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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에르메스 신발 신고 다닌 사연

외출을 하느라 나서는데, 여름 내내 신던 신발 색깔이 눈에 거슬렸다. 신발장을 지키고 있던 샌들을 꺼내 신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조금 걷다 보니 왼발 뒤꿈치의 느낌이 이상했다. 신발 뒤축이 밑창과 조금 분리되어 있었다.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접착제가 수명을 다한 모양이었다. 집에 들어갔다 올까, 하다 말고 지하철역에 거의 다 왔는데, 아뿔싸, 신발 뒤축이 맡창으로부터 완전히 떨어져버렸다. 물어 물어 찾은 상가 지하 구두 수선집이 열려있음을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좀처럼 붙지 않는 신발을 가지고 씨름하시는 모습을 한참을 관찰하다가, 전면 벽장 가득 쌓여 있는 신발에 시선이 가 닿았다. 이건 신발 수선 맡겨놓고 아직 안 찾아가신 것들인가 보죠? 아뇨, 판매용이에요. 한 켤레 오 만원. ..

일상 2024.08.15

교사의 기도문

하나님, 지난 날에 감사합니다. 한 맺힌 부르짖음을 한 순간도 외면하지 않으시고, 회복의 자리로 나아오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하나님,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합니다. 제가 걷는 이 길을 주께서 기뻐하시고, 기필코 동행하시며 복 주시는 줄 믿습니다. 하나님, 내일을 소망하며 주 앞에 나아옵니다. 복된 길이 아니면 걷지 않게 하시고, 가시밭길일지언정 복된 길을 선택하게 하옵소서. 벌벌 떨며 소스라치며 괴로워하며 꼭꼭 밟아 나아간 그 길에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생명이 피어나게 하옵소서. 하나님, 이 나라를 위해 기도합니다. 이 땅의 청년들이 온갖 우울과 불안, 중독의 문제에서 자유케 하시고, 광복의 날 우리 선조들의 목청을 다한 함성과 울부짖음이 우리 청년들의 해방의 노래가 되게 하옵소서. 이 땅의 모든 양육자..

일상 2024.08.15

워킹맘의 일기

처음으로, 아직 방학 중인 아이를 데리고 이틀째 출근하는 중이다. 계속 함께 놀아주지 않아도 아이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가능한 일이다.  잘 있다가도 엄마를 보자마자 그간의 심심함이 증폭되기라도 하듯 반색을 하고, 교무실 문을 슬그머니 열고 들어와 무릎에 올라앉아 엄마 냄새를 맡으며 응석을 부리는 아이의 모습에 한편으로 참 기쁘다.   동시에, 밀려만 가는 일들, 응답하지 못한 메시지들에 대한 중압감은 커져만 간다.       출근길 나랑 같이 출근해서 좋아요?   퇴근길 내일도 나 엄마 학교에 가요?  동그란 눈으로 나의 입술을 주목하는 아이에게, 나는 차마 모든 진실을 말할 수는 없다.       작고 소중한 영혼을 실망시킬 수 없어서, 나는 때로 모든 것을 말하지 못한다.  미안함과 죄책감은 ..

일상 2024.08.13

탕후루 챌린지가 불편한 것은 나 뿐인가?

잔소리의 발단과 전개 그럼 내가 선배 맘에 탕탕 후루후루 아이들이 언제 적부터 부르는 것을 그냥 두고 보다가 오늘은 한 마디 했다. 엄마는 그 노래가 너무 듣기 불편했는데 참다가 이제 말한다고. (어쩌고 저쩌고 잔소리는 잠시 후에 소개한다.) 실은, 탕후루 챌린지를 따라 하고 있어서 혼을 내기 시작했던 것은 아니고, 오빠 오빠 차 있어? 오빠 오빠 돈 많아? 라는 말을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하는 것을 듣고 기겁을 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말을 듣고 왔느냐고 호통을 쳤더니, 그냥 챌린지일 뿐이란다. 하지만 내게는 그냥 챌린지가 아니었다. 나의 불편함을 형용해 보려 한다. 챌린지에 나타나는 문화 현상 두 챌린지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화자는 여성이고, 청자는 연상의 남성이다. ..

교육 2024.08.12

역할극 수업 진행을 위한 아이디어 #2 - 지문을 정교하게 삽입하기

작년 에세이 쓰기 및 에세이 발표하기 수행평가, 2학기 에세이 쓰기 수행평가까지 빡세게 돌리고 나서, 조금 쉬어가는 코너처럼 역할극 수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놀란 것은, 거의 구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학생 결과물도 (제 기준에서는) 그저 그랬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학생들이 역할극 수업을 통해 영어 말하기 실력과 영어 발화에 대한 자신감이 늘었다고 응답을 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배움이 많이 일어났다는 '느낌'과 실제 배움의 정도에는 간극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차가운 머리로 검증을 시도해야 합니다. 짧은 생각으로는, 당시 국어교과에서 진행되던 역할극 수업과의 형식 면의 융합 효과가 일어나 배움이 더 깊이 일어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쉽고 재미있는' 배움이 학습에 대한 좋..

