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26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윤리적 딜레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마주할 때가 있다. 내가 지닌 가치관과 신념에 맞지 않는 일을 앞에 두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이나, 혹은 심지어 옳다고 믿지만 상반된 두 가지 이상의 선택지가 이 내 안에서 충돌을 일으키는 순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고민하는 과정은 엄청난 내면의 갈등을 가져온다. 핵무기를 개발한 오펜하이머도 그랬을 것이다. 세계 2차 대전을 일으키고 대량 학살을 자행한 전범 나치보다 빨리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쏟아부었다. 플루토늄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하게 된 오펜하이머는, 동시에 자신이 개발한 대량살상무기가 가져올 파괴력으로 인해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다. 나치의 잔혹행위를 멈추어야 한다는 명분과 이로 인해 얻..

일상 2023.11.17

재료 효능으로 알아보는 김치의 탁월함

부모님이 텃밭에서 손수 농사지으신 배추, 무, 생강, 마늘을 가지고 김장을 했습니다. 학창 시절 어머니께서 김치를 담그실 때 고춧가루 가져다 드리는 등 허드렛일을 조금씩 도와드렸던 것, 미국 거주할 때 인터넷 찾아가며 김치라고 부르기 민망한 무언가를 두어 번 만들어본 것 말고는 이 나이에 김장을 처음으로 해보았지요. 농막 앞 테라스 기둥에 커다란 비닐을 둘러도 못다 막은 바람과 발 시림을 견뎌가며 하루종일 김장을 했더니, 강도 높은 업무로 인해 발생한 피로에 더해져 온몸이 휘청거릴 지경이 되더라고요. 농막의 뜨거운 온돌 바닥에 몸을 뉘어 쉬고 집에 오니, 김치에 대한 포스팅을 할 기운도 생기네요. :) 오늘은 배추김치에 들어가는 재료별 효능을 통해 김치의 탁월함을 알아보겠습니다. 1. 배추항염 및 항암 ..

일상 2023.11.11

업무 처리할 때 협조를 잘 얻어내려면(디테일의 힘)

일을 처리함에 있어 동료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 순간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활용하면 협조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다. 1. 어조의 온도 높이기 사무적인 말투는 마음을 얻어내기 어렵다. 반면 따뜻한 어조는 무언가 요청에 거절하기 어려운 마음을 부여한다. 다음의 두 메시지를 비교해 보자. 예시 1 [학교평가 설문 협조 요청] 현재까지 30분이 응답해 주셨습니다. 오늘까지 설문 참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예시 2 [학교평가 설문 협조 *마지막* 요청] 현재 55분의 선생님 중 30분께서 응답을 해주셨습니다! 혹시 서술형 응답의 압박으로 답변 제출을 미루어 두신 선생님 계실까요? >_< 고민하실 필요 없이 '없음'이라고 적어주셔도 된답니다!!! 선생님의 *소중한 의견, 그리고 귀한 시간* 내주심에 감사합니..

일상 2023.11.10

법정 의무교육과 나의 투덜거림(꼭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하여)

법정 의무교육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선업안전보건교육, 직장 내 성희롱예방교육, 개인정보보호교육,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퇴직연급교육 등 관련 법에 따라 기업에서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이라고 하네요. 교직원도 예외 없이 법정 의무연수를 수강해야 한답니다. 그리고 다음은 교사가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연수의 목록이랍니다. 물론 해야죠. 필요하고요. 자신과 타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일이니까요. 그런데... 리스트를 보아하니 조금 요식행위가 되기 쉬운 부분이 분명히 있겠지요? (저도 부끄럽지만 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화면 한쪽에 원격연수를 틀어놓고 클릭 클릭을 하고 있어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수강할 경우 학습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경고문구가 유난히 크게 보이네요.) 제 올해 업무 중 하나는 선생..

일상 2023.10.19

새치기에 대하여

정신없는 수업과 업무로 휘몰아치는 오전 시간을 보낸 후 부랴부랴 조퇴를 하고,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온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갔다. 점심을 먹고 도착한 시각은 1시 22분. 두둥, 이 소아과는 점심시간이 1시부터 2시여서, 앞으로 40여 분을 기다려야 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래도 2시 땡 하면 진료 보고 바로 집에 가서 업무도 좀 보고 낮잠도 좀 자고 피아노도 좀 칠 수 있겠거니, 했다. 그렇지가 않았다. 20분 정도 지나자 한두 사람씩 몰려들더니 1시 50분경에는 불 꺼진 소아과 앞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책을 읽어보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오후 진료 순서 1번을 사수하지 못할 것만 같은 불안감에 책 내용은 도통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드디어 불이 켜졌고, ..

