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186

실수를 통해 수업 분위기 형성의 힌트를 얻다

매일 잔소리만 하던 학급 아이들과 함께 왁자지껄 웃을 일이 있었습니다. 어째서 웃어느냐면요, 제가 실수를 좀 했거든요. 들어보시렵니까? 본문에 대한 T/F 질문의 답을 확인하는 중이었습니다. 본문에 나오지 않은 내용에 대한 문장이어서 답을 일단은 'F'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부연했지요. 엄밀하게 말하면, 알지 못하는 사실이므로 '거짓'이라기보다는 '알 수 없음'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요. 그러면서 '알 수 없음'이라는 의미의 영단어 Unknown을 옆에 적어 넣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킥킥거리는 것이었습니다. 뭘 잘못 썼나? 제가 화면에 띄워놓고 작성하던 파일을 보고 저도 마구 웃었습니다. 혹시 상상이 되시나요? F 옆에 Unknown... 학생들의 눈에는 다음과 같이 앞의 두 글자만 확대되어 보였..

교육 2024.08.22

적극적 vs. 소극적 버전 - 협동학습도 안성맞춤으로

저는 오늘 오랜만에 뒷목이 뻐근하지 않습니다. 오후 수업을 마치고 휴게실에서 잠시 눈을 감고 쉬고, 저녁 온라인 연수를 들으며 잠시 단잠에(^^;;) 빠져들었더니, (물론 다리에 힘이 없고 약한 몸살 기운 같은 것이 있지만) 몸이 상당히 가뿐합니다. 그러고 보면 행복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봅니다. 반가운 사람들의 소식, 응원의 눈빛, 잠깐의 도움의 손길, ... 아주 작은 무언가가 우리로 하여금 순간순간을 견딜 힘을 보태주는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주 작은 요인이, 뭔가 잘 안 굴러가던 수업의 분위기를 전환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1. 오늘의 협동학습 - 인터뷰 질문 만들고 답하기 교과서 본문을 읽고 각 인물에게 인터뷰 질문을 만들어보고, 본문의 단서에 대한 추론을 통해 해당 인..

교육 2024.08.21

토요일 밤, 중독자의 발견과 미소 (납량특집 아님)

(제목이 좀 자극적이군. 곧 해명이 시작된다.) #1. 중독자 아무리 고쳐 써도 세상에 완벽한 글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우리는 다만 글을 손에서 '떠나보낼'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정말 그렇다, 무릎을 치며 공감을 했다. 그런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떠나보낼 시기를 놓쳤다. 더는 못하겠다고 뒷목이 파업을 대차게 선언하고서야 문서의 저장 버튼을 한 번 더 누르고는, 씻고 와 티스토리 로그인을 했다. 그러고도 작성하던 문서를 이모저모 읽어보며 고치기를 반복하고 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한글 창을 닫았다. 이런, 또. 방금은 엑셀 창도 닫았다. 충실성을 넘어선 어떤 증상임이 분명하다. #2. 발견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것들이 자꾸 보인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도..

교육 2024.08.18

눈물의 여와.....ㅇ 말고 눈물의 여교사

세 번 눈물이 났다.(하고는 막상 곱씹어보니 다섯 번이었다.) 첫 번째는, 너무 피곤한 탓에 간밤에 거의 잠을 못 잤는데도 새벽녘에 눈이 떠져서 말씀을 비몽사몽 읽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눈을 감고 있는데, 고요한 찬양이 마음에 울려퍼지면서 나온 왠지 모를, 눈물이라기보단 이슬 같은 것이었다. 두 번째는,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한참동안 (언제까지 하려는지 잠자코 쳐다보고 있는 나의 시선을 외면하며) 친구에게 계속해서 욕설을 퍼붓던 학생과, 나에게 지도를 받은 후에도 낄낄거리며 아무렇지 않은 듯 함께 잡담을 하던 옆 학생과, 이 둘을 지도하느라 학급 분위기가 싸해진 가운데, 조용히 빈칸에 들어갈 단어를 찾아본 후 짝꿍과 답을 맞춰보라고 하는데 아무 것도 쓰지 못한 짝꿍에게 아주 큰 소리로 핀잔을 주는, 막상..

교육 2024.08.17

탕후루 챌린지가 불편한 것은 나 뿐인가?

잔소리의 발단과 전개 그럼 내가 선배 맘에 탕탕 후루후루 아이들이 언제 적부터 부르는 것을 그냥 두고 보다가 오늘은 한 마디 했다. 엄마는 그 노래가 너무 듣기 불편했는데 참다가 이제 말한다고. (어쩌고 저쩌고 잔소리는 잠시 후에 소개한다.) 실은, 탕후루 챌린지를 따라 하고 있어서 혼을 내기 시작했던 것은 아니고, 오빠 오빠 차 있어? 오빠 오빠 돈 많아? 라는 말을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하는 것을 듣고 기겁을 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말을 듣고 왔느냐고 호통을 쳤더니, 그냥 챌린지일 뿐이란다. 하지만 내게는 그냥 챌린지가 아니었다. 나의 불편함을 형용해 보려 한다. 챌린지에 나타나는 문화 현상 두 챌린지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화자는 여성이고, 청자는 연상의 남성이다. ..

