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민족 화가로서 알폰스 무하의 헌신을 돌아보며 '한 사람'의 역할을 새겨보고자 합니다.
알폰스 무하는 민족 화가로서 정체성을 갖게 되기 전부터도 상류층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도 예술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예술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민족의 어려움에 대해 마음을 쏟게 되었고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던 슬라브 민족의 독립을 꿈꾸며 무하는 작품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다음은 기금 마련을 위해 제작한 복권 포스터입니다.

한 소녀가 책과 연필을 든 채 서 있고, 소녀의 뒤로는 엄마가 비탄에 잠긴 채 웅크린 자세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는 중입니다. 자녀의 학비를 마련하기는 커녕 먹을 것을 구하기도 힘겨운 비참한 상황을, 앙상한 가지가 드러내고 있는 듯합니다. 소녀는 배를 곯을 지언정 공장에서 일하지 않고 학교에 가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듯하네요.
그리고 드디어 민족 독립의 염원이 이루어졌을 때 보수도 받지 않고 국가를 위한 지폐와 우표 등을 디자인하였다고 하고요.


게다가 농민의 삶을 돕고 농축산업의 발달을 도모하기 위해 상장을 디자인하기도 헀다고 합니다.

무하 덕분에 우표, 화폐, 상장 등 체코 슬로바키아 인의 일상 곳곳에 예술이 깃들게 되었네요.
뿐만 아니라 알폰스 무하는 예술을 통해 슬라브족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민족 정신을 굳건히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절정은 알폰스 무하가 그의 말년을 모두 바쳐 제작한 <슬라브 서사시> 연작에 나타납니다.
일일이 모델을 섭외하여 포즈를 취하도록 한 후 꼼꼼하게 그림을 그려넣어 제작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하지요.
그림을 그리는 내내 무하는 어떤 맘이었을까, 상상해 봅니다. 자신의 민족이 더는 고통받지 않고 해방되기를 염원하는 마음, 마침내 독립하여 나라를 건국하게 되기까지 흘린 눈물과 땀을 잊지 않고 소중히 여기기 원하는 마음, 모든 사람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이상적인 사회를 건설하기 원하는 마음, ...
무하와 또 마음을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의 기도가 체코의 온 땅에 울려퍼졌을 것만 같습니다.
다음은 <슬라브 서사시> 중 제 마음에 가장 큰 울림이 있었던 작품입니다.

화관을 손에 쥔,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를 연상시키는 자세를 한 사람 뒤에 온 세상을 축복하듯 두 손을 든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언약을 상징하는 무지개가 보입니다. 그리고 앙망하고 고대하던 슬라브족의 해방을 기뻐하는 사람들의 터질 듯한 함성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한편 이순신 장군은 <난중일기>에 다음과 같은 말씀을 남겼다고 하지요. (일전에 광화문 광장에서 세종대왕 님 동상 주변에서 이순신 장군이 기록한 내용을 보고 또 가슴이 벅차올랐거든요.)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열심이 얼마나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는지를 묵상합니다.
저도 제 생이 허락되는 날 동안 '열심을 지닌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네요.
내일도 성실히 살아가야겠습니다. 평안한 밤과 새날 맞이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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