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16

코멘트력 만랩을 위한 나의 노력 - 가르치기 위해 배우기

수업을 잘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발레와 피아노를 꾸준히 배운다는 이야기는,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사이토 다카시의 에 따르면 좋은 지도자는 학습자의 수행을 관찰하다가 적시에 적절한 피드백을 해주는 '코멘트 능력'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코멘트력은 지도자 스스로가 '숙달의 경지에 오르는' 경험을 함으로써 기를 수 있는데, 분야를 막론하고 '숙달의 경험'에는 어떤 일반적으로 정통한 원리가 있다는 것이 사이토 다카시의 설명이다. 즉, 더 나은 영어교사가 되기 위해 꼭 '영어 학습'에 매진해야만 훌륭한 코멘트력을 지닌 영어 교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영어 교사의 영어 학습은 초보자의 학습과 형태 및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초심자가 느끼는 어려움의 지점을..

교육 2024.09.29

난생 처음 미용실에서 열폭한 이야기

피아노 연습은 제처 두고 미용실에 가서 열폭한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데, 멈칫한다. 그만큼 울분을 토할 일이 맞았던가, 최근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많았어서 엉뚱한 데서 열폭한 것은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썰을 풀기 전에 일단, 미용실에 다녀온 후로 한 달 동안 거울을 볼 때마다 마음이 우울했던 기억이 있다. 생각보다 너무 짧고 빠글 해서 싫었다. 지난번에는 마침 시간이 된 날 그분이 안 계신다 하여 다른 분께 너무나 만족스럽게 머리를 하고 왔는데, 오늘은 그 분이 아닌 분이 안 계신다 하여, 예약시간을 앞두고 마음이 좀 불안했다. 요구하는 바를 명확히 알려드리지 않은 나의 불찰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번에는 최대한 분명하게 나의 요구사항을 말씀드렸다. C컬 파마를 하기 전 머리 기장이 어깨에 닿을 정..

일상 2024.09.29

러브콜, 기대심리, 그리고 교사를 위한 결정적 순간

러브콜 최근 러브콜을 몇 차례 받았습니다. 수업 관련 협업, 수업 컨설팅, 학교 축제 교사 공연팀 등 주로 학교 및 교육 관련 일인데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러브콜이었지요. 바로, 아마추어 콩쿨을 나가보지 않겠냐는 발레 선생님의 제안이었습니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발레 콩쿨이라니. 90세에 아들을 보게 될 것이라는 여호와의 음성에 사라가 어찌 빵 터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게다가 3월이면 화장실도 갈 새 없이 바쁜 시기인데 콩쿨 준비를 한다는 것은 비현실성을 넘어 망상에 가까운 발상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지요. 그런데 아주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늘따라 맨날 틀리던 바(Bar)나 센터 동작 순서도 틀리지 않고 제법 잘 수행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어요? (참고로, 전 학습이 느린 편이어서, 맨날 마..

교육 2024.09.26

<죽이고 싶은 아이>와 형제애 (작성중)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뒤에서 내 욕을 하지 않을 친구라 좋았고, (중략) 내가 잘못해도 실망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지 않아서 좋았어. - 이꽃님 p.103 아이들이 읽어보라고 권하는 책들은 대개 흐응 하며 못들은 척을 한다. 수준 높은 독서가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행세하며 이렇게 떠벌리는 모습이 부끄러운 줄 알면서도, (꼭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닐지라도) 뭔가 생각의 깊이가 덜하거나 절제되고 정제된 언어로 작성된 책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더는 못 읽겠는 것이다. 는 아이들이 열광하면서 몇 번을 재독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궁금증이 생겼으면서도, 자극적인 책 제목에 대한 거부감이 들어서 책 표지를 넘기기까지 아주 많은 날이 소요되었다. 막상 펴니, 내용도, 구성도, 문체도 참 좋아서, 졸음을 ..

도서 2024.09.24

결핍과 몰입, 그리고 눈동자

결핍 알랭 드 보통은 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을 결핍과 연결시킨다. 자신의 삶에, 그리고 내면에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대상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심의 회색 콘크리트 건물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사람은 자연 경관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낄 확률이 높고,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콘크리트 벽에서 미학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지지 못한 것,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이랄까. 몰입,에의 향수 주말 내내 틈만 나면 피아노 연습에 집착하다시피 한 것은, 내 삶에서 ‘일이 아닌 무언가에 가만히 몰두하는’ 일이 너무 필요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인 것 같다. 간만에 하루 두 시간 가까이 피아노 연습을 했다. 일 년에 걸쳐 배우며 마르고 닳도록 치곤 했던, 새로운 곡을 연습하면서부..

