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종이와 연필에 대한 신념
연구팀의 발견에 따르면 사실상 학습 유형 이론의 타당성을 입증한 연구는 없었으며 몇몇 연구는 학습 유형 이론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결과를 얻었다. 또한 연구팀의 검토 결과 교육 유형이 과목의 특성과 맞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p.191
인지심리학자인 헨리 뢰디거, 마크 맥대니얼, 피터 브라운은 저서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서 시각, 청각, 읽기, 운동 감각 등 학습자가 선호하는 학습 유형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저마다 선호하는 학습 유형에 의거한 학습의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밝힙니다. 시각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자질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시각을 활용한 학습을 하는 것이 양질의 배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비슷한 맥락에서, 요즘 아이들이 숏츠나 릴스 등 짧은 영상에 길들여져 있고 이를 친숙하게 느낀다고 해서, 수업에 '영상 매체'를 반드시 활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겠지요. 영상매체에 길들여지는 가운데 저하된 기능을 교육과 훈련을 통해 되찾아야 하니까요.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소중한 기능에 속한다면 말이지요.
손끝의 섬세한 감각이 뉴런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정교한 사고를 통한 합리적이고 온건한 판단 능력 등을 중요하게 여겨서, 종이와 연필을 저는 선호합니다.
2. 조건적인 사랑에 '무'를 썰어 넣자
한편, 오늘은 수업에 참여하는 눈들이 제법 반짝인다, 싶더니 역시나 배움의 순간들이 좀 있었나 봅니다. 학생들의 학습일지를 구경시켜 드릴게요.
어머나, 학생들이 더러는 울컥하고, 또 더러는 슬펐다고 합니다. 마음의 울림이 있었던 모양이네요.
알랭 드 보통의 <불안> 중 어린 시절 받던 무조건적인 사랑과 달리 어른들의 사랑은 조건적이어서, 성취 여부와 정도에 따라 사랑받을만한지의 여부가 결정된다는 이야기를 읽었거든요.
우리도 한 때는 '아구아구 우리 애기 똥도 예쁘게 잘 싸네', '우리 애기 방귀 뽕 뀌었구나. 배가 시원하겠네!', '우리 애기 침 흘렸네.' 하는 소리를 들으며 사랑받았었는데,
지금 이렇게 했다가는 '으이구 이 화상아.' 소리를 듣지요.
와 같이 부연설명을 해가면서, 우리 내면에는 그저 존재 만으로 사랑받던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사실을, 영어 지문을 읽으며 알려주었거든요.
수업이 끝나고 어느 학생은 다음과 같이 공감을 표했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낸 학생도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몇몇 아이들은 자신이 '조건적인 사랑'만을 주고받는 어른들의 모습에 동화되어 있는 듯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반성을 하였다며 다음과 같이 응답하였네요.
물론, 이런 정서적인 함양만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고요, 영어의사소통역량도 함께 성장한 것 같습니다.
다행이지요. 당연하고요. 영어수업이니까요.
3. 수업 진행 막간 꿀팁
나름 배움과 감동이 있는 수업이었던 것 같아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효과적인 영어학습을 유도하는 수업 꿀팁 두 가지를 소개해 드릴게요.
3.1. 빈칸이 포함된 학습지 제공하기
지시문을 제공할 때 그냥 주는 대신 핵심어를 빈칸으로 대체한 후 맥락상 어울리는 단어를 유추하면서 읽도록 하면 학생들로 하여금 '적극적 읽기(active reading)'를 하도록 할 수 있답니다. 모둠원과 함께 추론하며 읽은 내용의 정확도가 높거나, 심지어 저자가 사용한 단어와 일치하면, 학생들은 아주 큰 성취감을 느낀답니다.
3.2. 요약하기
이것은 또 하나의 꿀팁인데요, 요약문을 완성할 때 키워드를 추출해 보도록 한 후 이를 조합하여 모둠원과 함께 영작하는 훈련을 하면 학생들이 좋은 요약문을 비교적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답니다. 요약하기는 높은 수준의 인지 활동을 요하는 고차원적 사고력 학습 방법이니까, 수업 중에 학생들이 많이 경험해 보도록 하면 좋을 것 같네요.
교실이 살아남으로, 우리 사회가 밝혀지기를 저는 소망합니다.
여러분의, 아름다운 연주를 응원합니다.
평안하고 기쁜 밤과 새날 맞이하셔요!
https://youtu.be/KuGegtDUiqc?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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