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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2장 독서 일기 - 우아하고 평범한 끔찍함

이반 일리치가 지나온 삶의 발자취는 아주 단순하고 평범한 동시에 대단히 끔찍했다.   2장의 첫 문장입니다. 이러한 문장을 접한 우리는 다음에 어떤 끔찍한 삶의 모습이 펼쳐질지 상상하며 글을 읽게 되지요. 그런데 톨스토이의 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다음은 이반 일리치를 묘사하는데 쓰인 단어들입니다. 집안의 자랑거리, 총명함, 적극적, 유쾌한, 예의 바른, 훌륭한 성적, 재능, 온화, 사교적, 의무라고 생각한 것은 엄격하게 해내고야 마는, 높은 지위의 사람들에게 이끌림, 관능, 허영심, 고상함, 위엄, 정확, 청렴, 장난기, 재치, 선량하고 점잖은 호인, 깨끗한 손, 깨끗한 셔츠, 고위 인사들의 인정, 정중, (자기 의지에 종속된 사람들에게도) 동료처럼 곧잘 대하는, 우..

도서 2024.10.08

<이반 일리치의 죽음> 1장 독서일기 - 죽음을 둘러싼 표정들

어제는 스토리 전개에 푹 빠져들어 읽은 을, 오늘부터는 느린 속도로 2회독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각 장의 독서일기를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장은 죽음을 둘러싼 서로 다른 '표정'들을 주제로 기록을 남기려 합니다. 죽음을 둘러싼 표정들 1장에는 표정이라는 단어가 11번이나 나옵니다. 뿐만아니라 눈짓, 시선 등 얼굴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많이 등장합니다. 톨스토이는 독자로 하여금 각 등장인물의 표정과 이에 드러난 심경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떠올리며 책을 읽기를 바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1. 이반의 표정얼굴에는 해야 할 일을 완수했다는, 그것도 바르게 완수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또한 그 표정에는 살아 있는 사람들을 향한 나무람과 경고도 담겨 있었다. (13) 법학원을 나와 법원 의원까지 ..

도서 2024.10.07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탄식

도서관 문 닫을 시간이 되어 덮은 책장이 아른거려, 책방을 두 군데나 기웃거려 구입했다. 죽음에 대해 읽으며, 삶을 읽었다. 젊고 의기양양한 이반의 모습에서 나의 지난날들의 모습을, 지극히 세속적이고 의미 없는 것들에 울고 웃는 가족의 모습에서 나의 가족과, 또 오늘 유독 음식점과 도서관 등 주변에서 마주친 두 가족의 모습을 읽었다. 병들고 쇠약해진 이반을 둘러싼 주변 인물의 모습에서는 시아버님께 전화드릴 때 나의 모습을, 아주 많이 읽었다. 불화의 씨앗이었던 아들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하인만이 죽어가는 이반의 고통에 마음으로 동참하는 모습에는 나의 모습을 견줄 길이 없어 슬펐다. (명문장을 발췌하여 같이 싣고 싶었는데, 짧디 짧은 이야기에 명문장이 어쩜 이리 많은지 일단 거의 모든 페이지를 캡처 ..

도서 2024.10.05

<일류의 조건> 독서일기 #2 - 몰입을 위해 화살을 한 개만 쥐어주기

에서는 숙달의 원리를 잘 담고 있는 작품으로 라는 일본 중세에 지어진 수필집을 한 챕터에 걸쳐 소개합니다. 이 중 ‘초보자는 화살 두 개를 동시에 쥐어서는 안 된다. 두 번째 화살을 믿고 첫 번째 화살을 성의 없게 쏘기 때문이다’라는 어느 활쏘기 스승의 말을 인용합니다. ‘믿는 구석’이 생기면 집중과 몰입이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경험을 떠올리며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집중을 방해하는 ‘믿는 구석‘에 대한 경험담과 해결방안을 살펴보겠습니다. 1. 믿는 구석 관련 경험담 1.1. 연습실을 두 시간이나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 최근 슈만의 피아노 연주 녹화를 했습니다. 기록으로 남기기로 결정한 녹화본은, 연습실 사용 종료 시각을 5분 남겨 두고 마지막 한 번의 연주 기회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