교육 2024.08.11

240810 메모

#1. 알랭 드 보통의 에서 얻는 통찰 p. 69 자존심을 높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 1. 더 많은 성취를 거두기 위해 노력한다. 2. 성취하고 싶은 일의 수를 줄인다. p. 78 사람을 부자로 만드는 방법 1. 더 많은 돈을 준다. 2. 욕망을 억제한다.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 1. 원하는 것을 소유하기 위해 애쓴다. 2. 기대를 낮춘다. #2. 맨발 걷기의 장점 1. 발이 아파서 걸음의 속도가 느려지므로 주위를 관찰할 수 있고, 흙이 발에 닿는 느낌에 집중할 수 있다. 2. 신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3. 아버지를 설득하는 방법 1. 불만 섞인 말씀을 하시는 것도, 속으로 여러 차례 참고 참다가 하시는 말씀인 것을, 그리고 그 마음 가운데 자식을 향한 사랑과, 염려로 인한 불안의 마음이 자리잡고..

일상 2024.08.10

심성모형을 적용하여 피아노 연습을 하며 학습의 원리를 깨우치다

첫째, 악보의 조성부터 파악하고, 오른손 음계를 더듬더듬 짚어 나가며 멜로디를 익힙니다. 둘째, 왼손 반주를 익히고,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 연습합니다. 셋째, 양손을 함께 연주하며 반복 연습을 통해 곡의 기본적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정도가 되게 합니다. 넷째, 악보에 나타난 템포와 셈여림, 이음줄, 스타카토 등 각종 부호를 반영하여 음악을 정교하게 표현하는 훈련을 합니다. https://hn47749.tistory.com/366 조금 더 단계별 활동을 보기 쉽게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오른손 연습 2단계: 왼손 연습 3단계: 양손 함께 연습 4단계: 반복을 통한 숙련 그리고 아주 숙련된 전문가들에게는 1~2단계가 거의 필요치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은 처음 익히는 단계에 ..

문화 예술 2024.08.10

누가 마약동아리 회장에게 마약을 쥐어주었나

마약동아리 학생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뉴스를 좀 더 검색해 보다가 생각에 빠집니다. 물론 잘못했죠. 잘못이 큽니다. 절도에, 집단 성행위에, ... 사회적 지탄을 받을 만한 행동들을 아주 아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잠깐 멈추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학생들만 비난할 수 있을까요? 아파트 층간소음 이야기부터 제가 사는 아파트 이야기를 잠시 들려드리겠습니다. 몇 달째 엘리베이터 앞에 층간 소음을 줄이자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망치로 찍듯 쿵쿵거리며 걷지 말고 실내화 착용을 일상화하자는 문구가 붙었다가, 낙서가 적혀 있는 등 훼손되면 즉시 새로 붙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센스 없이 까치발로 살금살금 걷지 않는 입주민만 탓할 일일까요? 제 말씀은, 일반적인 걸음 소리도 아주 크게 울려..

교육 2024.08.09

심성모형을 적용하여 글을 쓰며 글쓰기 수업에 대해 고민하기

#1. 심성모형이란 심성모형은 헨리 뢰디거, 마크 맥대니얼, 피터 브라운이 공동 집필한 에서 언급된, 학습을 통한 숙련의 과정과 관련하여 소개된 개념입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일련의 단계가 연동되는 과정을 지칭하지요. 예를 들어 어떤 피아노곡을 연주하는 법을 배울 때의 심성 모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악보의 조성부터 파악하고, 오른손 음계를 더듬더듬 짚어 나가며 멜로디를 익힙니다. 둘째, 왼손 반주를 익히고,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 연습합니다. 셋째, 양손을 함께 연주하며 반복 연습을 통해 곡의 기본적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정도가 되게 합니다. 넷째, 악보에 나타난 템포와 셈여림, 이음줄, 스타카토 등 각종 부호를 반영하여 음악을 정교하게 표현하는 훈련을 합니다. 그리고 ..

교육 2024.08.08

마약 동아리 학생들, 정말로 "다 같이 잘 되고 있는" 것 맞나요?

명문대 학생으로 이루어졌다는 마약 동아리 기사를 보고 혀를 끌끌 찹니다.  "다 같이 잘 되자, 화이팅!"...'마약 동아리' 명문대생들 대화 보니서울대 등 명문대생들이 주로 활동한 전국 2위 규모의 대학 연합 동아리가 ‘마약 소굴’로 드러났는데, 이들은 검찰 수사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5일 서울남부지검에서 이m.edaily.co.kr 모두가 함께 입조심해야 단속에 걸리지 않고 마약을 즐길 수 있다고 호소한답시고 하는, "다 같이 잘 되자, 화이팅!"이라는 말이 참으로 슬프네요. 설령 이 사건에 가담한 실제 학생 수가 미미한 수준이라 할지라도,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어려서부터 고액 과외며 학원가에 돈을 쏟아붓고, 잘 시간 놀 시간 아껴가며 눈물과 땀을 흘린 결과가, "안심하고 마약..

교육 2024.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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