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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사의 방학 전 증후군, 아니 감사 기도

방학 전 증후군, 그리고 첫 번째 감사 계속 늦잠을 잔다. 샤워하며 코를 풀 때 매일 코피가 난다. 이 주 정도 됐나 보다. 목덜미와 어깨가 심하게 뻐근한 지는 더 오래다. 자기 전엔 매일 오한이 든다. 오늘은 혀에 검은 반점을 발견했다. 방학 전 증후군 치고 이번엔 좀 심하다. 유독 극성스럽게 살아온 탓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잘 것이다. 여행 가서도, 여행 다녀와서도. 적어도 며칠은. 방학이 와서 다행이다. 참 감사하다. 두 번째 감사 방학이 시작하기 전에 과목별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쓰기 시작한 것은 수 년 만에 처음이다. 폭풍 업무를 감당하긴 했어도, 비담임인 덕분이다. 세 번째 감사 맡아주실 분께서 일을 맡아주셔서, 어떤 일을 간신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며칠 마음 고생을 했는데, 정말 감사한 ..

일상 2023.12.28

애도

고 이선균 씨의 소식을 듣고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선균 씨를 위해 한 번도 기도하지 않았음을. 성도는 마땅히 기도해야 하는 존재인데. 비통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한 사람의 목숨과 삶이, 사람들의 무신경한 가십거리가 되지 않기를. 그의 자녀들과 아내분이 이 아픔의 시간을 잘 견뎌내기를. 그리고 우리가 모두 함께 애도하며 기도하기를.

일상 2023.12.27

교만, 몰이해, 그리고 소통

#1. 교만업무 회의를 하고 마음이 편치 않다.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좀 함께 짐을 져주실 생각은 없으신 것인가요? 라고 호소하듯 말하던 나의 모습이 굉장히 교만한 모습이었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나는 심지어, 우리 부서의 업무를 가져가 주시겠다는 말씀을 하시는 다른 분께 '그것은 저희 부서의 업무와 더 관련성이 높아 보입니다.'라고 말하며 짐짓 의로운 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결국 그 업무를 못 이기듯 떼어 드리게 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마치 들으시라는 듯이. 교만했다. #2. 몰이해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분의(다른 분이다) 용기 있는 저는 못 하겠습니다. 로 인해 내가 맡게 된 업무에 대하여, 엄청난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알게 되었다. 그 분..

일상 2023.12.26

헛됨에 대하여

1. 꿈이어서 다행이었던, 출근하기 전 이른 아침 시각에 어느 식당에 모여 회식을 했다. 다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분위기인데 나만 유독 자가용을 가지고 갔다. 차를 델 곳이 없어서 간신히 찾아 대고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회식을 마치고 출근 시각에 맞춰 가려하는데 일행이 다들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고 해서 나 혼자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차를 찾을 수가 없었다. 자동차 잠금 버튼을 아무리 여러 차례 눌러 보아도 차가 있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간신히 소리를 따라 찾아간 한참 떨어진 곳에는 나의 자동차가 아닌 다른 자동차가 있었고, 열쇠도 나의 열쇠가 아니었다. 출근 시각이 가까웠다. 음식점에 겨우 찾아가 열쇠를 되찾아, 다시 한참을 소리를 들어가며 자동차를 찾았는데, 시간이 많이 경과되어 주차료를 엄..

카테고리 없음 2023.12.24

성탄

#1 이제는 정말 자동차 열쇠를 찾아야 하는 순간이 왔다. 자동차 계기판에 열쇠 배터리가 다 되었음을 알리는 표시가 떴기 때문이다. 열쇠를 찾아볼 기력도 시간도 없어, 어디에 떨어뜨렸는지 모르겠는 열쇠를 차에 두고, 문을 잠그지 않은 채로 다닌 지 두 달은 족히 되었나보다. 하지만 괜찮았다. 나는 너무 힘들었으니까.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아니었으니까. #2 새벽예배 시각이 다 되어 도착했더니, 교회 주차장이 가득 찼나보다.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줄지어 기다리던 그 곳에서 그대로 시동을 끄고 나오는 성도들이 보였다. "여기에 주차를 해도 괜찮을까요...?" "딱지를 떼기도 해서, 예배 직후에 나오셔야 할 거예요." "아, 예..." 마음이 어려웠다. 이건 법규를 위반하는 일이고, 타인에게 피해..

