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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No'를 'Say'하다.

연수를 듣고 있는데 호흡 곤란 증세가 심해졌다. 해소되지 않은 육체적 피로와, 여러 임무의 수행으로 인한 책임감과, 자발적으로 선택한 몇 가지 일들, 그리고 새벽예배, ... 중요한 것은 ‘yes'라고 말하라고 강요한 사람도 없는데 스스로 모두에 대해 모든 일에 대해 ’yes'라고 말하고 있으며, 그것을 감당해 낼 능력이 도저히 없음을 깨닫고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표를 채우고 또 채워오던 스스로에게 오늘은 정말 정말 정말 신경질이 났던 것이다. 의 28면에 등장하는 ‘우아’라는 단어에 토악질이 날 것만 같아서 당장 덮고, 표지 구경만 하던 을 펼쳐 들었다. (백만 배는 더 가독성이 있는 문체에 호흡곤란 증세를 잠시 잊었다.) 몇 장 펄럭이다가(‘읽다’는 동사는 필자께 송구해서 못 쓰겠다), 세이노..

일상 2024.06.04

<논증의 기술>과 <모비딕>과 함께 농담으로 마무리하는 하루

또 가슴이 뛴다. 설레어서라기보다 무리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하지만 과연 무슨 일을 덜어낼 수 있었을까, 싶다. 숙제로 앤서니 웨스턴의 을 몇 자 읽었는데, 웃기는 농담도 논증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여겨졌다. p.25 지구에 사는 것이 고된 일일 수도 있지만, 누구나 지구에 살기만 하면 해마다 한 번씩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무임승차권을 얻게 된다. 이런 관조적이고 해학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 있다면 우리 삶의 무게가 다소 가벼워질 수 있겠지. 나만의 농담에 기반한 논증(...이라고 부르기 거창하다면 그저 이를 패러디한 나만의 농담)을 시도해 보자. 지구에 사는 것이 고된 일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천국 소망을 더욱 품을 수 있게 된다.지구에 사는 것이 고된 일일 수도 있지만, 하..

도서 2024.06.03

<이처럼 사소한 것들> 독서일기 - 이야기에 대한 성찰

인간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야기를 사랑한다. 이야기는 우리를 갈망한다. 이야기는 언어와 문화를 전승 및 학습하는 중요한 도구이며, 상호 돌봄 및 공동체 유지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우리 삶의 원동력이다. 이야기는 공해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말들을 너무도 쉽게 입에 올린다. 테니스장에서 돌아오신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000씨의 술버릇이 얼마나 고약한지, ***씨 와이프가 얼마나 눈화장을 짙게 하는지, @@@씨의 자녀가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말씀하실 때마다 나는 마음 한 켠에서 깊은 공허함을 느꼈던 것 같다. (커서 되돌아보니 그랬던 것 같다는 이야기이고, 과거 십대의 내가 실제로 뒷담화의 현장에서 공허함을 느낄만큼 성숙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다음은..

도서 2024.06.02

왼손의 역할을 고민하며 안물안궁을 거부하다

인솔교사로서 가는 수학여행(이라는 용어가 아직은 소규모 테마여행이라는 말보다 먼저 튀어나온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여행 가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책 두 권과 블루투스 자판기, 그리고 뜨개실과 코바늘을 챙겨 갔다. 말동무가 필요해서 내 옆에 다가오는 아이들을 무시하고 독서를 할 수는 없었기에, 책 두 권 중 한 권은 고스란히 들고 왔고, 나머지 한 권도 30쪽 내외를 간신히 읽고 돌아왔다. (물론 책장을 앞뒤로 넘겨가며 천천히 그리고 상세히 읽긴 했다.) 종일 아이들과 함께 한 후 야간 지도의 의무도 이행해야 했고, 차분히 매일의 기록을 남길 시간도 체력도 없었기에 자판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이따금씩 배드민턴이나 족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살피거나, 아이의 이런저런 이야기에 응대하면서도 할 ..

일상 2024.06.01

갈비뼈 사자를 살리는 힘

https://v.daum.net/v/20240601083141578 7년 갇힌 '갈비뼈 사자'가…흙 밟고 낮잠을 잡니다[남기자의 체헐리즘][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 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세상이 처음 불편해졌지요. 직접 체험해 알리는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체험과 저널리즘을 합친 말입v.daum.net 존중과 배려는 생명을 살리는구나. 이런 기사가 기자가 수의사가 세상에 존재함이 참으로 감사하다. 학교에, 회사에, 학계에, 시장에, 온누리에, 나의 일상에 생명존중의 물결이 지속되기를 원한다.

