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170

누가 마약동아리 회장에게 마약을 쥐어주었나

마약동아리 학생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뉴스를 좀 더 검색해 보다가 생각에 빠집니다. 물론 잘못했죠. 잘못이 큽니다. 절도에, 집단 성행위에, ... 사회적 지탄을 받을 만한 행동들을 아주 아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잠깐 멈추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학생들만 비난할 수 있을까요? 아파트 층간소음 이야기부터 제가 사는 아파트 이야기를 잠시 들려드리겠습니다. 몇 달째 엘리베이터 앞에 층간 소음을 줄이자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망치로 찍듯 쿵쿵거리며 걷지 말고 실내화 착용을 일상화하자는 문구가 붙었다가, 낙서가 적혀 있는 등 훼손되면 즉시 새로 붙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센스 없이 까치발로 살금살금 걷지 않는 입주민만 탓할 일일까요? 제 말씀은, 일반적인 걸음 소리도 아주 크게 울려..

교육 2024.08.09

심성모형을 적용하여 글을 쓰며 글쓰기 수업에 대해 고민하기

#1. 심성모형이란 심성모형은 헨리 뢰디거, 마크 맥대니얼, 피터 브라운이 공동 집필한 에서 언급된, 학습을 통한 숙련의 과정과 관련하여 소개된 개념입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일련의 단계가 연동되는 과정을 지칭하지요. 예를 들어 어떤 피아노곡을 연주하는 법을 배울 때의 심성 모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악보의 조성부터 파악하고, 오른손 음계를 더듬더듬 짚어 나가며 멜로디를 익힙니다. 둘째, 왼손 반주를 익히고,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 연습합니다. 셋째, 양손을 함께 연주하며 반복 연습을 통해 곡의 기본적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정도가 되게 합니다. 넷째, 악보에 나타난 템포와 셈여림, 이음줄, 스타카토 등 각종 부호를 반영하여 음악을 정교하게 표현하는 훈련을 합니다. 그리고 ..

교육 2024.08.08

마약 동아리 학생들, 정말로 "다 같이 잘 되고 있는" 것 맞나요?

명문대 학생으로 이루어졌다는 마약 동아리 기사를 보고 혀를 끌끌 찹니다.  "다 같이 잘 되자, 화이팅!"...'마약 동아리' 명문대생들 대화 보니서울대 등 명문대생들이 주로 활동한 전국 2위 규모의 대학 연합 동아리가 ‘마약 소굴’로 드러났는데, 이들은 검찰 수사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5일 서울남부지검에서 이m.edaily.co.kr 모두가 함께 입조심해야 단속에 걸리지 않고 마약을 즐길 수 있다고 호소한답시고 하는, "다 같이 잘 되자, 화이팅!"이라는 말이 참으로 슬프네요. 설령 이 사건에 가담한 실제 학생 수가 미미한 수준이라 할지라도,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어려서부터 고액 과외며 학원가에 돈을 쏟아붓고, 잘 시간 놀 시간 아껴가며 눈물과 땀을 흘린 결과가, "안심하고 마약..

교육 2024.08.07

학원별곡 2024 - 인지 편향과 주입식 교육과 스마트폰 중독

아리 아리요 스리 스리예 아주아주 먼 길을 왔네 아리 아리 아리 공부 고개를 오늘도 넘어간다 음악 미술은 저리 미뤄두고 국, 영, 수를 우선으로 해야 아리 아리 아리 인정받고 일류 대학으로 간다 소리가 나지 않는 전화처럼 난 아무 표현 없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학교 종이 땡 하고 울리면서 우리들의 전쟁은 다시 시작된다 모두의 친구는 모두의 적 모두가 서로 모두 밟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이렇게 싸우다가 누가 살아남나 가엾게 뒤로 처진 자는 이젠 뭔가 (중략) 왜 내가 알고 싶은 사실들을 학교에서 배울 수가 없나 내가 수학 시간 공부했던 방정식 그게 어떤 도움이 되나 만일 영어 시험에서 백 점 맞는다고 아메리카 맨과 말이 통하나 우리 가르치는 선생님은 그렇게 하나 나는 모르겠다 알고 싶은 것이 많다 (중략)..

교육 2024.08.05

아름다움을 상상하게 하는 '영리함'에 대하여

다음 이미지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한 번 떠올려 보시죠.                   어떤 단어를 떠올리셨는지요?  제가 생각하는 공통점은, 영리함입니다.       #1. BE-KIND:  하나 더 사게 만드는 영리함 에너지바의 이름을 'BE-KIND(친절하라)'로 지은 이유는 아마, 친절함을 명하는 문구가 소비자로 하여금 '나만 먹으면 안 되겠구나, 하나 더 사서 친구도 줘야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들 것임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판매량이 두 배, 혹은 세 배가 되는 순간입니다. 또 선물로 이 에너지바를 받아 든 사람이 선물에 새겨진 '친절함'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남는 데다가 맛도 괜찮아서 자녀 생일파티 손님 대접용 간식으로 대량 구매를 결정할지도 모릅니다. 잠재적 소비자까지 손쉽게 확보..

