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선생님들과 독서 모임을 앞두고, 나임윤경 외의 <공정감각>을 읽으며 고민이 깊다.
1. 중년 시민의 고민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이 3~400만 원이라는 데 분노하던 학생들에게는, 청소노동자들의 실제 임금이 200만 원 조금 넘는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청소노동자들이 최저임금보다 많이 받으므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기자로, 그 다음에는 NGO 활동가로 평생 일하다가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가 되어 과로로 숨진 노동자의 모습이 자신의 미래의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이십대 청년들이 극우세력이 되어가는 현상의 단면을 통해, 나는 온통 분노를 쏟아낼 대상을 찾고 있는 가련한 청년들의 좌절감과 불안을 본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는 없을 거라는 패배감에 젖어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이들에게, 나의 집이나 직업을 내어줄 수 없을 것이라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2. 교사의 고민
교사가 지성인이라면, 나는 이러한 현상을 읽고 교사로서 행동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대해, 학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만 한다.
그리고 교육자로서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다면, 머리로 이해하게 하도록 돕는 시도도 중요하지만, 마음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2.1.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
그냥 현실 받아들이고 선한 마음을 가지고 살라,
는 류의 메시지만큼 그들의 울분을 일으키는 것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수업이 이대남을 정죄하고 처단하는 데 목적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아예 수업 자체가 역풍만 불러일으키고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한 채 끝나거나, 해갈되지 못한 분노가 풍선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너도 힘들구나. 그들도 힘들겠잖니.
같이 살만한 세상이 되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조금씩 해나가자.
는 것이 수업의 주요 메시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하고 함께 실행에 옮기는 작업도 뒤따르도록 계획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저 사변적이고 흐지부지한 수업이 되는 것은 후회와 부끄러움을 남기기 때문이다.
2.1. 어떻게 전할 것인가
이 부분이 관건이다.
아름다움의 회복을 주제로 일련의 수업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정작 아름다움을 얼마나 '느꼈는지'는 모르겠어서 역량 부족에 대해 반성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떠올린다.
내가 교회에 다니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감동해서인 것처럼, 학생들이 점수를 얻기 위해 교수자의 의도를 '앵무새처럼 읊도록' 만드는 대신, 해당 주제에 대한 마음의 온도가 조금이라도 높아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서 교수자의 탁월성이 가려진다.
수많은 연구와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저녁에 (수행평가 채점과 정기고사 문제 검토를 조금이라도 진행한 후에) 죽은 시인의 사회를 감상할까 한다.
3. 결론
3.1. 젊은이들의 불안과 좌절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는 것으로 보인다.
3.2. 청년들의 아픔과 고민을 어루만지는 수업을 해야 한다.
3.3. 모두가 살만한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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