일상 2023.12.22

몰두

시험지와 답안지를 배부한 후 학생 답안지에 도장을 찍는 것도, 답안지 수거용 봉투에 인적사항을 기입하는 것도 잊었다. 시험감독 교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출력해 둔 용지를 들고 입실하는 것도 잊었거니와, 시계를 들여다볼 겨를도 없었다. 수정테이프를 건네 달라며 번쩍 든 학생의 손도 수 초 후에야 발견했다. 책이 너무도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주제 사라마구님 감사합니다!) (애당초 학력평가일이라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학력평가일이기에 망정이지, 정기고사일이면 대형사고가 터져도 여러 건 터졌겠다. 정말이지 너무 오랜만에 일이 아닌 독서에 몰두하는 경험을 했다. 사실 일의 일환으로서의 독서이긴 하지만, 일이 더 이상 일이 아니게 된 경험이었던 것이다. 독서는 즐겁다. 기필코, 방학 때는 원 없이 책을 읽으..

도서 2023.12.19

연주회를 앞두고

작년 학급 아이들과 캠프를 하면서, 학교 홈베이스에서 연주를 했다. 담임 선생님이 나름 진지하게 연주에 몰두하는, 이색적인 모습을 보고 키득거리며 웃는 아이들도 있었고, 연주하다가 틀리는 모습을 보고 웃을 수는 없고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연주가 끝나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인생도 이런 것 같아. 나의 모습이 완벽하게 멋져 보이는 순간은 살아가면서 많지 않을 거야. 그런데 바로 이런 게 삶인 것 같아. 틀리고 또 틀리지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가는 거. 너희에게도 이런 얘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연주했어. 아이들은 꽤나 진지한 태도로 들었다. 이렇게 선배로서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 연주를 한 적도 있고, 전공자가 아니지만 제법 유명한 곡들을 연주하곤 한다는..

문화 예술 2023.12.16

감사

매일 신문을 받아만 보았지, 비 오는 날에도 비에 젖지 않은 신문을 배달하는 손길은 못 보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도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해주는 손길들이 곧 이 거리를 말끔하게 해주겠구나. 내가 인내하며 그저 묵묵히 해내는 일들이 또한 누군가에게 유익을 가져다 주겠지. 그렇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닌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없다.

일상 2023.12.15

미완성이 미완성에게

어제 있었던 일이다. 시험감독 업무를 하다가, 어느 한 학생에게 눈길이 머물렀다. 너무나 참하고 모범적으로 보이는 외양을 지닌 그 학생은 정말 열심히 시험 문제를 푸는 중이었다. 지우개를 이리 들여다 보고, 저리 들여다보면서 말이다. 어느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학생은 고개를 푹 숙이고 지우개를 손가락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한 5분 이상 지우개의 여섯 개 면을 분주히 문지르고 또 문지르더니, 이내 엎드려 버렸다. 나는 학생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못다 학습한 암기 과목 범위의 키워드를 컴퓨터용 사인펜 뚜껑이며 지우개에 빼곡히 써놓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런 키워드의 나열만 가지고는 문제를 잘 풀 수 없다는 것과, 내가 공들여(?..

교육 2023.12.12

압도당한 기분일 때는

중고서점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좋은 책들을 좀 골라야 하는 일이 있어서요.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책은 단 한 권도 고르지 못하고 (심지어 제대로 몇 자 읽어보지도 못하고!!) 책 제목만 구경하다 발길을 돌렸습니다. 세상에 책들은 많아도 너무 많고, 제가 아는 것들은 없어도 너무 없지 않겠어요? 좋은 책을 좀 만나고 오겠다는 과업 달성은커녕, 압도당한 기분에 무력감만 더해진 채 터덜터덜 돌아왔지요. 살다 보면 이런 순간들이 많아요. 저는 최근에 더욱 이런 증세를 많이 느꼈어요. 이런 기분이 유독 많이 느껴지는 순간들과 대처법을 좀 알아볼까요? 1. 우리가 무력감을 느끼는 순간들 1.1. 일감이 몰려있을 때 해야 할 일은 많고, 정해진 시간은 다가오는데 일이 진전이 별로 없을 때 우리는 한없이 조바심..

일상 202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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