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26

답답한 나에게 호통

맹신과 맹종을 경계한다면 명철한 정신으로 성경을 펴들고 읽을 일이다.내가 가지 못한[혹은 가지 못할까봐 염려되는] 길들로 인해 불안해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주어진 일에 집중하며 오늘을 충실히 살 일이다.이 바쁜 시기에 뭘 그렇게까지, 하며 문서를 더 깔끔하게 작성할 방안을 모색할 것이 아니라, 분명히 안 자고 있는 줄 아는데 자기가 영어 해석할 차례가 올 것이 두려워 애써 눈 감고 있던, 화장이 짙은 눈으로 애써 미소 짓던 아이의 두려움을 헤아려주고 가서 잠시 불러내어 아이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란 말이다. 도대체가! 오늘 잠시 읽은 니체 해설서에서 공감한 점은 이것은 선, 저것은 악으로 나누며 나와 타인을 옥죄는 ‘도덕적’인 삶을 지향할 것이 아니라, 기준에 부합하는 절제하는 삶을 살자는 것이다. 나에게..

일상 2024.03.08

묵상노트

요한복음 16장 17절 제자 중에서 서로 말하되 우리에게 말씀하신 바 조금 있으면 나를 보지 못하겠고 또 조금 있으면 나를 보리라 하시며 또 내가 아버지께로 감이라 하신 것이 무슨 말씀이냐 하고 요한복음 16장 18절 또 말하되 조금 있으면이라 하신 말씀이 무슨 말씀이냐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알지 못하노라 하거늘 묵상 제자들은 예수님의 사역을 이해하지 못한다. 십자가 죽음과 부활 승천, 그리고 그 이후에 보혜사 성령님이 오실 것을 미리 일러 주시는 예수님 앞에서, 이것이 무슨 말씀인가, 하며 어리둥절하고 수군거리는 제자들의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인 것만 같다. 하나님의 마음을 시원케 해드리는 삶을 살고 싶은데, 나의 인지 범위와 지혜는 너무도 제한적이고 야트막하다. 몸살기운으로 몸은 부서질 듯하고 학생들과..

일상 2024.03.06

야곱의 두려움

창세기 45장 26 알리어 이르되 요셉이 지금까지 살아 있어 애굽 땅 총리가 되었더이다 야곱이 그들의 말을 믿지 못하여 어리둥절 하더니 27 그들이 또 요셉이 자기들에게 부탁한 모든 말로 그에게 말하매 그들의 아버지 야곱은 요셉이 자기를 태우려고 보낸 수레를 보고서야 기운이 소생한지라 28 이스라엘이 이르되 족하도다 내 아들 요셉이 지금까지 살아 있으니 내가 죽기 전에 가서 그를 보리라 하니라 죽은 줄만 알았던 요셉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믿지 못하고 어리둥절해 있던 야곱은 수레를 보고서야 사실인 줄을 깨닫고 아들을 보러 가기로 한다. 창세기 46장 1 이스라엘이 모든 소유를 이끌고 떠나 브엘세바에 이르러 그의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께 희생제사를 드리니 야곱의 호칭이 이스라엘로 바뀌었다. 이러한 호칭의 변화는..

일상 2024.03.01

마스터키 같은 교육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과 이름도 안 바꾸고, 몇백 년 동안 셰익스피어와 호머의 일리아드, 기초과학 같은 것만 가르칩니다. 이렇게 가르쳐서 되겠습니까? 우리나라 대학들은 거의 매 학기 이름을 바꾸는데요. '독어독문학과'는 이제 '독일문화융합서비스학과'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야 급변하는 세상에 발맞춰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위에 언급한 오래된 대학들이 진짜 몰라서 이러고 있을까요? 저들은 말하자면 '마스터키 에듀케이션(Master Key Education)'을 하고 있습니다. (중략) 기초 학문을 제대로 가르쳐서 졸업생들이 언제든 새로운 도전을 할 때 거기에 조금만 보태면 그 문을 열 수 있게끔 해주는 것입니다. - 최재천 교수, 2022 '5년 후, 우리의 삶' 인문포럼 강연..

일상 2024.02.29

운전자 보험은 들지 않기로 했다

자동차 보험 만기가 도래하여 전화를 받았다. 같은 조건으로 갱신하기로 했고, 올해는 꼭 주행거리 계기판 사진을 찍고 티맵 운전 점수 할인도 도전하여 보험료를 환급 받으리라, 다짐하였다. 자동차 보험 만기 설명이 끝나갈 즈음, 상담사분이 운전자 보험 이야기를 꺼내셨다. 아직도 운전자 보험 안 든 분이라고 메시지가 떠서 놀라셨다고, 도로교통법이 보행자 위주로 바뀌어서 잘못하면 구속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고, 이 법은 횡단보도, 교차로, 스쿨존 등에서 일어나는 (심지어 내 차를 보고 놀라 넘어지는 등) 차량 비접촉 사고에도 적용이 된다고, 큰.일. 난다고 겁을 주셨다. 주신 겁을 단단히 집어 먹었다. 설명이 이어졌다. 보행자 위주로만 처리 되어서 억울한 상황 맞지 않으려면... 가만, ...억울하게? 생각이 ..