교육 2024.10.04

나만의 스타일과 꿈 찾기 - 창조적 계승과 적극적 독서

스타일 창출 사이토 다카시는 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을 숙달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소개합니다. 동경하는 대상의 스타일을 면밀히 분석한 후 이를 기본으로 삼아 자신만의 색깔을 담는, 창조적 계승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수업을 할 때, 운동을 할 때, 악기 연주를 할 때, 블로그 글을 작성할 때, 저녁식사를 마련할 때, 화장을 할 때 등 생각해 보면 저의 하루를 이루고 있는 거의 모든 순간에 대해, 저는(그리고 우리 모두는) 저마다 동경하는 아주 많은 모델을 마음에 지녀왔을 것입니다. 하다 못해 웃을 때 저렇게 입을 벌리고 웃으면 참 사랑스러워 보이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점차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왔겠지요. 발레 수업 후 꾸벅꾸벅 졸면서도 글을 쓰는 것은, 무언가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도서 2024.10.03

논술형 백지 답안에서 시작된, 최소성취 수준 보장 지도에 대한 염려

영어 논술형 문항 백지 답안에서 시작된 염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맞는 일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어 심란한 경험 있으신가요? 저는 지금이 그런 상태인 것 같습니다. 214명의 학생이 시험을 응시하였는데 그 중 자그마치 22.4%에 달하는 48명의 학생이 논술형 문항 0점을 받았거든요. 물론, 여기에는 한글로, 제시문의 두 집단의 공통점을 분석한 후 이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공동체적 이상향에 부합하는지 판단하고, 우리 학급을 더 이상적인 공동체로 만들기 위한 실천방안에 대한 아주 구체적이고도 멋진 단락을 구상한 학생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어 논술은 0점이었지만 생각은 아주아주 훌륭한 친구들인 것이죠. (학생들의 소중한 지적 재산이므로 희미하게 처리하였습니다. 채점기준표상으로는 0점인데, 정말 0점을 부여..

교육 2024.10.01

코멘트력 만랩을 위한 나의 노력 - 가르치기 위해 배우기

수업을 잘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발레와 피아노를 꾸준히 배운다는 이야기는,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사이토 다카시의 에 따르면 좋은 지도자는 학습자의 수행을 관찰하다가 적시에 적절한 피드백을 해주는 '코멘트 능력'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코멘트력은 지도자 스스로가 '숙달의 경지에 오르는' 경험을 함으로써 기를 수 있는데, 분야를 막론하고 '숙달의 경험'에는 어떤 일반적으로 정통한 원리가 있다는 것이 사이토 다카시의 설명이다. 즉, 더 나은 영어교사가 되기 위해 꼭 '영어 학습'에 매진해야만 훌륭한 코멘트력을 지닌 영어 교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영어 교사의 영어 학습은 초보자의 학습과 형태 및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초심자가 느끼는 어려움의 지점을..

교육 2024.09.29

난생 처음 미용실에서 열폭한 이야기

피아노 연습은 제처 두고 미용실에 가서 열폭한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데, 멈칫한다. 그만큼 울분을 토할 일이 맞았던가, 최근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많았어서 엉뚱한 데서 열폭한 것은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썰을 풀기 전에 일단, 미용실에 다녀온 후로 한 달 동안 거울을 볼 때마다 마음이 우울했던 기억이 있다. 생각보다 너무 짧고 빠글 해서 싫었다. 지난번에는 마침 시간이 된 날 그분이 안 계신다 하여 다른 분께 너무나 만족스럽게 머리를 하고 왔는데, 오늘은 그 분이 아닌 분이 안 계신다 하여, 예약시간을 앞두고 마음이 좀 불안했다. 요구하는 바를 명확히 알려드리지 않은 나의 불찰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번에는 최대한 분명하게 나의 요구사항을 말씀드렸다. C컬 파마를 하기 전 머리 기장이 어깨에 닿을 정..

일상 2024.09.29

러브콜, 기대심리, 그리고 교사를 위한 결정적 순간

러브콜 최근 러브콜을 몇 차례 받았습니다. 수업 관련 협업, 수업 컨설팅, 학교 축제 교사 공연팀 등 주로 학교 및 교육 관련 일인데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러브콜이었지요. 바로, 아마추어 콩쿨을 나가보지 않겠냐는 발레 선생님의 제안이었습니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발레 콩쿨이라니. 90세에 아들을 보게 될 것이라는 여호와의 음성에 사라가 어찌 빵 터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게다가 3월이면 화장실도 갈 새 없이 바쁜 시기인데 콩쿨 준비를 한다는 것은 비현실성을 넘어 망상에 가까운 발상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지요. 그런데 아주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늘따라 맨날 틀리던 바(Bar)나 센터 동작 순서도 틀리지 않고 제법 잘 수행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어요? (참고로, 전 학습이 느린 편이어서, 맨날 마..

교육 202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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