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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와 애도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인해 가족 친지 친구 동료를 잃은 분들과, 그리고 애도에 동참하는 모든 지체들 앞에 속죄합니다. 마음으로 함께 하며 연결되어 있기를 희망했건만, 저는 오늘도 일상을 살아가고 개인적인 일들에 정신을 빼앗기고 울다가 웃다가 생각에 빠졌다가 생각에 잠겼다가 하느라 어느 순간에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기를 놓쳤음을 깨달았습니다. 지나치게 가볍고 지나치게 밝고 지나치게 경망스러웠던 모든 행동과 입술의 말과 마음의 생각까지 하나님과 사람 앞에 회개하며 속죄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일상 2024.12.30

조지프 르두 <불안> 독서 일기, 불안에서 벗어나기 에세이 쓰기 수업, 그리고 일기

인생 자체은 불안의 연속이다. 뇌손상 등으로 인해 위협을 감지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제외한다면 크고 작은 불안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어린 아이조차 부모와의 분리 등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조지프 르두의 에서 말하는 불안 반응 조지프 르두는 불안과 공포에 대한 뇌과학 저서인 에서 공포 및 불안에 사로잡힌 상태의 사람이 다음과 같이 위협을 처리하고 방어 반응을 보인다고 분석하였다. 1. 위협에 대한 주의 증가(과다 경계)위협을 감지하는 감각이 지나치게 예민하며, 극단적인 경우 거의 모든 것이 위협적으로 느껴져 얼어붙기, 회피와 같은 방어 행동을 촉발하고, 뇌 각성을 증가시키며, 스트레스 반응을 보인다. 이렇게 위협에 지나치게 반응하는..

교육 2024.12.29

<작별하지 않는다> 독서일기 - 하지만

하지만 너무 따뜻해.하지만 새가 있어. 묘하게 대구를 이루는 문장이다. 각각 한강 작가의 소설 과 에 나온 문장이다. 첫 번째 문장은, 눈사람이 되어 버린 화자가 몸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끼면서 추운 강바람을 찾아 내려가지만, 존재의 필연적 소멸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문장이다. 한편 두 번째 문장은, 새에게 물을 주어 살려달라는 인선의 부탁을 받고 인선의 제주 집을 찾아 나섰다가 폭설에 파묻힌 경하가 존재의 소멸에 대항하는 문장이다.두 문장의 공통점은 눈과, 생명에의 의지이다. 두 문장의 차이점은 전자는 죽음으로 돌아서는 반면 후자는 생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우리 삶의 모습이다. 끊임없이 죽음을 향하면서도, 생에의 의지를 확인한다. 두 문장의 상호 울림은 다음의 문장을 닮아있다.(이하의 인용문은 모두 ..

도서 2024.12.24

주 음성 외에는

주 음성 외에는 참 기쁨 없도다날 사랑하신 주 늘 계시옵소서기쁘고 기쁘도다 항상 기쁘도다나 주께 왔사오니 복 주옵소서 나 주께 왔으니 복 주시옵소서주 함께 계시면 큰 시험 이기네기쁘고 기쁘도다 항상 기쁘도다나 주께 왔사오니 복 주옵소서 주 떠나가시면 내 생명 헛되네기쁘나 슬플 때 늘 계시옵소서기쁘고 기쁘도다 항상 기쁘도다나 주께 왔사오니 복 주옵소서 그 귀한 언약을 이루어 주시고주 명령 따를 때 늘 계시옵소서기쁘고 기쁘도다 항상 기쁘도다나 주께 왔사오니 복 주옵소서 아멘

일상 2024.12.24

시편 127편

(시편 127편 / 개역개정)1.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2.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3. 보라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4. 젊은 자의 자식은 장사의 수중의 화살 같으니5. 이것이 그의 화살통에 가득한 자는 복되도다 그들이 성문에서 그들의 원수와 담판할 때에 수치를 당하지 아니하리로다

일상 2024.12.24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에는 섬뜩한 눈이 내린다

한강 작가의 에서 내리는 눈은 소리 없이 사각사각 내려와 소복소복 싸이며 강아지와 어린이들이 뛰놀게 만드는 눈이 아닙니다. 다음은 '폭설' 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눈에 대한 묘사들입니다. (59) 흰 새들의 길고 찬란한 띠(60) 눈이란 원래 하늘에서 내리는 게 아니라 지상에서부터 끝없이 생겨나 허공으로 빨려 올라가는(63) 잿빛 하늘과 아스팔트 사이의 허공을 촘촘히 꿰매는 무수한 흰 실들(67) 수천수만의 새떼같은 눈송이들이 신기루처럼 나타나 바다 위를 쓸려 다니다 빛과 함께 홀연히 사라진다.(71) 숨막히는 밀도의 저 눈보라(71) 어디까지 구름이고 안개이고 눈인지 구별할 수 없는 저 일렁이는 회백색 덩어리(74) 허공 위로 고운 소금 가루 같은 눈발이 반짝였다.(87) 버스 앞유리의 와이퍼가 ..

