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30

빛과 미소와 생명

#1. 빛 출근길, 가로등 불빛이 꺼졌다. 퇴근길, 깜빡, 하고 가로등 불빛이 켜진다. 어둠의 시간이 시작된다. 하지만 빛이 있어, 길을 밝힌다. #2. 미소 나에게 2학기 영어수업은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왜냐하면 재미있게 영어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어 수업시간에는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 같다. 어느 학생이 수업 성찰록에 남긴 글이다. 분명 독자를 의식하고 쓸 수밖에 없는 글이지만, 그래도 참 고맙다. #3. 구급차 구급차가 지나간다. 안 멈추고 직진하는 차량 사이로, 간신히. 안전하게 신속하게 목적지에 도착하여, 적절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기를. 생명을 위해 기도한다.

일상 2023.12.29

어느 교사의 방학 전 증후군, 아니 감사 기도

방학 전 증후군, 그리고 첫 번째 감사 계속 늦잠을 잔다. 샤워하며 코를 풀 때 매일 코피가 난다. 이 주 정도 됐나 보다. 목덜미와 어깨가 심하게 뻐근한 지는 더 오래다. 자기 전엔 매일 오한이 든다. 오늘은 혀에 검은 반점을 발견했다. 방학 전 증후군 치고 이번엔 좀 심하다. 유독 극성스럽게 살아온 탓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잘 것이다. 여행 가서도, 여행 다녀와서도. 적어도 며칠은. 방학이 와서 다행이다. 참 감사하다. 두 번째 감사 방학이 시작하기 전에 과목별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쓰기 시작한 것은 수 년 만에 처음이다. 폭풍 업무를 감당하긴 했어도, 비담임인 덕분이다. 세 번째 감사 맡아주실 분께서 일을 맡아주셔서, 어떤 일을 간신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며칠 마음 고생을 했는데, 정말 감사한 ..

일상 2023.12.28

애도

고 이선균 씨의 소식을 듣고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선균 씨를 위해 한 번도 기도하지 않았음을. 성도는 마땅히 기도해야 하는 존재인데. 비통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한 사람의 목숨과 삶이, 사람들의 무신경한 가십거리가 되지 않기를. 그의 자녀들과 아내분이 이 아픔의 시간을 잘 견뎌내기를. 그리고 우리가 모두 함께 애도하며 기도하기를.

일상 2023.12.27

교만, 몰이해, 그리고 소통

#1. 교만업무 회의를 하고 마음이 편치 않다.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좀 함께 짐을 져주실 생각은 없으신 것인가요? 라고 호소하듯 말하던 나의 모습이 굉장히 교만한 모습이었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나는 심지어, 우리 부서의 업무를 가져가 주시겠다는 말씀을 하시는 다른 분께 '그것은 저희 부서의 업무와 더 관련성이 높아 보입니다.'라고 말하며 짐짓 의로운 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결국 그 업무를 못 이기듯 떼어 드리게 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마치 들으시라는 듯이. 교만했다. #2. 몰이해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분의(다른 분이다) 용기 있는 저는 못 하겠습니다. 로 인해 내가 맡게 된 업무에 대하여, 엄청난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알게 되었다. 그 분..

일상 2023.12.26

성탄

#1 이제는 정말 자동차 열쇠를 찾아야 하는 순간이 왔다. 자동차 계기판에 열쇠 배터리가 다 되었음을 알리는 표시가 떴기 때문이다. 열쇠를 찾아볼 기력도 시간도 없어, 어디에 떨어뜨렸는지 모르겠는 열쇠를 차에 두고, 문을 잠그지 않은 채로 다닌 지 두 달은 족히 되었나보다. 하지만 괜찮았다. 나는 너무 힘들었으니까.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아니었으니까. #2 새벽예배 시각이 다 되어 도착했더니, 교회 주차장이 가득 찼나보다.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줄지어 기다리던 그 곳에서 그대로 시동을 끄고 나오는 성도들이 보였다. "여기에 주차를 해도 괜찮을까요...?" "딱지를 떼기도 해서, 예배 직후에 나오셔야 할 거예요." "아, 예..." 마음이 어려웠다. 이건 법규를 위반하는 일이고, 타인에게 피해..

일상 2023.12.22

감사

매일 신문을 받아만 보았지, 비 오는 날에도 비에 젖지 않은 신문을 배달하는 손길은 못 보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도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해주는 손길들이 곧 이 거리를 말끔하게 해주겠구나. 내가 인내하며 그저 묵묵히 해내는 일들이 또한 누군가에게 유익을 가져다 주겠지. 그렇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닌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없다.

일상 2023.12.15

압도당한 기분일 때는

중고서점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좋은 책들을 좀 골라야 하는 일이 있어서요.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책은 단 한 권도 고르지 못하고 (심지어 제대로 몇 자 읽어보지도 못하고!!) 책 제목만 구경하다 발길을 돌렸습니다. 세상에 책들은 많아도 너무 많고, 제가 아는 것들은 없어도 너무 없지 않겠어요? 좋은 책을 좀 만나고 오겠다는 과업 달성은커녕, 압도당한 기분에 무력감만 더해진 채 터덜터덜 돌아왔지요. 살다 보면 이런 순간들이 많아요. 저는 최근에 더욱 이런 증세를 많이 느꼈어요. 이런 기분이 유독 많이 느껴지는 순간들과 대처법을 좀 알아볼까요? 1. 우리가 무력감을 느끼는 순간들 1.1. 일감이 몰려있을 때 해야 할 일은 많고, 정해진 시간은 다가오는데 일이 진전이 별로 없을 때 우리는 한없이 조바심..

일상 2023.12.10

세상을 사랑하는 법

1. 외국인 친구를 사랑하기 대만에서 친구가 사촌동생과 함께 놀러 왔다. 10년 여 전 대만에서 처음 만난 오랜 인연이다. 한국문화에 관심이 있어 한국어교실에 등록했던 소녀가 이제 사회인이 되었다. 요리사인 사촌동생을 소개하며, 공부를 못해서 요리를 배웠다고 덧붙였다.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사촌동생은 요리사인 자신을 소개하는 사촌언니의 말을 듣는 내 얼굴에 스치는 당혹감을 보고, 어리둥절하면서도 멋쩍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다급하게 말했다. 요리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잖아요. 게다가 요리동아리 학생들을 보면서, 요리가 얼마나 치유하는 힘이 있는지를 깨달았어요. 동생한테 통역해 주세요. 사촌동생의 얼굴이 밝아졌다. 요리해서 나눠주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2. 지하철 옆 사람을 사랑하기 피곤을 견딜 수가..

일상 2023.12.03

내가 사랑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증거

1.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 나의 소식을 궁금해하고, 나의 이야기를 듣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사랑 받는 사람입니다. 저는 어제 오랜만에 친구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통화를 하며 업무를 진행하며 느끼는 고충을 나누는데, 큰 위로를 받았지요. 2.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 내가 힘들어서 무너질까봐, 혹은 건강이 나빠질까봐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사랑 받는 중입니다. 어제는 연일 스트레스 받아가며 일하고 있음을 아시는 친정 어머니께서 들르셔서 미역국을 끓여주시고, 이불을 정리해주고 가셨습니다. 3.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 힘내라고 작은 쪽지를 건네주거나, 음악을 추천해 주거나, 토닥여주거나, 따스한 눈빛을 보내주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제..

일상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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