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27

대니얼 카너먼의 결합 오류가 시사하는 적용점 두 가지

대니얼 카너먼은 2부 어림짐작과 편향 중 15장에서 결합오류(conjunction fallacy) 개념을 소개합니다. 결합오류의 정의와 예시, 그리고 적용점을 함께 살펴보시죠. 결합 오류의 정의와 예시 A일 확률과 A이면서 동시에 B일 확률 중 더 일어날 확률이 높은 것은 조건이 하나인 A이지만, 어떤 개연성 혹은 유사성을 부여할 경우 사람들은 기본적인 논리 규칙을 무시하고 A이면서 B일 확률에 가중치를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31세의 미혼이며, 직설적이고, 똑똑하고, 철학을 전공했고, 차별과 사회 정의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반핵 시위에도 참가한 경험이 있는’ 가상의 인물 린다의 직업으로 더 확률이 높은 순서를 매기라고 할 때, 대다수의 피실험자가 린다가 ‘은행 창구 직원’일 확률보다 ‘은행..

도서 2024.08.31

가치 판단과 대니얼 카너먼의 시스템 1 & 2

대니얼 카너먼은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고 직관적으로 사고하고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자동 반사'와 같은 사고 과정을 시스템 1, 직관에 의존하지 않고 신빙성 있는 근거를 통해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을 시스템 2라고 명명하였다. 귀찮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시스템 2를 적극적으로 구동할 때, 오류가 적은 판단을 내릴 확률이 커진다고 그는 설명한다. 오늘 나는 이것을 가치 판단의 영역에 대입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가치 판단을 할 때 오랜 숙고의 과정 없이 즉시 가동되는 것은 나의 이해관계 혹은 단기적 손익에 대한 계산(시스템 1)이다. 한편 좀 불편하기도 하고 인내하며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것은 타자와 공동 선(善)에 대한 고찰, 혹은 장기적 발전에 대한 고려(시스템 2)이다. 어떤 정책이 ..

일상 2024.08.30

감정과 판단 - 나를 위해 상대의 감정을 지켜주기

감정의 영향력 대니얼 카너먼은 에서 폴 슬로빅 연구팀이 주창한 '감정 어림짐작' 개념을 인용합니다. 사람들이 어떤 대상을 좋아하는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감정적인 요소가 판단과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데요, 대개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이 감정에 휘둘리기 보다는 여러 요인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를 통해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믿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이 연구결과는 우리의 판단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다소 떨어뜨릴 수도 있겠습니다. (겸손을 잃지 않게 만든다,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나을까요?) 그래서 무언가 예민한 사안에 대한 이야기를 논하거나, 판단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가 제법 중대한 경우에는 판단에 대한 충분한 검증 및 숙고의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감정을 배려하며 갈등 해결하기  오늘 아..

카테고리 없음 2024.08.29

역할극 수업 진행을 위한 아이디어 #3 - 루브릭을 정교하게 만들기

역할극 말하기 수행평가를 준비하면서 동료 선생님들과 고민한 지점은 다음의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다른 아이들이 대본을 열심히 짜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그냥 무임승차를 해버리는 상황 둘쨰, 아무런 소품 없이 건성으로 발표에 임하는 상황 셋째, 작은 소리로 책 읽듯이 대사를 말하여 청중에게 대사 전달이 잘 이루지지 않는 상황 본문 진도를 나가면서 자투리 5~10분 정도 틈틈이 대본작성 및 연습 시간을 부여해왔기에, 소품 준비나 연기 연습에 아주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동료 선생님들과 협의하여 낸 결론은, 우리가 원하는 바를 채점기준표에 포함하자는 것이었습니다. 2023년과 2024년의 채점기준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먼저 2023년도 채점기준표는 역할극이라기보다 시각자료를..

교육 2024.08.27

불안한 욕망에서 벗어나기, 그리고 가치 교육

신앙의 상실과 불안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의 요소 중 하나로 믿음의 상실을 이야기 한다. 내세에 대한 소망이 없어져서 유한하고 한시적인 생애에 걸쳐 부와 권력을 붙잡고 쟁취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따라서 이 시대의 불안이 더욱 증폭되었다는 것이다. 기대의 좌절에 따르는 위험은 내세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서 더 심각해졌다.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영원한 삶의 짧은 서곡에 불과하다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성공이 영원한 삶을 배경으로 보면 순간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질투심으로 흐르는 마음을 다독일 것이다. 그러나 내세에 대한 믿음이 과학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유치한 아편에 불과하다고 해석해버린다면, 성공하고 자신을 실현하고자 하는 압박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

교육 2024.08.25

예술은 잠이고 약이다(작성중)

