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170

글쓰기 수업과 평가에는 교통정리가 필요해!

혹시 지시 사항이 명확하지 않아 나름 고심하며 작업을 했는데, 상사가 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작업한 결과물을 모두 혹은 상당 부분 갈아엎어야 했던 경험 있으신가요? 알아서 해봐, 했다가 이것도 별로, 저것도 이상해, 다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은 우리를 정말 좌절하게 만듭니다. 글쓰기 수업 시간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평가에 앞서 별도의 지시 사항과 충분한 가이드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일견 창의성을 독려하고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사려 깊은 태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칫 제멋대로인 결과물을 낳게 되기도 합니다. 일단 써 봐, 해놓고 이것도 잘못되었고, 저것도 고쳐야 한다고 빨간 표시 한 가득인 평가서를 받아 든다면 학생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언짢을 수밖에요. 교사는 교사대로, 천차만별인 답안지를 어떻게..

교육 2024.07.24

발레 학원에서 얻은 고차원적 사고력 수업에 대한 통찰

학기 중에는 다음 날 너무 피곤할 것이 염려되어 19:50 초급반 수업을 듣다가, 어제부터 21:00 중급반으로 이동하여 수업을 들었다. 나는 세 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놀랐다. 내가 중급 발레 수업에서 놀란 이유와 교실 수업에의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수준 높은 수업이 생각보다 더 흥미로웠다. 파쿠르(내 귀에는 '빠끄르'로 들렸는데 검색해 보니 ‘파쿠르’란다) 제떼, 역(?) 발란세, 그리고 아직 숙지하지 못한 이름 모를 응용 동작을 아라베스크, 파드브레, 에튀튜드 등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동작과 연결해서 배웠다. 기본기에 충실한 반복 훈련에 약간의 응용이 곁들여지는 초급반 수업에 비해 도전적인 과업이 많이 제시되었고, 동작을 어설프게 따라 하는 데에도 엄청난 노력이 들었다. 그러나 수준 ..

교육 2024.07.23

디지털 재난에 대한 안놀람교향곡과 확증 편향

대니얼 카너먼의 에 따르면, 예상을 벗어난 일이 발생할 때 우리는 놀란다. 여기에는 어떤 일이 정상 범주에 드는지, 아니면 정상을 벗어난 범주에 드는지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 작용한다. 그리고 어떤 일이 처음에는 놀랍게 여겨질지라도, 이것이 반복되면 놀라움의 강도가 줄어들고, 나중에는 '으레 그러한' 일로 여겨지게 된다. 뒤이어 일어난 일들로 인해 맨 처음 일어난 일이 떠오르고, 일련의 연관성 있는 사건으로 해석되기 시작하고 굳어버리는 과정에서, 확증 편향이 생성되는 것이다. 1. MS 클라우드 장애가 놀랍지 않은 이유 최근 발생한 MS 클라우드 장애로 인해 발생한 전세계의 마비 사태는 놀랍지만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https://v.daum.net/v/20240719163202629 MS 클라우드 ..

교육 2024.07.22

역할극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마음 얻기

안병화 선생님이라고, 중학교 때 가정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몸에 좋은 채소와 칼슘 섭취에 좋은 음식의 목록을 잘 기억할 수 있도록 노래도 가르쳐 주시고, 늘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계셨지요. ‘멸치 뼈째 먹는 생선~‘ 하고 진행되는 노랫말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런데 요란한 사춘기를 보내고 있던 몇몇 철부지는, ‘훌륭한 척하는‘ 선생님이라고 선생님을 폄하하기도 했더랬습니다. 왜 그랬나 몰라요. 교사가 된 철부지가 철부지들을 바라보며, 안병화 선생님을 떠올립니다. 점수가 만족스럽지 않은 몇몇 아이들이 조금 더 익숙한 방식으로 쉽게 공부하고 싶어하는 간절한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닌데도, 게다가 너는 상, 너는 중, 평가를 내리면서 정작 학생들 모두에게 ‘상’에 해당하는 평가를 받기를 바라는 것이 얼마나 이기적..

교육 2024.07.19

“이름이 불리우지 않는” 그대에게

학생의 약속을 잘 지킨(생활 태도가 훌륭한) 학생에게 칭찬 편지 쓰기 교내 이벤트가 진행되어 작성한 편지입니다. ------------------------------------ “이름이 불리우지 않는” 그대에게, 학생의 약속을 잘 지키는 학생의 이름을 떠올리려니,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조용히 각자의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고 있는 사람의 이름은, 잘 불리우지 않기 때문입니다. 뉴스에 나오는 이름들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소유일 때가 많잖아요. 묵묵하게 학생으로서 약속을 지켜 온,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모든 그대들을 칭찬합니다. 2024.07.11. *** 선생님으로부터

