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관찰하는 눈, 따뜻한 마음, 그리고 교사의 꿈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1. 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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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찰하는 눈

 
나를 닮은 조카가, 양손을 깍지 낀 상태에서 열심히 마사지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두텁고 커다란 나의 손과 그들의 손을 번갈아 쳐다보던 눈빛들, 그리고 무신경한 말들.
 
나의 조카도 겪어내고 있구나.
 
자신의 손을, 그리고 손을 물려준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원망스럽겠구나.
 
 
 

출처: pixabay

 
 
 
 
잠시 고민하다가, 이야기했다.
 
 

00이가 고모를 닮아 손이 큰데,
고모보다는 훨씬 손이 예쁘네.

 
 
 
 
조카가 살면서 감내야 할 아픈 말들을 조금은 상쇄해 주는 완충제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며.
 
조카가 미소 지었다.
 
다행이었다.
 
 
 

출처: pixabay

 
 
 
 
 

#2. 따뜻한 마음, 그리고 교사의 꿈

 
7년쯤 전인가, 콤플렉스 극복기[방안] 수행평가를 했다.
 
깡마른 몸이 콤플렉스인 주인공이 결국 자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하기로 다짐하는 교과서 본문을 학습한 후에, 자신이 콤플렉스를 극복한 사례나 극복할 방안을 영어로 발표하는 수행평가였다. 너무 민감한 내용이어서 타인 앞에서 발표하고 싶지 않다면 유명인의 콤플렉스 극복 사례를 소개해도 된다고 했다.
 
 
 

출처: pixabay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어서, 교사인 나의 콤플렉스 극복기를 먼저 발표자료를 사용해 발표했다.
당연히 소재는 나의 손. 이러저러한 경험들로 인해 손을 부끄러워하며 살아왔는데, 얼굴 흉터로 인해 놀림받은 뒤 화장실에서 혼자 울고 있던 학생을 내 손을 보여주고 위로해 주며, 생전 처음으로 큰 손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게 되었다는 내용의 발표였다. 어떤 아이는 나의 발표를 듣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실은 최근에 어떤 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이 내용을 소개했는데, 어떤 선생님도 펑펑 우셨다.ㅎㅎ)
 
 

출처: pixabay

 
 
 
그리고 수행평가가 끝난 후, 숨기고 싶던 콤플렉스를 발표하면서 콤플렉스가 더 이상 콤플렉스가 아니게 되었다는 학생, 콤플렉스일 필요가 전혀 없을 것 같다는 친구의 말에 위로를 받고 자신감을 얻었다는 학생 등 다양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야기를 갈망한다.
진솔하고 따뜻한 이야기는 깊은 감동을 남기며, 치유의 힘을 발휘한다.
 
 
 
 

출처: pixabay

 
 
 
학교가 저마다의 이야기들로 좀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공부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억지로 등 떠밀려 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는 몸짓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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