아주 피곤할 때 종종 겪는 일이 있다. 졸음을 견딜 수가 없어서 신호 대기 중에 잠시 눈을 감고 있는다. 신호가 바뀌고 앞차가 출발할까 봐서 화들짝 놀라 눈을 떴는데 아직 빨간 불일 때 심장의 두근거림, 그리고 아직 파란불이 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조금 더 눈 감고 쉴 수 있는 몇 초가 지나가버린 데에 대한 아쉬움. 요즘 자주 겪는 일이다. 컴퓨터를 챙겨 넣으며 계획한 화요일 발표 준비는 설거지와 1박 워크숍 준비로 퉁쳤고, 글쓰기도 오늘은 제끼고 싶었는데 알랭 드 보통이 불러 앉혔다. 이상한 양반이 있었노라고, 보통이 소개한다. 아널드는 옥스퍼드 대학의 시학 교수로 우울한 시들이 담긴 얇은 시집을 여러 권 써서 지식인 무리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는 끝에 은이 달린 지팡이를 들고 런던 거리를 걸어다니는..

도서 2024.08.23

실수를 통해 수업 분위기 형성의 힌트를 얻다

매일 잔소리만 하던 학급 아이들과 함께 왁자지껄 웃을 일이 있었습니다. 어째서 웃어느냐면요, 제가 실수를 좀 했거든요. 들어보시렵니까? 본문에 대한 T/F 질문의 답을 확인하는 중이었습니다. 본문에 나오지 않은 내용에 대한 문장이어서 답을 일단은 'F'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부연했지요. 엄밀하게 말하면, 알지 못하는 사실이므로 '거짓'이라기보다는 '알 수 없음'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요. 그러면서 '알 수 없음'이라는 의미의 영단어 Unknown을 옆에 적어 넣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킥킥거리는 것이었습니다. 뭘 잘못 썼나? 제가 화면에 띄워놓고 작성하던 파일을 보고 저도 마구 웃었습니다. 혹시 상상이 되시나요? F 옆에 Unknown... 학생들의 눈에는 다음과 같이 앞의 두 글자만 확대되어 보였..

교육 2024.08.22

적극적 vs. 소극적 버전 - 협동학습도 안성맞춤으로

저는 오늘 오랜만에 뒷목이 뻐근하지 않습니다. 오후 수업을 마치고 휴게실에서 잠시 눈을 감고 쉬고, 저녁 온라인 연수를 들으며 잠시 단잠에(^^;;) 빠져들었더니, (물론 다리에 힘이 없고 약한 몸살 기운 같은 것이 있지만) 몸이 상당히 가뿐합니다. 그러고 보면 행복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봅니다. 반가운 사람들의 소식, 응원의 눈빛, 잠깐의 도움의 손길, ... 아주 작은 무언가가 우리로 하여금 순간순간을 견딜 힘을 보태주는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주 작은 요인이, 뭔가 잘 안 굴러가던 수업의 분위기를 전환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1. 오늘의 협동학습 - 인터뷰 질문 만들고 답하기 교과서 본문을 읽고 각 인물에게 인터뷰 질문을 만들어보고, 본문의 단서에 대한 추론을 통해 해당 인..

교육 2024.08.21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위안과 위험 (작성중)

위안 주말도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문서 작업에 매달려 있던 탓에 뒷목이 당겨 오고, 머리가 멍하고 속은 더부룩한 가운데에서도 내가 자유함을 느낀 순간들은, 피아노칠 때, 책 읽을 때, 그리고 발레학원 갔을 때. 첫째, 보고서로 온통 집중되었던 주의를 잠시나마 다른 데로 돌릴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고, 둘째, 예술 자체가 영혼을 고양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보고서도 제법 마무리가(드디어!) 되었고, 피아노, 발레, 독서를 모두 (아주 조금씩이나마) 했다는 점에 기쁘다. 위험 '불안'을 주제로 2학기 수업을 구상하며 키건의 을 다시 펼쳐 들었는데, 이번에는 수녀원의 분위기가 눈에 들어왔다. p.26 수녀들은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감독하는 한편 잘사는 부모들에게 인사를 했다. p.48 또 수녀..

도서 2024.08.20

알랭 드 보통이 <불안>을 통해 제기한 도덕성에 대한 의문

이 시대의 불안의 문제에 대한 답을 얻고 싶어서 한동안 덮어두었던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얼마 전부터 선생님들과 함께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책을 읽으며 도덕성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어 느낀 바를 책에서 발췌한 내용과 함께 기록하려 합니다. 19세기의 도덕성 다음은 앤드루 카네기가 자선행위에 대해 그의 저서 에 기록한 내용이라고 하네요. 이른바 자선행위에 쓰는 1,000달러 가운데 950달러는 차라리 바다에 버리는 것이 낫다. 자선으로 먹여 살리는 주정뱅이 부랑자 또는 무익한 게으름뱅이 하나하나가 이웃을 부도덕하게 감염시킨다. 열심히 일하는 근면한 사람에게 그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더 쉬운 길이 있다고 가르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정은 적을수록 좋다. 자선 행위로는 개인이든 인..

도서 202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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