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85

<순재와 키완>을 통한 본질과 교과교육론에 대한 단상

하지만 내 생각에, 그건 세계와 역사와 운명을 과소평가하는 소리였다. 폭포의 물줄기에서 물방울 하나가 잠깐 거꾸로 튀어 오른다고 절벽 전체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물결은 그대로 흐르고, 순재는 강의 흐름을 거꾸로 뒤집지도 않고, 폭풍우를 몰고 오지도 않고, 이미 정해진 일들을 멈추지도 못할 것이다. 많은 물속에 자연스럽게 다시 섞여 쓸려 내려갈 뿐. - 오하림 p.112 이것이 어찌 어린이 문학에 실릴 수 있는 글이란 말인가. 블로깅 하다가 접하고 읽게 된 책에서 또 다시 받는 진지한 충격을 두 가지 관점에서 표현해보려 한다. 현상 이면의 본질의 문제일까? '짱구는 못 말려'가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모양을 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성인물인 것처럼, 현상 이면의 본질은 다른 모양을 할 때가 많다. 잘 된 ..

도서 2024.09.17

대니얼 카너먼의 결합 오류가 시사하는 적용점 두 가지

대니얼 카너먼은 2부 어림짐작과 편향 중 15장에서 결합오류(conjunction fallacy) 개념을 소개합니다. 결합오류의 정의와 예시, 그리고 적용점을 함께 살펴보시죠. 결합 오류의 정의와 예시 A일 확률과 A이면서 동시에 B일 확률 중 더 일어날 확률이 높은 것은 조건이 하나인 A이지만, 어떤 개연성 혹은 유사성을 부여할 경우 사람들은 기본적인 논리 규칙을 무시하고 A이면서 B일 확률에 가중치를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31세의 미혼이며, 직설적이고, 똑똑하고, 철학을 전공했고, 차별과 사회 정의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반핵 시위에도 참가한 경험이 있는’ 가상의 인물 린다의 직업으로 더 확률이 높은 순서를 매기라고 할 때, 대다수의 피실험자가 린다가 ‘은행 창구 직원’일 확률보다 ‘은행..

도서 2024.08.31

예술은 잠이고 약이다(작성중)

아주 피곤할 때 종종 겪는 일이 있다. 졸음을 견딜 수가 없어서 신호 대기 중에 잠시 눈을 감고 있는다. 신호가 바뀌고 앞차가 출발할까 봐서 화들짝 놀라 눈을 떴는데 아직 빨간 불일 때 심장의 두근거림, 그리고 아직 파란불이 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조금 더 눈 감고 쉴 수 있는 몇 초가 지나가버린 데에 대한 아쉬움. 요즘 자주 겪는 일이다. 컴퓨터를 챙겨 넣으며 계획한 화요일 발표 준비는 설거지와 1박 워크숍 준비로 퉁쳤고, 글쓰기도 오늘은 제끼고 싶었는데 알랭 드 보통이 불러 앉혔다. 이상한 양반이 있었노라고, 보통이 소개한다. 아널드는 옥스퍼드 대학의 시학 교수로 우울한 시들이 담긴 얇은 시집을 여러 권 써서 지식인 무리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는 끝에 은이 달린 지팡이를 들고 런던 거리를 걸어다니는..

도서 2024.08.23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위안과 위험 (작성중)

위안 주말도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문서 작업에 매달려 있던 탓에 뒷목이 당겨 오고, 머리가 멍하고 속은 더부룩한 가운데에서도 내가 자유함을 느낀 순간들은, 피아노칠 때, 책 읽을 때, 그리고 발레학원 갔을 때. 첫째, 보고서로 온통 집중되었던 주의를 잠시나마 다른 데로 돌릴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고, 둘째, 예술 자체가 영혼을 고양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보고서도 제법 마무리가(드디어!) 되었고, 피아노, 발레, 독서를 모두 (아주 조금씩이나마) 했다는 점에 기쁘다. 위험 '불안'을 주제로 2학기 수업을 구상하며 키건의 을 다시 펼쳐 들었는데, 이번에는 수녀원의 분위기가 눈에 들어왔다. p.26 수녀들은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감독하는 한편 잘사는 부모들에게 인사를 했다. p.48 또 수녀..

도서 2024.08.20

알랭 드 보통이 <불안>을 통해 제기한 도덕성에 대한 의문

이 시대의 불안의 문제에 대한 답을 얻고 싶어서 한동안 덮어두었던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얼마 전부터 선생님들과 함께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책을 읽으며 도덕성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어 느낀 바를 책에서 발췌한 내용과 함께 기록하려 합니다. 19세기의 도덕성 다음은 앤드루 카네기가 자선행위에 대해 그의 저서 에 기록한 내용이라고 하네요. 이른바 자선행위에 쓰는 1,000달러 가운데 950달러는 차라리 바다에 버리는 것이 낫다. 자선으로 먹여 살리는 주정뱅이 부랑자 또는 무익한 게으름뱅이 하나하나가 이웃을 부도덕하게 감염시킨다. 열심히 일하는 근면한 사람에게 그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더 쉬운 길이 있다고 가르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정은 적을수록 좋다. 자선 행위로는 개인이든 인..