일상 2024.02.28

Von guten Mächten/ By Gentle Powers/ 선한 능력으로

https://youtu.be/aN7dGz6NH5M?si=jGnyko6fweqACIAo Von guten Mächten By Gentle Powers 선한 능력으로 Von guten Mächten treu und still umgeben, Surrounded by that good power 그 선한 힘에 고요히 감싸여 behütet und getröstet wunderbar, Enjoying that wonderful peace 그 놀라운 평화를 누리며 So will ich diese Tage mit euch leben I'm walking with Jesus 나 그대들과 함께 걸어가네 und mit euch gehen in ein neues Jahr. Opening a new day with Jesu..

일상 2024.02.28

글쓰기의 매력 세 가지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문득 내가 왜 글을 쓰는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오늘도 몇 자 끄적거려 본다. 1. 지적 대화에 참여하고 싶어서 나는 말주변이 없다. 뭔가 말하려면 일단 긴장도가 높아 버퍼링이 걸리고, 어떤 주제 분야에 대해 제법 통달해 알고 있는 바도 별로 없어 말을 잘 이어가지도 못한다. 그런데 글은, 말이 어눌한 내게는 아주 고마운(!) 말하기 대본이 되어주기 때문에 그나마 자신감 있게, 그리고 조금은 더 논리적으로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글을 쓰며 깨닫고 또 깨닫는 것은 '내가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없는가'하는 것이다. 각종 자료나 책을 뒤적이면서, 글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는 공부를 하게 된다. 21세기의 문맹은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학습, 탈학습, 재학습을..

일상 2024.02.26

친구가 있다는 것

서로의 안위를 걱정해주고 함께 기뻐하고 마음껏 웃고 울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친구가 있다는 것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내가 지금 이 순간 어떻게 판단 받고 있을지”를 고민하며 지속적으로 자신을 검열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방학 동안 약간 살이 올라 옷매무새가 그닥 멋지지 않고 화장기라고는 전혀 없는 나의 모습을 비웃지 않으며, 국은 그릇 가장자리에 국물이 묻도록 뜬 데다가 뜸들이느라 밥이 국보다도 늦게 상에 올라도 흉보지 않을, 편안하고 그리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다 말하지 못해도, 다 말하지 않아도, 각자의 크고 작은 힘든 시간들을 통과해가며 살아가는 친구들과의 시간이, 오가는 웃음소리와 눈빛들이, 행복해서 오늘은 좀 게으르고 싶다. 내일은 더 열심히 읽고 생각하..

일상 2024.02.22

릴케의 친절에 대하여

#1. 친절에 대하여 매리언 울프는 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어린 시절 읽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 제게 아주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장 크게 감동한 것은 그의 편지글에 담긴 시적 언어가 아니라, 그가 한 인간에게 보여준 더없는 친절이었습니다. 이처럼 친절은 오랜 여운과 감동을 남긴다. 친절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한다. #2. 강요할 수 없는 친절 며칠 전 동료들과 함께 근처 커피전문점에 들렀다. 말차라떼 라지 사이즈 주세요, 하는 내 말에 저희 매장에는 라지사이즈는 없습니다. 숏, 톨, 그란데 사이즈가 있으니 다시 말씀해주세요. 하는 냉랭한 응답이 돌아왔다. 아뿔싸, 나를 뒤이어 주문한 동료도 실수로 라지 사이즈요, 해버렸다.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로 시작하는, ..

일상 2024.02.19

대물림 탓을 할 수 없는 나의,

자존감이 대물림 되듯, 폭력도 대물림된다고 한다. 내가 가끔, 아이들에게 괴물같은 모습으로 변하기도 하는 것이... 내가 자라온 환경 탓에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제법 부모님을 핑계 삼아온 것도 같다. 어떻게 엄마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아이에게 한바탕 난리를 치고는... 민망한 마음에 조카에게 물었다. ㅇㅇ도 아빠한테 이렇게 혼난 적 있니? ......아뇨. 나는, 깊은 충격을 받았다. 많이도 싸우고 많이도 혼내시던, 같은 부모님 아래 자란 나는 무엇이 문제일까? 남동생에 비해 다혈질인 성격맏이로서, 아들이 아닌 딸로서 알게 모르게 쌓여 온 스트레스나 피해의식호르몬의 영향고갈된 현재의 체력 이런 저런 이유를 열심히 갖다 붙여 보아도, 나의 미성숙하고 폭력적인 모습이 “봐줄(?) 만하게“ 여..

일상 202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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