교육 2024.08.04

수업 분석 시 심정적 어려움을 대니얼 카너먼의 이론으로 해결 받다

어제의 성토대회를 오늘은 좀 더 논리적으로 풀어 설명해볼까 한다. https://hn47749.tistory.com/360 교사 블로거의 소제목으로 어그로 끌기#1. 글쓰기 총량의 법칙? 오늘 뽑아낼 수 있는 글은 보고서 쓸 때 다 뽑아낸 것인지, 블로거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기까지^^; 네 시간 이상 소요되었고, 쓰다가 갈아엎었다가 다시 가닥을 잡아보려hn47749.tistory.com   #1. 회상 용이성 학원에서 내신 대비가 어려워 힘들다는 푸념은, 실은 들어 본 지가 좀 됐다. 한 6~7년 전에 어떤 아이가 학습지 검사를 받으러 나와서는 내게 말했다. 선생님, 우리 학원 선생님이 선생님 보고 미친 X이래요.  몇 년이고 두고두고 인용하는 걸 보면, 나의 뇌리에 상당히 깊이 각인된 사건임에 분명하다...

교육 2024.08.02

지극히 개인적이고 상당히 공적인, 공감과 기억과 위로와 글쓰기

#1. 공감 티스토리에 로그인할 때 느껴지는 특유의 공포감이 있다. 말로 풀어 묘사하자면, 어제보다는 잘[은 고사하고 어제만큼이라도 좀] 써야 할 텐데, 영 자신이 없는 그런 느낌이고, 지금 나의 감정이다. 제법 글이 잘 풀린 다음 날에는 더하다. 어제 글을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철자 오류 등을 수정하는 등, 글쓰기에 돌입하기 전 머뭇거림이 길었던 것을 보면, 어제의 기록이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보다. 감정에서 공감으로 제목을 바꾼 이유는, 전체 글의 제목에 감정보다는 공감이라는 낱말이 어울릴 것 같아서, 그리고 최소한 글 쓰는 이들의 공감은 받을 것 같아서이다. #2. 기억 지난 주일 교회 식당에서 입을 떼 말하려고 몇 번이고 시도하다가, 차마 그러지 못한[않은, 인지도 모른다] 말이 있었..

교육 2024.07.31

필승 글쓰기 수업 꿀팁 두 가지 더! (feat. 이처럼 사소한 것들)

삼삼오오 다음 놀이기구로 향하는 인파 사이에서, 오늘은 첫 문장의 중요성과 상상력 제고의 측면에서 글쓰기 수업 꿀팁을 두 가지 기록해 볼까 합니다. #1. 첫 문장에 대한 소고 아나운서분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초반 3분 안에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계속 시청할지, 채널을 돌릴지를 고민한다고, 그래서 방송을 기획하면서 첫 부분을 어떻게 열지 가장 고심한다고 하시더군요. 교사인 저에게 수업 초반을 잘 설계하는 일의 중요성을 알려주고자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작가들은 첫 문장을 가장 마지막까지 고민한다고 합니다. 책을 펴 들고 접하는 첫 문장, 첫 문단, 첫 페이지를 읽으며 독자는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갈지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놀이공원의 소음이 어느 순간 잦아들고, 책 속으로 본격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

교육 2024.07.30

<생각에 관한 생각>에 대한 생각 #2 - 학교의 성공 요인과 소수 법칙에 대한 반론

느리지만 꾸준하게 책을 읽고 있다. 아웅다웅 딸아이들과, 그리고 나 자신과 벌이던 전쟁은 함께 말씀 읽고 마음을 나누고 기도하는 예배의 회복을 통해 일단락 되었고, 나는 비로소 뭔가 글을 쓸 수 있는 마음의 상태가 되었다. 에서 소수 법칙에 관련하여 발췌한 문장들과, 이에 대한 나의 반론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p.172표본을 너무 작게 뽑으면, 결과가 운에 휘둘리고 만다.심리학자들은 예전부터 표본 크기를 정할 때 정확한 계산은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의 판단을 이용하는데, 그래서 실수도 잦다.심리학자들이 흔히 표본을 너무 작게 선택하는 바람에 참인 가설을 확증하지 못하는 경우가 무려 50퍼센트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p.175소수 법칙은 의심보다 확신을 편애하는 일반적 편향을 그대로 드러낸다.애초의..

교육 2024.07.26

방학에는 수업 성찰 - 힘든 과정의 중요성부터 디지털 활용의 장점까지

수업 성찰록을 살펴보며 수업을 분석하는 중입니다. 보고서도 써야 하고, 세특도 써야 해서요. 작업은 참 더디고 지난하게 느껴지는데,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이러한 성장이 있었고, 저러한 어려움이 있었구나, 하며 크고 작은 발견의 기쁨을 누리고 있지요. 수업 성찰록을 분석하며 발견한 몇 가지 사실을 공유해 드릴게요. 첫째, 힘들게 배우는 과정은 학생의 성장을 가져온다. 생각하는 수업은 영어실력뿐만 아니라 개인적 성장에도 도움이 되는가 봅니다. 이 학생의 응답을 보실까요? 영어가 '다사다난'한 수업이었다고 합니다. 작년에 어떤 학생은 영어수업을 '마라톤' 혹은 '다이어리'와 같다고 표현한 기억이 나네요. 너무나 힘든 경주를 마치고, 차곡차곡 쌓아가는 뿌듯함을 느끼는 것처럼, 이 학생도 순간순간 어려움을 극복..

교육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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