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73

<이반 일리치의 죽음> 5장 독서일기 - 자신과의 대화

5장은 3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장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처남이 이반 일리치를 보고 탄식 소리를 가까스로 삼킵니다. 처남의 반응에 이반 일리치는 자신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더욱 깨닫고는, 문을 걸어 잠그고 거울을 들여다봅니다. 문을 잠그는 행위는 타인과의 단절, 그리고 자신과의 독대를 상징하지요. 이반 일리치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처남의 시선으로부터도, 남동생을 의식해 유달리 잘 대해주는 아내의 가식으로부터도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 거울을 들여다보는 행위는 성찰의 시간입니다. 정면도, 측면도 요모조모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나의 내면과 외면,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봅니다.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아이의 방에 거울을 놓아주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어디..

도서 2024.10.13

<이반 일리치의 죽음> 4장 독서일기 - 존엄에 대한 공감도는?

사람들은 이반 일리치의 고통에 관심이 없습니다. 다음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떨쳐버리고 싶어 하는 이반 일리치에게 공감하지 않는 의사의 모습입니다. 이반 일리치에게는 오직 한 가지, 자기 상태가 위험한지 아닌지가 중요했다. 하지만 의사는 이 부적절한 질문을 무시했다. 의사의 관점에서 이런 물음은 무익하고 논의할 필요도 없었다. (43) 이반 일리치는 크게 고통스러워하며 자신에 대한 깊은 연민과 함께, 이토록 중요한 문제에 그리도 냉담한 의사를 향해 크게 분노가 일었다.(43) 이반 일리치는 의사의 모습에서 피고인을 대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며 개인의 감정을 업무에 일절 개입시키지 않는 전문가로서의 면모 말이지요. 의사를 향한 이반 일리치의 분노는 지난날의 자신에 대한 분노 혹은 회..

도서 2024.10.12

<이반 일리치의 죽음> 3장 독서일기 - 감사함을 잊은 자리, 그리고 내가 찾는 기쁨의 자리

감사함을 잊은 자리 고참 검사가 된 이반 일리치는 불행합니다. 더 좋은 자리를 기다리며 번번이 전보 제안을 거절했는데, 바라던 재판장의 자리에 덜커덕 고페라는 인물이 임용이 되면서, 그의 불만은 극에 달합니다. 이반 일리치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해였다. (중략) 마치 모든 사람이 3,500루블 연봉을 받는 자기 위치를 지극히 정상으로 보고, 심지어 운이 좋다고 여기며 못 본 체하는 것 같았다. 자기에게 가해진 불의를 자각하는 건 혼자뿐이었고, (후략) (32) 이반 일리치와 그의 가족을 제외한 주위 사람 모두가 이반 일리치에 대해 고참 검사 자리에 적임자인 사람, 혹은 이반 일리치 정도의 인물이 고참 검사 자리에 오른 것도 참 놀라운 일이라고 판단을 했나 봅니다. 한편 이반 일리치는 늘어난 생활비를 ..

도서 2024.10.10

<이반 일리치의 죽음> 2장 독서 일기 - 우아하고 평범한 끔찍함

이반 일리치가 지나온 삶의 발자취는 아주 단순하고 평범한 동시에 대단히 끔찍했다.   2장의 첫 문장입니다. 이러한 문장을 접한 우리는 다음에 어떤 끔찍한 삶의 모습이 펼쳐질지 상상하며 글을 읽게 되지요. 그런데 톨스토이의 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다음은 이반 일리치를 묘사하는데 쓰인 단어들입니다. 집안의 자랑거리, 총명함, 적극적, 유쾌한, 예의 바른, 훌륭한 성적, 재능, 온화, 사교적, 의무라고 생각한 것은 엄격하게 해내고야 마는, 높은 지위의 사람들에게 이끌림, 관능, 허영심, 고상함, 위엄, 정확, 청렴, 장난기, 재치, 선량하고 점잖은 호인, 깨끗한 손, 깨끗한 셔츠, 고위 인사들의 인정, 정중, (자기 의지에 종속된 사람들에게도) 동료처럼 곧잘 대하는, 우..

도서 2024.10.08

<이반 일리치의 죽음> 1장 독서일기 - 죽음을 둘러싼 표정들

어제는 스토리 전개에 푹 빠져들어 읽은 을, 오늘부터는 느린 속도로 2회독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각 장의 독서일기를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장은 죽음을 둘러싼 서로 다른 '표정'들을 주제로 기록을 남기려 합니다. 죽음을 둘러싼 표정들 1장에는 표정이라는 단어가 11번이나 나옵니다. 뿐만아니라 눈짓, 시선 등 얼굴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많이 등장합니다. 톨스토이는 독자로 하여금 각 등장인물의 표정과 이에 드러난 심경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떠올리며 책을 읽기를 바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1. 이반의 표정얼굴에는 해야 할 일을 완수했다는, 그것도 바르게 완수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또한 그 표정에는 살아 있는 사람들을 향한 나무람과 경고도 담겨 있었다. (13) 법학원을 나와 법원 의원까지 ..

