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을 하느라 나서는데, 여름 내내 신던 신발 색깔이 눈에 거슬렸다. 신발장을 지키고 있던 샌들을 꺼내 신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조금 걷다 보니 왼발 뒤꿈치의 느낌이 이상했다. 신발 뒤축이 밑창과 조금 분리되어 있었다.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접착제가 수명을 다한 모양이었다. 집에 들어갔다 올까, 하다 말고 지하철역에 거의 다 왔는데, 아뿔싸, 신발 뒤축이 맡창으로부터 완전히 떨어져버렸다. 물어 물어 찾은 상가 지하 구두 수선집이 열려있음을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좀처럼 붙지 않는 신발을 가지고 씨름하시는 모습을 한참을 관찰하다가, 전면 벽장 가득 쌓여 있는 신발에 시선이 가 닿았다. 이건 신발 수선 맡겨놓고 아직 안 찾아가신 것들인가 보죠? 아뇨, 판매용이에요. 한 켤레 오 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