일상 2023.09.18

냄새와 게으름에 대한 사유

1. 게으름에 대하여 게으름이 자랑스러운 때도 있다. 대체로 나는 수업 하나를 구상하기까지, 한 장의 학습지를 만들기까지, 충분한 구상과 잉태, 혹은 숙성의 기간을 거친다. 즉흥적으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도 있어서 학습지를 뚝딱 만들어내는 순간도 더러 있으나, 대개는 시간이 필요하다. 먼저 지문을 한 번 읽어보며 기본적인 내용을 파악한 후에는, 상상을 시작한다. 교과서 지문이라는 원재료를 가지고 어떤 요리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결정하기까지는--교과서 지문은 질문 만들기 수업이 재료가 될 수도 있고, 연극 대본으로 재탄생할 작품의 원작이 될 수도 있고, 글을 구조를 분석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기에--시간이 필요하다. 파블로 네루다를 제법 읽어보기라도 한 양 그의 말을 인용하기가 민망하긴 하지만, 시가 나..

일상 2023.09.14

프*다가 너의 가치를 높여 주지는 않잖아,

제게 하는 말이에요. 반말에 놀라셨다면, 죄송해요. 방학을 맞아 한국에 놀러 온 사촌언니가 자신은 안 어울려서 착용하지 않는다며 선글라스를 선물로 주었어요. 고맙다며 받고 보니 어머나, *라다인 거예요. 가슴이 벌렁거리더라고요. 프.라.다.라니... 뭐 명품이 있으면야 멋지고 좋지만, 명품을 소비하는 데 제 삶의 우선순위가 있는 편은 아니(라고 믿)고, 그런 물건들을 덤벙덤벙 살만한 여유도 없어서 프라다는 '그 어느 누군가의 것'으로만 여겨왔는데 말이죠. 어디 멋 부리고 나갈 일도 없었고, 지난[혹은 아직 지나고 있는;;] 여름은 이래저래 마음이 쉽지 않았어서 뭔가 프*다 선글라스를 끼고 어디라도 나가는 것이 적당하지 않게 여겨지기에, 선물 받고도 한 달 반 가량을 서랍 속에 고이 모셔놨어요. 잃어버릴까..

일상 2023.09.10

택배 기사님 전상서, 그리고 추석 택배 마감 일정

지난 6월 하순에 있었던 일이에요. 교무실 선생님이 나눠주신 초당 옥수수가 맛있길래 시부모님께도 한 박스를 보내드렸어요. 옥수수는 심장 건강, 체중관리, 염증완화, 항암효과, 당뇨예방, 치아건강, 골다공증 예방 등 효능이 엄청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 전화드려 확인을 해보니 아직 옥수수가 도착을 안 했다고 하시는 거예요. 발송완료 처리가 되어 있고요. 판매자께 문의를 남겼더니, 분실된 것으로 파악이 되어 택배 기사님이 배상을 하기로 하셨고, 새로운 옥수수를 발송해 주신다 하더라고요. 택배기사님 좀 힘드시겠다는 생각이 잠시 든 후 그러려니, 했는데 오늘 수업 중에 전화에 불이 나더라고요. 옥수수 판매자예요. 알고보니 제가 주소를 잘못 입력했다더라고요. 옥수수 판매자의 요구는, 처음 분실된(그..

일상 2023.09.10

생각없이 일하면 생기는 일

최근 외부 강사님을 초청하는 업무를 진행했다. 다른 교과 선생님들 배려해 드리는 차원에서 내가 한꺼번에 모아 공문을 발송했는데, 그것도 너무나 정신없는 와중에 발을 동동 굴러가며 간신히 해냈는데, 실수가 있었다.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외부강사의 강의의 경우 성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를 받게 되어 있다. 학생 대상 연수가 아니더라도, 학생이 학교에 있는 시각에 외부강사가 학교에 방문하여 강의를 진행하는 경우 해당 문건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현직 교사는 예외인 것을 몰랐다. 엄밀히 말하면, 완전히 간과했다. 나도 다른 학교에 가서 강의를 할 때 그런 문서를 제출한 기억이 없으므로. 그런데 그런 기억에 비추어 판단할 시간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 결과, 그런 문서를 요구 받았을 때 강의하러 오시는 선..

일상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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