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이처럼 사소한 것들> 독서일기 - 이야기에 대한 성찰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6. 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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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야기를 사랑한다. 이야기는 우리를 갈망한다. 이야기는 언어와 문화를 전승 및 학습하는 중요한 도구이며, 상호 돌봄 및 공동체 유지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우리 삶의 원동력이다.

이야기는 공해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말들을 너무도 쉽게 입에 올린다. 테니스장에서 돌아오신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000씨의 술버릇이 얼마나 고약한지, ***씨 와이프가 얼마나 눈화장을 짙게 하는지, @@@씨의 자녀가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말씀하실 때마다 나는 마음 한 켠에서 깊은 공허함을 느꼈던 것 같다. (커서 되돌아보니 그랬던 것 같다는 이야기이고, 과거 십대의 내가 실제로 뒷담화의 현장에서 공허함을 느낄만큼 성숙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다음은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 소개된, 타인에 대한 폭력적인 시선과 공해로서의 이야기들이다.


  • p.18~19 몇 해 뒤에 펄롱이 출생증명서 사본을 떼러 등기소에 갔는데 아버지 이름을 적는 난에는 ‘미상’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창구에서 팔롱에게 증명서를 넘겨주는 등기소 직원의 입이 추한 웃음을 일그러져 있었다.
  • p.45 아일린은 신이 나서 광장에서 들은 소식을 들려주고 있었다. 절대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들 했던 중년 장의사가 자기 나이 절반밖에 안 되는 웨이트리스한테 청혼했다고, 에니스코시의 머피 플러드 호텔에서 일하는 웨이트리스인데 시내로 데려와서 포리스털 귀금속상에 전시되어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싼 반지를 사주었다고. (중략) 또 윌슨네 사람들이 가축을 전부 팔아버려서 짐승이라곤 개 몇 마리밖에 안 남았고, 땅은 모조리 남에게 빌려주어 경작지가 되었으며, 네드가 기관지염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 p.50 하지만 사람들은 별 이야기를 다 하고 그중 절반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니까. 동네에는 할 일 없는 사람도 많고 온갖 뒷소문도 넘쳐났다.
  • p.87~88 남 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통로 가장자리에서 얼쩡거리며 들어오는 사람마다 유심히 보면서 새 옷, 새 머리 모양, 불편한 다리 등등 뭐든 특이한 게 없나 살폈다. 수의사 도허티가 한쪽 팔을 팔걸이에 걸고 나타나자 사람들이 옆 사람을 팔꿈치로 찌르며 수군거렸고 세쌍둥이를 낳은 우체국장 부인이 녹색 벨벳 모자를 쓰고 나타나자 또 숙덕거렸다.




내가 살면서 때때로 일으켜온 한심스런 공해들을 고뇌하며 되돌아 본다.



야고보서 3장 2절
우리가 다 실수가 많으니 만일 말에 실수가 없는 자라면 곧 온전한 사람이라 능히 온 몸도 굴레 씌우리라

야고보서 3장 5절
이와 같이 혀도 작은 지체로되 큰 것을 자랑하도다 보라 얼마나 작은 불이 얼마나 많은 나무를 태우는가

야고보서 3장 8~10절
혀는 능히 길들일 사람이 없나니 쉬지 아니하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이라 이것으로 우리가 주 아버지를 찬송하고 또 이것으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사람을 저주하나니 한 입에서 찬송과 저주가 나오는도다 내 형제들아 이것이 마땅하지 아니하니라



내 모습을 성찰해가며, 살리는 말들만 마음과 입술에 담으며 살아가고 싶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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