도서 2024.08.19

<150년 하버드 사고력 수업>을 통한 비판적 사고 훈련 #2

송숙희 작가의 중 101~106면에 소개된 '인생을 관장하는 비판적 사고력의 효과' 부분을 비판적으로 읽으며 저의 사고력과 글쓰기를 훈련하는 중입니다. https://hn47749.tistory.com/355 에서 강조하는 비판적 사고력을 동원해 감히 선생님을 지적하다 #11500자로 이루어진 블로그 글 한 편 써내기도 버거워하며, 다섯 장짜리 보고서의 1/5에 해당하는 분량은 잘라내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려 좀 전까지 수정을 한 데다가, 지난 글들을 읽어보면 hn47749.tistory.com 어제에 이어 글을 쓰려는데, 존경하는 동료 선생님께서 자조적으로 하신 말씀이 떠오르네요. 애들한테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면, 그 사고력을 가지고 우리를 비판해. 어쩌면 송숙희 작가님이 이런 생각을 하실 것 같다..

도서 2024.07.29

<150년 하버드 사고력 수업>을 통한 비판적 사고 훈련 #1

1500자로 이루어진 블로그 글 한 편 써내기도 버거워하며, 다섯 장짜리 보고서의 1/5에 해당하는 분량은 잘라내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려 좀 전까지 수정을 한 데다가, 지난 글들을 읽어보면 하나같이 근거는 빈약하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고 있는 글쓰기 이력을 지닌 저이기에, 감히 누군가의 글을 비판할 자격은 되지 않음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생각하고 글 쓰는 훈련을 하고 있는 견습생으로서 송숙희 선생님께 사고력 수업을 들으며 비판적 사고를 연습해 보는 중이니, 귀엽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2교시 '당신은 비판적 사고력이 있는가?' 중 '인생을 관장하는 비판적 사고력의 효과' 부분에 비판적 사고력의 효용이 다음과 같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1. 비판적 사고력이 있으면 무엇이든 잘 배웁니다. 2. 비..

도서 2024.07.29

<150년 하버드 사고력 수업> 독서일기 #2 - 문송하지 않겠습니다

은 들고 다니며 읽기에는 버거워 외출 가방에는 송숙희의 을 챙겨 넣었습니다. 저자는 서로 다른 정의를 소개하며 비판적 사고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요, 해당 부분을 제 나름대로 재해석한 바를 기록하고자 합니다. 비판적 사고력에 대한 부분을 읽고 내린 제 결론은, 인공지능 시대에 문송(문과여서 죄송)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것이었지요. 첫째, 비판적 사고는 바라보는 행위에서 시작한다 먼저 어원을 분석한 내용을 먼저 소개해 드릴게요. 비판적이라는 의미의 영단어 critical의 어원은 ‘통찰’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critique이라고 합니다. 대상에 대한 깊은 생각의 결과 얻는 것이 비판적 사고인가 봅니다. 또한 저자는 영단어 critique의 의미를 살피며 비판적 사고를 다음의 세 단계로 묘사했습니다. 첫째,..

도서 2024.07.27

찔끔찔끔 짜다가 오늘도 찔끔 독서를 면치 못하는

#1. 감정의 소용돌이 참았던 눈물이 한 번 흘러나오자 그 다음에는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출장지에서도 ’무슨 개똥(이라도 씹은 듯한...이라고 해볼까) 철학자’의 얼굴을 한 상태로 있었다. 어떤 감정의 북받침은 발레학원에서도 이어졌는데, 선생님께서 돌연, 시범 보일 때 수강생들이 따라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었다는 이유로 실제 동작을 할 때 전혀 순서를 일러주지 않겠다고 선포하셨다. 사전 예고도 없이 말이다. 부당하다는 생각이 (동작의 순서를 엉망진창으로 하는 내 모습을 확인한 후의) 민망함으로 변하면서, 또 한 번 나는 울컥 하는 것이었다. #2. 소용돌이가 각인된 매리언 울프의, 아니 나의 p.19~20 우리는 지고한 쾌락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 물리쳐 버렸던 모든 것들: 흥미진진한 대목에서 친구가 ..

도서 2024.07.03

‘죽음의 수용소’에서 사소하지만 품위있는 삶을 추구하기

p.45 가능하면 매일같이 면도를 하게. 유리 조각으로 면도해야 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 때문에 마지막 남은 빵을 포기해야 하더라도 말일세. 그러면 더 젊어 보일 거야. 뺨을 문지르는 것도 혈색이 좋아 보이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이지. 자네들이 살아남기를 바란다면 단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어. 일할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중략) 그러니까 늘 면도를 하고 똑바로 서서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그러면 더는 가스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주인공의 막사로 몰래 찾아 온, 아우슈비츠 선배이자 동료가 ‘나’와 동료들에게 건넨 말이다. 기품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비로소 요 며칠 나의 모습이 보인다.순간순간 친절을 잃지 않았는지. (아무리 피곤하고 아프고 바쁘고 불안하여 친절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

도서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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