 상상하지 못한 큰 일을 당할 때 어처구니 없게도 눈물이 아닌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 외의 일들이 일순간 하잘 것 없는 일들처럼 여겨지게 된다. 한 번 거대한 물보라가 휘몰아치고 나면, 모든 것이 뒤섞였다가 이내 가장 무거운 것부터 가벼운 것까지 차곡차곡 정리가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인지도 모른다.



p.379 하고많은 사람들 중에 뱃사람이 마지막 유언이니 유서 운운하는 게 이상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뱃사람만큼 이 취미를 즐기는 사람도 세상에 없다. 선원 생활을 시작한 이래 내가 똑같은 일을 한 건 이번이 네 번째였다. 이번에도 의식을 끝마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웠고 가슴을 누르던 돌멩이를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게다가 앞으로 살 날들은 나사로가 부활한 후에 산 날들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몇 달일지 몇 주일지는 몰라도, 순전히 덤으로 얻은 날들인 셈이다.



그리고 그 이후의 평범한 일상이, 이전과 달리 선물처럼 고귀하게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짧고 야트막한 독서를 통해서도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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