교육 2024.08.12

역할극 수업 진행을 위한 아이디어 #2 - 지문을 정교하게 삽입하기

작년 에세이 쓰기 및 에세이 발표하기 수행평가, 2학기 에세이 쓰기 수행평가까지 빡세게 돌리고 나서, 조금 쉬어가는 코너처럼 역할극 수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놀란 것은, 거의 구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학생 결과물도 (제 기준에서는) 그저 그랬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학생들이 역할극 수업을 통해 영어 말하기 실력과 영어 발화에 대한 자신감이 늘었다고 응답을 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배움이 많이 일어났다는 '느낌'과 실제 배움의 정도에는 간극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차가운 머리로 검증을 시도해야 합니다. 짧은 생각으로는, 당시 국어교과에서 진행되던 역할극 수업과의 형식 면의 융합 효과가 일어나 배움이 더 깊이 일어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쉽고 재미있는' 배움이 학습에 대한 좋..

교육 2024.08.11

누가 마약동아리 회장에게 마약을 쥐어주었나

마약동아리 학생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뉴스를 좀 더 검색해 보다가 생각에 빠집니다. 물론 잘못했죠. 잘못이 큽니다. 절도에, 집단 성행위에, ... 사회적 지탄을 받을 만한 행동들을 아주 아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잠깐 멈추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학생들만 비난할 수 있을까요? 아파트 층간소음 이야기부터 제가 사는 아파트 이야기를 잠시 들려드리겠습니다. 몇 달째 엘리베이터 앞에 층간 소음을 줄이자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망치로 찍듯 쿵쿵거리며 걷지 말고 실내화 착용을 일상화하자는 문구가 붙었다가, 낙서가 적혀 있는 등 훼손되면 즉시 새로 붙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센스 없이 까치발로 살금살금 걷지 않는 입주민만 탓할 일일까요? 제 말씀은, 일반적인 걸음 소리도 아주 크게 울려..

교육 2024.08.09

심성모형을 적용하여 글을 쓰며 글쓰기 수업에 대해 고민하기

#1. 심성모형이란 심성모형은 헨리 뢰디거, 마크 맥대니얼, 피터 브라운이 공동 집필한 에서 언급된, 학습을 통한 숙련의 과정과 관련하여 소개된 개념입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일련의 단계가 연동되는 과정을 지칭하지요. 예를 들어 어떤 피아노곡을 연주하는 법을 배울 때의 심성 모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악보의 조성부터 파악하고, 오른손 음계를 더듬더듬 짚어 나가며 멜로디를 익힙니다. 둘째, 왼손 반주를 익히고,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 연습합니다. 셋째, 양손을 함께 연주하며 반복 연습을 통해 곡의 기본적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정도가 되게 합니다. 넷째, 악보에 나타난 템포와 셈여림, 이음줄, 스타카토 등 각종 부호를 반영하여 음악을 정교하게 표현하는 훈련을 합니다. 그리고 ..

교육 2024.08.08

마약 동아리 학생들, 정말로 "다 같이 잘 되고 있는" 것 맞나요?

명문대 학생으로 이루어졌다는 마약 동아리 기사를 보고 혀를 끌끌 찹니다.  "다 같이 잘 되자, 화이팅!"...'마약 동아리' 명문대생들 대화 보니서울대 등 명문대생들이 주로 활동한 전국 2위 규모의 대학 연합 동아리가 ‘마약 소굴’로 드러났는데, 이들은 검찰 수사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5일 서울남부지검에서 이m.edaily.co.kr 모두가 함께 입조심해야 단속에 걸리지 않고 마약을 즐길 수 있다고 호소한답시고 하는, "다 같이 잘 되자, 화이팅!"이라는 말이 참으로 슬프네요. 설령 이 사건에 가담한 실제 학생 수가 미미한 수준이라 할지라도,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어려서부터 고액 과외며 학원가에 돈을 쏟아붓고, 잘 시간 놀 시간 아껴가며 눈물과 땀을 흘린 결과가, "안심하고 마약..

교육 2024.08.07

학원별곡 2024 - 인지 편향과 주입식 교육과 스마트폰 중독

아리 아리요 스리 스리예 아주아주 먼 길을 왔네 아리 아리 아리 공부 고개를 오늘도 넘어간다 음악 미술은 저리 미뤄두고 국, 영, 수를 우선으로 해야 아리 아리 아리 인정받고 일류 대학으로 간다 소리가 나지 않는 전화처럼 난 아무 표현 없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학교 종이 땡 하고 울리면서 우리들의 전쟁은 다시 시작된다 모두의 친구는 모두의 적 모두가 서로 모두 밟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이렇게 싸우다가 누가 살아남나 가엾게 뒤로 처진 자는 이젠 뭔가 (중략) 왜 내가 알고 싶은 사실들을 학교에서 배울 수가 없나 내가 수학 시간 공부했던 방정식 그게 어떤 도움이 되나 만일 영어 시험에서 백 점 맞는다고 아메리카 맨과 말이 통하나 우리 가르치는 선생님은 그렇게 하나 나는 모르겠다 알고 싶은 것이 많다 (중략)..

교육 202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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