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탕후루 챌린지가 불편한 것은 나 뿐인가?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8. 12. 23:29
728x90

 
 
잔소리의 발단과 전개

 

그럼 내가 선배 맘에 탕탕 후루후루 

 
 
아이들이 언제 적부터 부르는 것을 그냥 두고 보다가 오늘은 한 마디 했다.
엄마는 그 노래가 너무 듣기 불편했는데 참다가 이제 말한다고.
 
(어쩌고 저쩌고 잔소리는 잠시 후에 소개한다.)
 
 
 
실은, 탕후루 챌린지를 따라 하고 있어서 혼을 내기 시작했던 것은 아니고, 
 
 

오빠 오빠 차 있어? 오빠 오빠 돈 많아? 

 
 
라는 말을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하는 것을 듣고 기겁을 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말을 듣고 왔느냐고 호통을 쳤더니, 그냥 챌린지일 뿐이란다.
 
 
 
하지만 내게는 그냥 챌린지가 아니었다. 나의 불편함을 형용해 보려 한다.
 
 
 
 
 
 
 

챌린지에 나타나는 문화 현상 

 
두 챌린지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화자는 여성이고, 청자는 연상의 남성이다.
2. 매우 짧고, 자극적이며, 전후 맥락이 없다.
 
먼저 1번은 여성은 유혹하고 남성은 지불하는, 아주 오랜 가부장적 문화가 반영되어 있다. 2번은 숏츠나 릴스로 대변되는, 현대 문화의 단면을 나타내는 말들이다. 다음 노래 가사를 살펴보자.
 
 
티라미수 케익
 - 김성철
 
소년 소녀 백서
그런 그녀 있어
Ooh You Know
소리 없이 다가온
소문처럼 다가온 사람
별처럼 빛났던
너를 보게 됐고
Fall in Love
찬란했던 그 미소
두 눈에 가득했던 파도
난 너를 보면
Tiramisu Cake Tiramisu Cake
마치 넌 Tiramisu Cake
달콤한 Tiramisu Cake
Tiramisu Cake 그대의
Tiramisu Cake 입술과
Tiramisu Cake 눈동자
Tiramisu Cake Tiramisu Cake
Tiramisu Cake
마치 넌 Tiramisu Cake
달콤한 Tiramisu Cake
점점 Tiramisu Cake
너를 꿈꾸네 Tiramisu Cake
Tiramisu Cake
감정들은 Faster
장면들은 Return
Ooh Hello
가득 차네 네 얼굴
잠깐의 착각인 줄 했네
용기를 내봐도
반응 없는데도
Going Heart
자꾸 난 너를 향해
자꾸 넌 달아나는데도
널 떠올리고
Tiramisu Cake Tiramisu Cake
마치 넌 Tiramisu Cake
달콤한 Tiramisu Cake
Tiramisu Cake 그대의
Tiramisu Cake 입술과
Tiramisu Cake 눈동자
Tiramisu Cake Tiramisu Cake
Tiramisu Cake
마치 넌 Tiramisu Cake
달콤한 Tiramisu Cake
점점 Tiramisu Cake
너를 노래해 Tiramisu Cake
Tiramisu Cake
Tiramisu Cake Tiramisu Cake
Tiramisu Cake Tiramisu Cake
Tiramisu Cake Tiramisu Cake
Tiramisu Cake Tiramisu Cake
Tiramisu Cake Tiramisu Cake
마치 넌 Tiramisu Cake
달콤한
넌 넌 나를 웃게 해
Tiramisu Cake Tiramisu Cake
 
 
티라미수 케이크에 그녀에 대한 사랑을 비유한 까닭은 오로지 달콤하다는 것뿐, 어느 날 사랑이 시작되고, 보기에 아름다웠고, 계속해서 생각이 난다는 어떤 서사와도 긴밀한 연결성이 보이지 않는다. 시상을 응축하여 정수를 뽑아낸 시의 언어라기보다, 그저 보이고 들리는 것이 전부인, 심상의 강박적인 재현으로 보인다. 그리고 너무나 많은 노랫말들이, 이렇게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문화 콘텐츠'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 같다.
 
 
 
 

 
 

챌린지과 관련한 나의 불편함

 
챌린지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 보자.
 
다음은 유튜브에 '탕후루 챌린지'를 검색한 화면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교복 등 아주 짧은 스커트를 입은 어린 여성이 고혹적인 자태를 한 모습들이 가장 먼저 보인다. 그리고 선배에게 마라탕과 함께 탕후루를 사달라고 귀엽고 깜찍하고 섹시하게 유혹한다.
 
 

유튜브 '탕후루 챌린지' 검색 화면 캡처


 
양성평등지수가 높은 나라일수록 여성이 일반 대화 시 사용하는 음성이 중저음이라고 한다. 남성과 여성은 그냥 서로 다른 인격체이자 상호 존중의 대상인 것이지, 누군가로부터 무언가 얻어낼 수 있도록 애교 섞인 코맹맹이 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모습이 해당 문화권에서는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자리잡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오빠 차 있어' 챌린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유행시킨 인플루언서가 무표정한 얼굴로 동작을 하며 챈트를 하는 모습을 자그마치 26만 명이 시청하였다.
 
https://youtube.com/shorts/6LGIl7KFpKA?feature=shared

 
 
그녀는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오빠 오빠 돈 많아?
오빠 오빠 오빠 차 있어?
오빠 오빠 오빠 집 어디야?
오빠 오빠 오빠 나 비싸


 

 
섹시하지도 날씬하지도 않은 한 여성이 응당 '바비 인형'과 같은 모습의 여성들이 말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사를 읊조리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배꼽을 잡고 웃고, 열광하고, 권하고, 따라 한다.
 
 '오빠 차 있어' 챌린지에서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것은 누구일까? 일단, 예쁘고 깡마르지 않은 모든 여성이다. 그리고, 돈과 차가 없으며, 부유한 동네에 살지 않는 모든 남성이다.
 
 
 
 
 
 
 

출처: 픽사베이


 

 
 


나의 딸들이 부디, 섹시하고 애교 많은 여성상을 이상형으로 설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모가 화려하지 않거나 섹시하지 않다고 해서 비웃음을 당하지도 않았으면 좋겠고, 그런 사람을 비웃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돈과 차와 집을 지닌 사람을 좇으며 자신의 '가격'을 어필하는 사람이 되지도, 돈이나 차나 집이 없는 타인을 희화화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그 대신,
먼저 자신의 소중함을 알고,
존재 자체로 사람은 소중하다는 것을 기억하는 성인으로 자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탕후루 챌린지와 오빠 차 있어 챌린지가 참으로 불편하다.
 
 
 
그리고,
케이팝이 말초적인 자극이나 재미의 추구에서 벗어나,
좀 더 원대하고 아름다운 상상을 품게 되면 참 좋겠다.
 
 
 

출처: 픽사베이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