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186

오랜만에 수업 이야기

#1. 수박씨는 Sue Park씨 뜬금없는 '수박씨'는, 현재 학생들과 함께 읽고 있는 의 저자인 Linda Sue Park의 이름 중 middle name과 성을 우리나라 발음으로 읽고 호칭 '씨'를 붙인 것이었다. 아이들은 어쩜 이렇게 기발한지 모르겠다. #2. 읽기를 통한 공감능력 향상 글만 읽고도 학생들은 주인공 Salva에 대한 걱정을 한가득 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타인이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슬플까를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있는 것이다. #3. 빈칸을 상상하며 두뇌 활성화 단어를 검색해 본 후에는 모둠원과 돌아가며 한 문장씩 읽고 해석한다. 지문의 중간중간 제시된 빈칸에 어울리는 단어를 추측하면서 읽느라 학생들은 이야기의 흐름을 더욱 적극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

교육 2024.11.22

악한 군중, 그리고 인간에 대한 신뢰

지속적인 멸시와 비웃음으로 인해 공황장애 증상을 겪고 있는 준형(가명)이가 조퇴를 하기 위해 가방을 싸는데 바로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이 말한다. "준형이 옷은 어디서 사는지 궁금하다." "준형이는 어디에 살까." (여기까지는 웅성웅성거리는 소리로만 들렸고, 아래와 같이 말한 학생을 따로 불러 이야기했을 때 알게 된 내용이다.) "준형이 집에 살겠지." 내 귀를 의심했다. 바로 옆에 있는 아이에 대해 아이들이 대놓고 쑥덕거리고 있었다. 마치 아이가 투명인간인 것처럼, 벽인 것처럼. 아이가 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더욱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거면 자퇴를 하던가..." 아이는 무시당해 마땅할 뿐만 아니라 학급의 행복을 위해 제발 없어졌으면 좋겠는 존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쩌다가..

교육 2024.11.21

<죽음의 수용소에서> 독서 일기 - 역설 의도

를 거의 다 읽었다. 책에는 빅터 프랭클이 주창한 심리치료 학파인 로고테라피와 관련하여 역설 의도(paradoxical intention)라는 개념이 소개된다. 의지와 상관없이 하게 되는 어떤 행위를 오히려 '하려고' 노력할 때, 극도로 고통스럽게 하는 어떤 문제에 대해 농담을 하게 될 때, 역설적이게도 어떤 행위를 그치게 되고, 속박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불면증 환자의 경우 자려고 노력하는 대신 '잠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말을 더듬는 습관이 있는 경우 '말을 최대한 더듬으려고'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 보라고 빅터 프랭클은 권면한다. 적용 1. 자녀의 행동 교정 비슷한 맥락이라기엔 목적과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긴 하지만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늦은 밤이 되었으니 씻고 자라고 아..

교육 2024.11.20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를 21세기 교육에 적용한다면

1. 살아야 하는 이유 상기시키기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참고 견딘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내가 '성취해야 할 목표'와 아직 '이루지 못한 현실' 사이의 간극에 대한 인식을 의미하는 정신적 긴장의 효용을 이야기한다. 쉬운 말로 하면,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 생을 포기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빅터 프랭클의 경우 수용소에서의 삶을 견딜 수 있었던 원동력은, 수감된 직후 박탈당했던 원고를 다시 써서 출판해야만 한다는 의지였다고 한다. 이렇게 가치 있는 실행 목표를 상기시킴으로써 신경증 환자가 좌절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 빅터 프랭클이 주창한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이다.나로 하여금 좌절의 순간을 극복하도록 만드는 요인(기독교 용어로 표현한다면 소명의식이 될 것이다..

교육 2024.11.17

희망과 절망 사이 (feat. 죽음의 수용소에서)

출근길에 등굣길의 아이들을 관찰하며 깨달은 사실이다. 7시 55분쯤 약간 여유 있게 교실에 도착할 가능성이 있는 시각에 교문을 통과하는 학생들은 열심히 뛴다. 조금만 달리면 시작종 이전에 교실에 도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7시 58분 전후의, 늦을 것이 확실한 시각에 교문을 통과하는 학생들은 뛰지 않는다. 지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이 없기에, 뛰기를 포기해 버린 것이다. 죽도록 뛰어서 20초 늦으나, 걸어서 2분 늦으나 지각 처리가 되는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에는 삶에의 희망을 잃은, 그래서 곧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다음과 같이 묘사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 이 순간을 두려워했다. 대체로 이런 현상은 아침에 수감자가 옷 입고 세수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아니면..