도서 2024.10.07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탄식

도서관 문 닫을 시간이 되어 덮은 책장이 아른거려, 책방을 두 군데나 기웃거려 구입했다. 죽음에 대해 읽으며, 삶을 읽었다. 젊고 의기양양한 이반의 모습에서 나의 지난날들의 모습을, 지극히 세속적이고 의미 없는 것들에 울고 웃는 가족의 모습에서 나의 가족과, 또 오늘 유독 음식점과 도서관 등 주변에서 마주친 두 가족의 모습을 읽었다. 병들고 쇠약해진 이반을 둘러싼 주변 인물의 모습에서는 시아버님께 전화드릴 때 나의 모습을, 아주 많이 읽었다. 불화의 씨앗이었던 아들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하인만이 죽어가는 이반의 고통에 마음으로 동참하는 모습에는 나의 모습을 견줄 길이 없어 슬펐다. (명문장을 발췌하여 같이 싣고 싶었는데, 짧디 짧은 이야기에 명문장이 어쩜 이리 많은지 일단 거의 모든 페이지를 캡처 ..

도서 2024.10.05

나만의 스타일과 꿈 찾기 - 창조적 계승과 적극적 독서

스타일 창출 사이토 다카시는 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을 숙달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소개합니다. 동경하는 대상의 스타일을 면밀히 분석한 후 이를 기본으로 삼아 자신만의 색깔을 담는, 창조적 계승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수업을 할 때, 운동을 할 때, 악기 연주를 할 때, 블로그 글을 작성할 때, 저녁식사를 마련할 때, 화장을 할 때 등 생각해 보면 저의 하루를 이루고 있는 거의 모든 순간에 대해, 저는(그리고 우리 모두는) 저마다 동경하는 아주 많은 모델을 마음에 지녀왔을 것입니다. 하다 못해 웃을 때 저렇게 입을 벌리고 웃으면 참 사랑스러워 보이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점차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왔겠지요. 발레 수업 후 꾸벅꾸벅 졸면서도 글을 쓰는 것은, 무언가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도서 2024.10.03

<죽이고 싶은 아이>와 형제애 (작성중)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뒤에서 내 욕을 하지 않을 친구라 좋았고, (중략) 내가 잘못해도 실망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지 않아서 좋았어. - 이꽃님 p.103 아이들이 읽어보라고 권하는 책들은 대개 흐응 하며 못들은 척을 한다. 수준 높은 독서가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행세하며 이렇게 떠벌리는 모습이 부끄러운 줄 알면서도, (꼭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닐지라도) 뭔가 생각의 깊이가 덜하거나 절제되고 정제된 언어로 작성된 책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더는 못 읽겠는 것이다. 는 아이들이 열광하면서 몇 번을 재독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궁금증이 생겼으면서도, 자극적인 책 제목에 대한 거부감이 들어서 책 표지를 넘기기까지 아주 많은 날이 소요되었다. 막상 펴니, 내용도, 구성도, 문체도 참 좋아서, 졸음을 ..

도서 2024.09.24

<순재와 키완>을 통한 본질과 교과교육론에 대한 단상

하지만 내 생각에, 그건 세계와 역사와 운명을 과소평가하는 소리였다. 폭포의 물줄기에서 물방울 하나가 잠깐 거꾸로 튀어 오른다고 절벽 전체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물결은 그대로 흐르고, 순재는 강의 흐름을 거꾸로 뒤집지도 않고, 폭풍우를 몰고 오지도 않고, 이미 정해진 일들을 멈추지도 못할 것이다. 많은 물속에 자연스럽게 다시 섞여 쓸려 내려갈 뿐. - 오하림 p.112 이것이 어찌 어린이 문학에 실릴 수 있는 글이란 말인가. 블로깅 하다가 접하고 읽게 된 책에서 또 다시 받는 진지한 충격을 두 가지 관점에서 표현해보려 한다. 현상 이면의 본질의 문제일까? '짱구는 못 말려'가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모양을 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성인물인 것처럼, 현상 이면의 본질은 다른 모양을 할 때가 많다. 잘 된 ..

도서 2024.09.17

대니얼 카너먼의 결합 오류가 시사하는 적용점 두 가지

대니얼 카너먼은 2부 어림짐작과 편향 중 15장에서 결합오류(conjunction fallacy) 개념을 소개합니다. 결합오류의 정의와 예시, 그리고 적용점을 함께 살펴보시죠. 결합 오류의 정의와 예시 A일 확률과 A이면서 동시에 B일 확률 중 더 일어날 확률이 높은 것은 조건이 하나인 A이지만, 어떤 개연성 혹은 유사성을 부여할 경우 사람들은 기본적인 논리 규칙을 무시하고 A이면서 B일 확률에 가중치를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31세의 미혼이며, 직설적이고, 똑똑하고, 철학을 전공했고, 차별과 사회 정의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반핵 시위에도 참가한 경험이 있는’ 가상의 인물 린다의 직업으로 더 확률이 높은 순서를 매기라고 할 때, 대다수의 피실험자가 린다가 ‘은행 창구 직원’일 확률보다 ‘은행..

도서 2024.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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