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뢰디거, 마크 맥대니얼, 피터 브라운은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서 일반적으로 효과적인 학습방법이라고 알려진 반복 읽기(rereading)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대안으로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를 제안합니다. 교재를 수 차례 단순 반복하여 읽는 것(심지어 필자는 이를 '시간낭비'라는 과격한 용어를 사용하여 표현합니다)보다는, 적용, 실습 등 실제로 학습한 내용을 활용하는 훈련을 거치는 것이 학습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죠.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운전면허 이론을 달달 외우는 행위와, 실제 운전 능력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잖아요.
글쓰기는 좋은 인출 연습에 해당됩니다. 이 내용은 어제 방영된 교실이데아에서 수능 시험의 한계를 지적하며, 차라리 에세이를 한 편 쓰도록 하는 것이 실질적인 영어실력 측정에 훨씬 적합하다는 전문가 의견에서도 확인할 수 있더라고요.
https://youtu.be/v009J2P3abY?feature=shared
오늘은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는 요령 네 가지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1. 글쓰기의 구조 가르치기
글쓰기를 할 수 있으려면, 글쓰기의 기본에 해당하는 이론을 먼저 익혀야 합니다. 운전 실습을 하기 전에 도로교통법, 자동차 조작법 등 기본적인 이론을 숙지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글의 제목-서론-본론-결론을 어떻게 작성하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글을 쓰는 게 좋고 또 중요하다니까 글을 써보도록 하는 것은, 운전대 일단 한 번 잡아보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위일 테니까요.
또한 비교적 형식의 제한이 없는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되려면, 기본을 잘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본기 없는 자유는 무질서와 혼돈에 가깝지요.
2. 빈칸과 함께 제시하기
이론을 제시할 때, 그냥 텍스트를 제시하는 것보다 빈칸을 포함하여 학생들에게 제시하면, 맥락을 파악하고 적절한 단어 및 단어의 형태를 추측해 가며 훨씬 적극적인 읽기를 할 수 있게 됩니다.
3. 흥미로운 예시를 사용하기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적절한 예시를 사용하여 설명하는 것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저는 서양식 글쓰기와 동양식 글쓰기의 차이점을 설명해 주기 위해, 기본적 문장 구조의 차이점부터 설명합니다. 다음은 제가 글쓰기를 가르치기 시작한 순간부터 매년 사용해 온 예시입니다.
"'나는 너를 평생 동안 사랑한다'인지,
'... 사랑하지는 않는다'인지,
'... 사랑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사랑한다'인지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알아요."
"맞아요. 동사가 문장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문장의 구조는 단락의 구조에도, 글 전체의 구조에도 투영되어
동양식 글쓰기는 대체로 미괄식 구성을 따릅니다.
반면 서양에서는 'I love you.'인지, 'I don't love you.'인지
동사가 주어 바로 뒤에 나옵니다.
문단의 구조도 마찬가지예요. ..."
재미있으신가요?
학생들의 눈이 예나 지금이나 반짝이게 만드는 데 성공하는 예시입니다.
이런 식으로 글의 구조를 먼저 알려준 후 실제 글쓰기를 하면 글쓰기를 잘할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추게 됩니다.
4. 글쓰기 연습하기
이론을 학습한 후에는 실제 글을 쓰는 인출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일단 우리말로 개요를 작성해 보도록 한 후에는 주제문장, 뒷받침 문장, 결론 문장의 적절성에 대한 개별 피드백을 제공해 줍니다.
직전에 이론을 배웠지만 많은 학생들이 적용하는 것을 특히 학술적인 글쓰기를 처음 시도하는 단계에서는 많이 어려워합니다. 반복적인 인출 연습이 필요하지요.
글쓰기 훈련을 받은 학생들의 반응입니다.
시험 문형에 대한 연습을 했을 뿐, 시험 문제를 유출한 일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된답니다. :)
제법 열심히들 한 것 같지요?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에구, 제게 오늘의 글쓰기 훈련은 유달리 힘겹게 느껴지네요. 그러나 학생들에게 그렇듯, 글을 써보려는 저에게도 반복적인 인출 연습이 필요한 것이겠지요. 노력을 많이 들여 배운 지식일수록 더 깊이 남고 오래간다고, 헨리 뢰디거 외 선생님들이 그러셨으니까요. ㅎㅎ
평안한 밤 되시고 기쁜 새 날 맞이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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