교육 2024.07.11

<모비 딕>과 인간의 윤곽 그리기, 그리고 상호 신뢰

p.434~435길거리 기름집 간판의 고래 그림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대체로 그 고래들은 곱사등이 리처드 3세 고래라고 할 수 있는데, 성질이 매우 사나우며 선원 서너 명으로 속을 채운 파이, 즉 전원이 승선한 보트를 아침으로 먹고, 피와 푸른 물감이 뒤섞인 바다에서 몸부림치는 기형의 동물이다.하지만 고래의 묘사에서 범하는 이런 무수한 오류도 따지고 보면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생각해 보라! 과학 서적에 실린 그림 대부분은 해안에 떠밀려 온 고래를 보고 그린 것인데, 그건 용골이 부서진 난파선을 그려 놓고 웅장한 선체와 온전한 활대를 자랑하는 기품 있는 짐승을 제대로 묘사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코끼리는 전신을 드러내며 서 있지만 살아 있는 고래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바닷속에서만 볼 수..

교육 2024.07.10

질문이 있는 교실 - 모둠별 토의를 통해 좋은 질문을 생성하는 5단계

질문을 생성하고 정교화하는 방안에 대한 꿀팁을 공유합니다.1. 교수자의 강의를 들으며 내용을 학습지나 연습장에 메모한다.- 내용을 적으면서 들으면 학생들은 더욱 적극적인 듣기를 할 수 있습니다.2. 새로 알게 된 내용, 중요한 정보 등 메모한 내용을 모둠원과 공유한다.- 학습한 내용을 자신의 말로 다시 설명해보는 일은 학습한 내용을 ‘인출’하는 좋은 학습법입니다. 이를 모둠원과 공유하며 자신이 놓쳤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던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겠지요.3. 모둠의 논의 내용을 언급의 빈도가 높은 순서대로 정리하여 발표한다.- 다수의 학생들이 주요하다고 판단하였거나 새로 알게 된 내용을 발표하도록 하고, 앞모둠에서 발표한 내용과 겹치지 않는 내용 위주로 발표하도록 합니다. 학습 내용을 복기하며 장기기억의 형..

교육 2024.07.09

오늘의 웃음 포인트 세 가지, 그리고 그다지 정리되지 않은 교육에 대한 생각들

#1. 브롤스타즈까지 한 시간 남았다마지막 과목 시험을 앞두고 어느 학생이 말하자, 학생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시험 감독으로서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데 활짝 웃어버렸다. 그래, 평가 지옥 비교 지옥에서 잠시나마 탈출하는 순간이로구나. 딱하고 또 기특하다.그나저나, 시험 감독 들어가서도 마구 통제하려 들면 엇나가고 튕겨나간다. 하지만 격려의 눈빛을 미소에 담아 보내면, 학생들은 오히려 더욱 의젓한 모습을 하기도 한다.(꼭 그런 것은 아니다.)학생 혹은 자녀들에게 신뢰를 빚지게(?) 만드는 것은 아주 영리하고 지혜로운 전략이라고 생각한다.#2. 선생님 식사 하시고 에세이 채점하셨나봐요‘판사도 식사 전과 후에 내리는 형량이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인간은 그만큼 불완전하다..

교육 2024.07.05

갈리지 않은 콩알, 디지털 역량 강화 연수에 부쳐

#1. 교사는 간첩이 아니거든요강사님께서 언제적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이며 AI 챗봇 이루다(‘라는 것도 있었어요’라고 하셨다)를 운운하시는데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나는 지금 홀든 콜필드를 흉내내고 있다.)교사 집단이 인공지능의 ㅇ도 들어본 일이 없을 거라고 가정하지 않고서야, ... 각설하자.(강사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 강사님은 훌륭한 강의력을 지닌 분이셨다. 차라리 혹사 당한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장학사 개인의 기획력 탓도 아니다. 이건 명백히 구조적인 문제이다.)연수 기획에 시간이 좀 더 있었어야 했다. 학교 현장에서 인공지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과 조심해야 할 점들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이건 아주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이다.왜 이렇게 서두르는 것일까?#2. 한국인이라..

교육 2024.07.04

안전하지 않은 학급은 강자에게도 위험하다

약체를 조롱하고 딴청 하느라 배움이 일어나기 힘든, 안전하지 않은 모 학급에 대해 피력한 일전의 글을 혹시 기억하시나요?안전한 교실 만들기 - https://hn47749.tistory.com/m/270 안전한 교실 만들기어느 학급에서 안전하지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였습니다. 영어의사소통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학생들이 소리 내어 영어 문장을 읽을 때, 뒤에서 피식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거든요. 처음 일어난hn47749.tistory.com오늘 흥미로운, 아니 슬프게도 저의 예감이 들어맞는 일이 있었습니다. 해당 학급의 전반적인 말하기 평가 성적이 많이 낮더라고요.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가서 점수를 낮게 주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수업 짝꿍 선생님과 함께 상의해 가며 채점을 했거든요.제가 관찰한 (흥미..

교육 202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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