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학교 민원 전담팀이 구축된다면

글을써보려는사람 2023. 9. 2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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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권보호 및 학교 정상화에 대한 논의의 일환으로 학교별로 학교장 직속 민원 전담 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 각 교사(라고 쓰긴 했지만 대부분은 학급담임교사가 총알받이 역할을 한다. 다른 교과 선생님에 대한 민원도 대개 담임을 거쳐서 들어오기 때문이다.)가 담당하여 처리하던 대부분의 민원을 학교장을 포함한 직속 전담팀이 맡아 1차로 답변을 하고, 필요한 경우 개별 교사가 응답을 하는 것이 골자이고, 구축 여부 및 구체적 방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다. 
 
 

1. 학교 민원 전담팀 구축에 대한 우려

1.1. 업무 과중

이에 대해 학교공무직 노동조합에서는 공무직원이 이러한 민원 대응 업무를 떠안아 업무가 과중하게 될 것을 우려하여 학교장 직속 민원대응 시스템 구축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드시 학교구성원의 동의를 받아 구축 여부를 결정하며, 행정실을 민원 대응 전담팀에서 제외하라는 내용이다.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어느 누가 맡든 업무 부담이 생기게 된다.
 

1.2. 소통 단절

우리 학교도 교직원 회의에서 해당 논의를 하여 전담팀을 구성하기로 했고, 자세한 방법은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학교홈페이지에 학부모 민원 항목을 개설하여 민원 제기 창구를 일원화 함으로써 개별 교사를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보호하자는 내용인데,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부 소수 악성 민원인으로 인한 피해를 막고자 일상적이고 긍정적으로 오고 가는 교사-학부모 간 소통 자체를 단절시키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가장 크다.
 

1.3. 다른 방식의 갈등 야기

또한 학부모-교사 간의 갈등이 교장을 포함한 전담팀과 해당 교사(관리자-교사)의 갈등 구조로 자칫 전이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크게 심각하지 않은 대부분의 민원은 담임교사 및 해당 교사의 선에서 원만하게 마무리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담팀을 통해 모든 민원의 창구가 일원화되면, 잘못하면 민원의 대상이 되는 선생님에 대한 관리자의 무언의 압력이 행사될 우려가 있고, 민원의 대상이 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이 알게 모르게 근무 평가에 영향을 미치게 되거나, 무엇보다 해당 선생님에 대한 뒷 이야기가 돌아다니게 된다거나 하는 등의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2. 학교 민원 전담팀 구축의 필요성

 
정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순기능이 좀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아니, 많다기보다 더 중요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것은 전담팀 구축의 논의 자체를 촉발한 지점이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그 외에 사항들에 대해 생각한 바를 기록해 보려 한다.
 
 

2.1. 분노의 감정 식히기

불편한 사항 및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생겼을 때,  충분한 숙고의 과정 없이 즉각 전화를 하다 보면 감정적인 대화가 오가기 쉬워진다. 한편 홈페이지 등을 통해 민원 내용을 글로 표현하여 상황 및 요구사항을 설명하면서, 민원제기인은 상황을 자연스레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훌륭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작성된 글을 전담팀이 확인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격앙된 감정이 다소 진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오해가 해소되어 민원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겠고, 그렇지 않더라도 분노가 일단 한 김 날아간 후일 것이기에, 쌍방 간에 건설적인 대화를 시도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야말로 악성 민원에서 '악성'이 빠지게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2.2. 공적이고 효과적인 소통을 위한 환경 조성

무엇보다, 교사와 학부모가 학생의 교육에 대해 논하는 것은 단순한 친분을 쌓는 사적인 관계 형성이 목적이 아닌, 엄연한 공적인 목적의 만남이다. 그리고 공적이라는 것은 '정이 없다'거나 '비인간적'이라는 말과는 확연히 다른 개념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따라서 민원뿐만 아니라 상담 요청 등 일반적인 소통도 상호 존중과 기본적 예를 갖춘 공적 마인드를 갖춘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학교장을 거친 민원 접수는, 이것이 '지극히 공적인 상호작용'임을 재확인시켜주는 중요한 기제가 될 수 있다. 특히나 불편한 사항에 대해 논할 때는 상호 간에 감정을 배제하고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민원인도, 학교도 감정 싸움이 아닌 효과적인 대화 및 소통을 통해 문제 해결 모색에 근본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본 목적 및 지향점을 대화에 앞서 확인하는 절차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

갈등 해결은 건강한 조직 유지와 관리에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학부모가 학교에 대해 제시할 수 있고, 또 때로는 마땅히 제기해야 하는 민원을 지혜롭게 처리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현재 교권 회복 및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선결 조건이라 하겠다. 그리고 격앙된 감정의 문제를 일부 해결하고, 공적이고 효과적인 소통 환경 조성을 할 수 있는 학교장 직속 민원전담팀 구축 과정에서 업무 과중, 소통 단절, 새로운 갈등 구조 양산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도 반드시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오죽하면 민원을 넣을 학부모님의 마음도 잘 읽어드릴 마음의 자세도, 학교는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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