일상 2024.09.23

가치와 수업, 하이퍼링크와 팝콘브레인

어제는 퇴근하고 와서 앉아 내려다보니 덧신이 짝짝이였다. 샤워를 하는데 한기가 느껴졌고, 창문을 여니 추웠다. 철야예배 드리고 나서 잠시 쉰다고 누웠는데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오늘도 그냥 글쓰기는 못 본 체 잠들어버리고 싶었는데 오후에 마신 말차라떼의 도움(!)을 받아, 글을 시작한다. #1. 가치와 수업 무신론자인 알랭 드 보통이 불안 문제의 대안으로 “재능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모두가 존중받고 사랑을 받는” 기독교 신앙을 제안한 부분을 발췌독하고 있는데, 어제와 그제, 아이들이 상당히 진지한 태도로 수업을 경청하였다. 아이들의 생각이 깊어지는 것이 느껴져 뿌듯하다. 제법 자기 주도적 학습을 이어가는 아이들도 눈에 띈다. 수업에 의미와 가치를 담아내는 것은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다. #2. ..

교육 2024.09.21

인식의 틀 - 차이코프스키의 메롱 메롱과 뒤끝 작렬 엄마

인식의 틀 인식의 틀이란 게 참 희한하다. 한 번 어떤 식으로 사고하기 시작하면 그 틀을 깨기란 정말 쉽지 않다. 어릴 때 가만히 누워 벽지의 문양 속 패턴을 관찰한다거나, 구름을 쳐다보며 이미지나 모양을 상상해 보곤 했는데, 한 번 코끼리 모양으로 인식이 되면 계속 코끼리만 보이고, 자동차는 구름 모양이 변하기 전까지는 계속 자동차다. 지금부터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8월을 연습하고 있다. https://hn47749.tistory.com/368 심성모형을 적용하여 피아노 연습을 하며 학습의 원리를 깨우치다첫째, 악보의 조성부터 파악하고, 오른손 음계를 더듬더듬 짚어 나가며 멜로디를 익힙니다. 둘째, 왼손 반주를 익히고,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 연습합니다. 셋째, 양손을 ..

일상 2024.09.18

<순재와 키완>을 통한 본질과 교과교육론에 대한 단상

하지만 내 생각에, 그건 세계와 역사와 운명을 과소평가하는 소리였다. 폭포의 물줄기에서 물방울 하나가 잠깐 거꾸로 튀어 오른다고 절벽 전체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물결은 그대로 흐르고, 순재는 강의 흐름을 거꾸로 뒤집지도 않고, 폭풍우를 몰고 오지도 않고, 이미 정해진 일들을 멈추지도 못할 것이다. 많은 물속에 자연스럽게 다시 섞여 쓸려 내려갈 뿐. - 오하림 p.112 이것이 어찌 어린이 문학에 실릴 수 있는 글이란 말인가. 블로깅 하다가 접하고 읽게 된 책에서 또 다시 받는 진지한 충격을 두 가지 관점에서 표현해보려 한다. 현상 이면의 본질의 문제일까? '짱구는 못 말려'가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모양을 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성인물인 것처럼, 현상 이면의 본질은 다른 모양을 할 때가 많다. 잘 된 ..

도서 2024.09.17

아름다움을 위한 게으름

간만에 한껏 게으름을 피웠다. 자고 싶은 만큼 자고, 치고 싶은 만큼 피아노를 쳤으며(몇 년 간 악보를 펴지도 않던 초기에 배운 곡들마저 한 번씩 시도해 보았고, 그 중 몇 곡은 제법 기억을 되살려 더듬더듬 연습을 해보기도 했다), 읽고 싶은 만큼 책을 읽었다. 잠이 오기에 ‘게으름’에의 미련을 버리고 부지런히(?) 책을 덮었다. 나름 이유는 있다.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상상하는 중이다. 은퇴 준비를 시작하시는 목사님의 글과 생각이 왜 그토록 아름답게 느껴졌는지, 수업 회의 할 때 우리는 왜 맨날 웃고 우는지, 어떤 것들은 영속적인 아름다움에 속하고 어떤 것들은 곧 사그라질 것들이며, 또 어떤 것들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어떤 것들은 아름답지 않음의 범주에 속하는지, 아이들에게 이러한 생각을 해보도록..

일상 202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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