도서 2024.12.20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기 전에 <작별>을 먼저 읽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

며칠 전 두 작품의 연관성에 대해 논하며 를 읽기 전에 을 먼저 읽으면 좋다는 취지의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꼭 그런 순서로 글을 읽어야만 하는 것일까요? 예상하셨겠지만, 당연히 정답은 '아니오'입니다. 순서를 지켜 읽지 않아도 괜찮아물론 출판된 순서를 볼 때 이 에 앞서고, 뒤에 출판된 책에 앞선 책의 출판 사실을 언급하는 등 관련지어 순차적으로 읽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의도가 있을 수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독서라는 것이, 모든 독자가 저마다 다른 배경지식을 보유하고 각자 처한 상황과 맥락 속에서 글을 나름의 방식으로 탐험[혹은 '향유'라는 단어를 저는 쓰고 싶군요]해가는 활동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순서에는 정해진 순서나 절대적인 규칙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각 작품 자체가 그 자체..

도서 2024.12.19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기 전에 <작별>을 읽어야 하는 이유

김영하 작가의 , 마거릿 랜클의 , 시미즈 하루키의 등 작별을 소재로 하는 책들은 참 많습니다. 사랑이 영원불변의 소재여서 그런가 봅니다. 또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만남과 헤어짐은 인간이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저마다 다른 양상으로 반복되는 사건이어서 더욱 이야깃거리가 많이 되는지도 모릅니다. 한강 작가는 '작별'이라는 단어를 서로 다른 두 글의 제목에 채택하였습니다. 하나는 단편 소설의 제목이 되었고, 하나는 상반되는 문구가 되어 장편 소설의 제목이 되었네요. 저의 예상과 달리 우연이 아니었습니다.학교 선생님께 를 먼저 읽을 수 있도록 배려를 받고, 비슷한 시기에 친한 옛 동료분께 을 추천 받은 것 역시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바쁜 시기라는 핑계로 짧은 글을 먼저 펼쳐든 것도요. 한강 작가의..

도서 2024.12.17

한강의 <작별> 속 '손들'을 다시 쓰다

한강 작가의 단편소설 은 성실하고 어려우며 슬픈 삶을 살다가 별안간 눈사람이 되어버린 '그녀'의 이야기입니다. 엄마들에게는 특히나 너무도 아픈 책이라는 추천을, 엄마인 지인에게 받아 읽게 되었습니다. 작품에는 손에 대한 묘사가 많이 등장합니다. 해설 같기도 하고, 비슷한 의미를 다른 말로 다시 표현하는 paraphrasing 같기도 하여 '다시 쓰다'라는 제목을 붙여 보았습니다. 직접 인용한 표현은 작은따옴표로 표시하였습니다.       바스러진 손가락 끝그녀가 자신이 눈사람이 되었음을 처음 알게 되는 것은, 무딘 감촉의 원인을 확인하고자 장갑을 벗었을 때입니다. 손가락을 문지르자 고운 눈가루가 떨어져 내리고, 조금 힘을 주어 만지자 손가락 끝이 부스러져버립니다. 그녀의 존재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네요...

도서 2024.12.15

마른 코 들이마시기와 동조하기

시험 감독을 하는데,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코를 들이마시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1학기에도 이 학급에 시감을 들어왔다가 한 시간 내내 초긴장 상태였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도 콧물이 흐르는 상태가 아닌 듯하니 일부러 코를 들이마시는 소리를 내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거나, 혹은 휴지가 필요하냐며 물으러 다니느라(휴지까지 줬으니 소리내지 말라고 당부하느라) 참으로 분주했습니다. 1열 쪽으로 단속하러 가면 4열에서 소리가 나고, 그러면 5열에서 메아리가 울리듯 훌쩍이고, 4, 5열 사이로 오면 이번에는 1열에서 다시 소리가 나고, 4열에 앉은 친구는 제가 옆에 있는데도 일부러 훌쩍, 소리를 한 번 더 내는가 싶더니 3열 끝의 친구도 가세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잖아요, 왜. 사춘기 시절을..

교육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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