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우리는 위로가 필요해

글을써보려는사람 2023. 9. 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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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두통은 다 돈에 있었지
아빤 높은 직장의 명함이
어느 배고픈 자의 아픈 머리는
제때 먹을 밥이 최고야
공부 못해 아픈 머리는
일류 학교가 씻은듯 낫고
강아지의 아픈 머리는 주인의 폭력
모두가 다 그만한 일로 아프다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


하모하모의 <빠삐용> 노래 가사입니다.

우리 전부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로 인해 머리 아픈, 위로 받고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한 걸음씩 살펴보며, 어떤 위로를 받아 보시기를 바라요.








첫걸음, 한스가 받지 못한 위로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의 사례입니다. 신학교 시험에 떨어지면 고등학교에 가도 되는지 한스가 질문했을 때, 아버지는 “뭣? 고등학교?” 하고 고함을 지릅니다. 그리고 “무슨 저런 애가 다 있담.”하고 모진 말을 내뱉죠.

아버지가 그의 시험 결과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읽어줬더라면, 함께 시험을 치른 풍요로운 환경의 아이들이 낙방하면 고등학교에 가면 된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것을 듣고 기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더라면, 그리고 작은 위로나 공감의 말을 건넸더라면 참 좋았을 순간인데 말이죠.

물론 그의 불안감은 합격 소식과 함께 일단은 날아가 버립니다. 그리고 아버지께 낚싯대를 살 돈까지 받고 행복한 여름을 맞이하네요.

출처: 교보문고 인터넷서점










두 번째 걸음, 화장실에서 받은 위로

열흘 전쯤, 화장실에서 우는 아이를 발견했습니다.

2007년 여름, 안면에 상처가 있다는 이유로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해 울던 아이에게 나의 커다랗고 못난 손을 보여 주며 위로를 건넨 이후 내 교직 인생에 두 번째였지요.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다른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었다며 서럽게 울더라고요. 나름대로 알바하고 피곤해도 수업 시간에는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는데 안 알아주셔서 속상하답디다.

공부 못해도 잘 사는 사람들 많다고, 어른들도 세상에 대해 다 잘 알아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고, 실은 나도 나이가 40인데 모르는 것들 투성이라고, 어른들의 거짓말에 너무 상처받을 필요 없다고, 토닥여주었어요.

어린아이처럼 울던 아이는 멋쩍었는지 바로 다음 수업 시간 저와 눈을 마주치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알고 있었어요. 위로받았음을.

그리고 또 알고 있었어요. 위로를 해주던 저도 아이를 통해 위로를 받았음을.







세 번째 걸음, 지금 나도 위로가 필요해


아침에는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엄청 여유롭고 많은 일들을 성취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희망에 찼거든요. 그런데 빨래하고 설거지 하니 3시가 넘었고요, 오후에는 가족이 수술을 했는데 경과가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머릿속이 복잡하고 가슴이 답답하더라고요. 산책을 하려던 계획은 끝내 실천을 못했고, 해야 할 산적한 일들이 도통 진전은 없고, 머리에서 떠나지 않더라고요. (그나마 이틀에 한 번씩은 쓰며 글쓰기 훈련을 하자던 포스팅은 어찌어찌 시작을 했어요.)

대체 남은 저녁 시간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펼쳐 든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는 무논리로 점철된 나의 바보 같은 인생을 확인할 뿐이었지요. 책에서 맞은 강펀치가 적잖이 아파오더라고요.









네 번째 걸음, 사부작사부작 위로받기


아, 그런데 블로그를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다가, 간디학교 교장 선생님이신 이병곤 교장 선생님의 강의에서 들은 Agile Process(일명 사부작사부작 모형)이 떠오르더라고요. 조직 운영과 관련된 내용이었지만 이런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로 괴로운 상황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겠더라고요.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아주 작은 지점부터 한 걸음씩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지금 당장 해나간다면, 그 작은 성취로 인해 나의 눌린 마음에 조그씩 숨구멍이 생겨나는 거죠.

이병곤 교장 선생님 책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미지 출처: 인터넷 교보문고



저의 경우, 오늘 agile process는 다음과 같아요. 일단 말씀을 좀 읽고, 샤워도 하고, 아까 시작했던 포스팅도 좀 더 쓰고 작은 일들을 했더니 에세이 채점도 힘 내서 해볼 용기가 더 생기더라고요!









위로에 대한 글을 맺으며


문학작품을 보며 인물의 애환에 마음을 싣기도 해 보고, 타인을 위로하며 위로를 받기도 하고, 내가 위로가 필요할 땐, 먼저 자신을 돌아 심호흡도 내쉬어 볼 수 있겠지요. 하늘도 쳐다보고, 따뜻한 물로 샤워도 하고요. 그리고 좀 괜찮아진 다음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해보기로 해요.

스스로를 많이 위로해 주세요.

우리는 모두 위로가 필요해요.








이 밤, 하늘의 평안이 온 땅에 임하시기를 기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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