교육 2024.11.16

[신문기사 스크랩] 종이책, 독해력 8배 높여…“읽는 동안 뇌는 재창조된다”

종이책, 독해력 8배 높여…“읽는 동안 뇌는 재창조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람의 뇌 안에 이미 생리적, 인지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독서’가 부활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한국 출판계가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독서 열풍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영국에서는 6억6900만 권의 종이책이 판매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독서는 섹시하다’(Reading is so sexy)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종이책 열풍을 다뤘다. 또한 뉴욕타임스 등 외신도 미국에서 ‘독서 파티’가 새로운 사회적 커뮤니티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독서에 대한 찬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독서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으로 칭송받아왔다...

교육 2024.10.28

국밥집 얼음땡 아줌마의 원포인트 레슨

출출하여 국밥(을 파는 냉면)집에 들어갔습니다. 옆 테이블에서 젊은 부부가 연년생 혹은 쌍둥이인 듯한 형제를 데리고 밥을 먹고 있었지요. 동생인 아이가 유모차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떼를 쓰며 울기 시작했고, 이리저리 사람 구경을 하던 저의 관심은 이제 이 가족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타이르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아빠가 데리고 나갔다 오시더군요. 돌아온 아이의 투정은 계속되었습니다. 아이의 목적은 자신도 엄마 옆에 앉는 것이었지요. 형이 엄마 옆에 앉아 있잖아, 00는 아빠 옆에 앉자, 하는 말로도 아이는 달래 지지 않았습니다. 바로 앞에 있는 엄마 냄새가 그리웠나 봅니다. 엄마 옆에 앉아서도 격앙되었던 마음이 잘 가라앉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엄마 옆자리에서 유모차로 쫓겨나게 된 계기가 된 것인지..

교육 2024.10.13

자살 예방 공문에 부쳐 - 우리에게 외양간을 고칠 마음이 있기는 한 걸까?

시험감독 및 논술형 문항 채점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우울한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전년 상반기 대비 서울지역의 학생 자살자 수가 120% 증가했다며, 자살 예방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공문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고사기간 및 방학 전후에 아이들이 자살을 많이 한다고 하네요. 시험 스트레스, 그리고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정에서 받는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습니다)가 우리 아이들을 괴롭게 만드는 주요 원인인가 봅니다. 그런데 공문을 읽으면서,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의 우울감의 원인에 대해 얼마나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위와 서열을 계속해서 나누면서 대다수의 아이들에게 열등감을 심어주고 있는 교육(특히 평가) 방식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음이..

교육 2024.10.08

<일류의 조건> 독서일기 #2 - 몰입을 위해 화살을 한 개만 쥐어주기

에서는 숙달의 원리를 잘 담고 있는 작품으로 라는 일본 중세에 지어진 수필집을 한 챕터에 걸쳐 소개합니다. 이 중 ‘초보자는 화살 두 개를 동시에 쥐어서는 안 된다. 두 번째 화살을 믿고 첫 번째 화살을 성의 없게 쏘기 때문이다’라는 어느 활쏘기 스승의 말을 인용합니다. ‘믿는 구석’이 생기면 집중과 몰입이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경험을 떠올리며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집중을 방해하는 ‘믿는 구석‘에 대한 경험담과 해결방안을 살펴보겠습니다. 1. 믿는 구석 관련 경험담 1.1. 연습실을 두 시간이나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 최근 슈만의 피아노 연주 녹화를 했습니다. 기록으로 남기기로 결정한 녹화본은, 연습실 사용 종료 시각을 5분 남겨 두고 마지막 한 번의 연주 기회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

교육 2024.10.04

논술형 백지 답안에서 시작된, 최소성취 수준 보장 지도에 대한 염려

영어 논술형 문항 백지 답안에서 시작된 염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맞는 일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어 심란한 경험 있으신가요? 저는 지금이 그런 상태인 것 같습니다. 214명의 학생이 시험을 응시하였는데 그 중 자그마치 22.4%에 달하는 48명의 학생이 논술형 문항 0점을 받았거든요. 물론, 여기에는 한글로, 제시문의 두 집단의 공통점을 분석한 후 이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공동체적 이상향에 부합하는지 판단하고, 우리 학급을 더 이상적인 공동체로 만들기 위한 실천방안에 대한 아주 구체적이고도 멋진 단락을 구상한 학생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어 논술은 0점이었지만 생각은 아주아주 훌륭한 친구들인 것이죠. (학생들의 소중한 지적 재산이므로 희미하게 처리하였습니다. 채점기준표상으로는 0점인데, 정말 0점을 부여..

교육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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