환경 2024.06.01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알려주는 사소하지 않은 진실

펄롱은 자기 빵을 까맣게 태워버리고는 잘 지켜보지 않고 불에 너무 가까이 갖다 댄 자기 탓이라며 그냥 먹었는데, 갑자기 무언가가 목구멍에서 울컥 치밀었다. 마치 이런 밤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일요일 밤에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심란한 걸까? 펄롱은 어느새 또 미시즈 윌슨 집에서 지내던 때를 생각하고 있었다. 펄롱은 생각할 시간이 너무 많아서, 색전구와 음악 등등 때문에 어쩐지 감상적인 기분이 되어서, 또 조앤이 합창단에서 노래할 때 합창단의 일원으로 완전히 어우러진 듯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던 탓에, 또 레몬 냄새가 그 정든 옛 부엌에서 크리스마스 물렵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일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클레어 키건 p.35 며칠 전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뒤로 을 조금씩 ..

교육 2024.05.31

수학여행지에서의 눈빛들

굉장히 열정적이고 설레고 또 안타까운 사랑의 마음을 담은 가사를 송가와 답가로 주고 받으며 오가던 눈빛들. 그리고 그 눈빛들을 관찰하던 호기심과 부러움(혹은 어쩌면 안타까움)이 뒤섞인 눈빛들. 콜라컵 설거지를 하며 다른 아이에게 그 둘은 사귀던 사이냐고 슬쩍 물어보니, 좀 복잡하단다. 호감은 있는데 사귈만큼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그렇구나. 젊은 눈빛들이 여행지의 마법에 빠졌구나. 사람의 사랑은 완전하지 않다. 유한하고, 저울질을 하고, 겨루기를 하고, 필연적으로 실망감을 안겨준다. 아가들이 너무 슬프지는 않게 되면 좋으련만! 큰 사고 없이 보낸 수학여행 첫 날에 감사하다. 가난한 맘으로, 완전하신 사랑을 바라본다. 둘째 날을 위해 기도한다. 야고보서 4장 9절 슬퍼하며 애통하며 울지어다 너희 웃음을 애통..

일상 2024.05.30

<모비딕>을 통해 고찰하는 인간의 이중성과 폭력의 문제

1권 34장 ‘선실의 식탁’에는 식사자리에 드러나는 에이해브의 권력이 그려져 있다. 권력의 결과를 이중성과 폭력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1. 인간의 이중성 1.1. 사회화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면성을 지녔다. 사회화 과정 자체가 이중성을 기르는 과정이다. 본능에 충실한 영유아기를 지나고 학령기와 청년기를 보내며 인간은 차츰 분노, 욕구, 기쁨, 슬픔과 좌절을 감추는 법을, 때와 장소, 상황(TPO)에 맞는 가면을 장착하는 법을 배워간다. 1.2. 불안 성격의 이중성이나 정동 및 태도의 일시적인[잦은] 돌변은 사회화 과정에서만이 아닌 불안의 문제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불안은, 개인을 위축시키고 마비시키기도 하지만, 돌변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

도서 2024.05.28

<모비딕>과 각설이 모자

낙심하고 좌절해온 순간에 하늘을 원망하며 기도해 온 것보다 더 놀라운 선물을 안겨주셨다는 간증을 들으며 엉엉 울었다. 울고 또 울던 기억이 나서, 그리고 너무너무 부러워서 많이 울었다. 바라고 바라다가, 그냥 안 주셔도 된다고, 내 인생 주께서 알아서 인도해주시고 회복시켜주시라고 일정 부분 체념[맡김? 드림?]한 것 같기도 한데, 저 깊은 저수지에서 끌어올린 듯한 눈물이 또 왈칵왈칵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무언가 크고 놀라운 일을 내 인생에도 보이실 것을 적잖이 기대하고 있었구나, 싶다. 그런데 내가 바라 마지않는다고 생각하고 또 말해온 것이 어떤 것들이며, 그것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또 하나님 보시기에 어떤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을 읽으며, 드는 것이었다. 감정이 북받쳐 올라 그런 것인지, 서론..

도서 2024.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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