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관한 생각>은 들고 다니며 읽기에는 버거워 외출 가방에는 송숙희의 <150년 하버드 사고력 수업>을 챙겨 넣었습니다.
저자는 서로 다른 정의를 소개하며 비판적 사고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요, 해당 부분을 제 나름대로 재해석한 바를 기록하고자 합니다. 비판적 사고력에 대한 부분을 읽고 내린 제 결론은, 인공지능 시대에 문송(문과여서 죄송)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것이었지요.
첫째, 비판적 사고는 바라보는 행위에서 시작한다
먼저 어원을 분석한 내용을 먼저 소개해 드릴게요. 비판적이라는 의미의 영단어 critical의 어원은 ‘통찰’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critique이라고 합니다. 대상에 대한 깊은 생각의 결과 얻는 것이 비판적 사고인가 봅니다. 또한 저자는 영단어 critique의 의미를 살피며 비판적 사고를 다음의 세 단계로 묘사했습니다.
첫째, 대상과 자신을 분리하여 객관화함
둘째, 대상을 살핌
셋째, 의견을 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말은 다른 말로 하면 ‘타자화하기’ 혹은 ‘낯설게 보기’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친숙하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대상을 조금 멀리서,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때,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색다른 발견이 가능하게 될 테니까요. 낯선 관점에서 요리조리 살펴본 후에 이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정립하여 표현하는 것이 바로 비판적 사고 과정인가 봅니다.
철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시인과 작가, 화가, 음악가를 포함한 모든 예술가들은 가만히 관찰하고 사유하는 행위인 비판적 사고로 얻은 통찰을 넘어 창조를 해내는가 봅니다.
둘째, 비판적 사고력은 공감 능력과도 연관성이 있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조지 앤더스는 비판적 사고력을 다음의 다섯 가지 키워드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첫째, 경계를 넘나들며 일하는 능력
둘째, 통찰하는 능력
셋째, 올바른 접근법을 선택하는 능력
넷째, 타인의 감정을 파악하고
다섯째,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능력
어째서 조지 앤더슨은 비판적 사고력을 감정 파악 능력과 연관 지어 설명했을까요? 타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나 행동을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사람이 어떤 정황에서 어떤 이유로 그런 말이나 행동을 했던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골똘히 되짚어 보고, 분석하고, 종합하여 결론을 내리는 과정이 필요하겠지요. 다시 말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면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비판적 사고를 하면 ‘왜 저래?’(몰이해의 상태)가 아닌 ‘그래서 그랬구나~’(공감적 이해)가 가능해진다는 것이지요. 비판적으로 사고하면 타인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것 같네요.
셋째, 인문학적 상상력이 비판적 사고력을 기른다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시카고 대학교에서 15년간 총장을 역임한 로버트 J. 짐머 교수는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학부생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교육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책에서 인용한 짐머 교수의 말을 재인용 합니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고와 전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따지게 하고 상상력을 자유롭고 무한하게 발휘해 대안을 찾도록 한다.
문제해결력의 열쇠가 상상력이라니, 뭔가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일그러지고 이지러진 이 시대의 대안은 기독교적 상상력이라는, 지난 주 설교 말씀도 떠오르고요. 우리 모두가 꿈 꾸는 요셉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오늘 참깨밭 잡초를 뽑다가 무심코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분주히 날아다니는 벌들을 관찰하며 교육에 대한 상상을 했답니다.
분명 벌들은 꿀을 따느라[자신 혹은 동족의 유익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 뿐인데 그 사이 암술과 수술의 꽃가루가 만나 수정이 되고, 새로운 생명이 주렁주렁 열리게 되는 것 아니겠어요? 교육도 이와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학생들은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중일 뿐인데 모두의 배움이 일어나고 확장되는 모습이요. 수업이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집중하는 것 뿐인데 생각보다 깊은 배움이 일어나고, 앞으로도 지속되는 모습이요!
바라봄으로 시작되는 통찰, 타인과 자신에 대한 공감적 이해, 그리고 상상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생산적 사고 과정이, 비판적 사고력이라고 합니다. 우리, 인공지능 시대에 문송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물론, 정진한다는 전제 하에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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