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각없이 일하면 생기는 일

글을써보려는사람 2023. 9. 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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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부 강사님을 초청하는 업무를 진행했다.

다른 교과 선생님들 배려해 드리는 차원에서 내가 한꺼번에 모아 공문을 발송했는데, 그것도 너무나 정신없는 와중에 발을 동동 굴러가며 간신히 해냈는데, 실수가 있었다.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외부강사의 강의의 경우 성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를 받게 되어 있다. 학생 대상 연수가 아니더라도, 학생이 학교에 있는 시각에 외부강사가 학교에 방문하여 강의를 진행하는 경우 해당 문건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현직 교사는 예외인 것을 몰랐다. 엄밀히 말하면, 완전히 간과했다. 나도 다른 학교에 가서 강의를 할 때 그런 문서를 제출한 기억이 없으므로. 그런데 그런 기억에 비추어 판단할 시간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 결과, 그런 문서를 요구 받았을 때 강의하러 오시는 선생님이 느끼실 불편감 내지 황당함을 헤아리지 못하였다.
어느 학교에서는 강의를 요청했다가 성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를 요구하는 바람에 기분이 나빠서 강의 일정이 없던 일로 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선생님들은 현재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신분을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나의 바보스러움이란. 일에 빠져 사람을 못 봄이란.



 
 
 
 

1. 생각없이 일하면 사람을 못 본다

이렇게 그냥 일에 밀려 기계적으로 일을 하다 보면 사람을 놓친다. 내가 정말 자주 범하는 실수이다. 어떻게 하면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면 산책 시간도, 잠깐의 수다 시간도 부담스러워진다. 나의 앞사람이 지금 어떤 상황을 겪고 있는지, 내가 경청해주지 못하는 동안 어떤 어려움들이 그 마음에 지나가는지 파악할 수 없다. 내가 기안한 공문의 글귀들이,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어떤 뜻으로 읽힐지 읽어낼 수 없는 기계적인 상태가 된다.

 

2. 사람을 못 보면 마음을 다친다

엄마는 글 쓰느라 생각에 잠겨있으니 말 시키지 말라고 밀어내고 보니, 아이의 실망한 눈이 보인다. 심지어 오늘은 그나마 최근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아이에 대한 말을 엉뚱한 방식으로 제3자에게 전하는 바람에 당황스러워져서 마음이 불편해져서 온 날인데. 보라, 사람의 마음을 살피지 못하는 일에 대해 글을 쓰면서조차, 나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행정 절차를 숙지하지 못한 생면부지의 교사가 작성한, 필요치도 않은 성범죄 경력 조회서를 공문으로 전해 받은 선생님이 어떤 기분이실지 생각하니, 내가 미워진다. 교육부를 비판할 때가 아닌지도.
 
 

3. 마음을 다치면 될 일이 안 된다

사람이 마음을 다치면 일이 잘 진행될 수 없다. 일을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에 본의 아니게 사람을 배제하게 되었는데, 결국 그 잘하려던 일 자체를 그르치는 결과를 낳다니.
이토록 한심스러운 일이 또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강의가 취소되기도 하고, 신의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마음을 읽는데 실패하면.
 

 
 
 
 
 
 

결론


다행히 (아직..;;) 강의 취소는 되지 않았고, 만회할 기회가 있다. 해당 선생님들께 강의 전에 이해를 구하는 메시지를 드릴 수 있다. 혹은, 너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싶으면, 강의 당일에 간식을 정성껏 준비하고 정중하게 인사를 드릴 수 있겠다.
아이와는 손을 꼭 맞잡고 기도했다.

생각 없이 일하면 사람을 못 본다.
사람을 못 보면 마음을 다친다.
마음을 다치면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실수가 없을 수는 없지만,
실수가 생기면 더 번거롭고 더 어려워진다.
일을 잘 진행하려면,
사람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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