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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멈춤의 날에, 나의 질문들

오늘 9월 4일은 학부모 악성 민원으로 시달리다가 생을 마감하신 서이초 선생님과, 또 최근 교권침해를 이유로 생을 마감하신 선생님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여러 교사 단체에서 지정한 공교육 멈춤의 날이에요. 공교육이 대체 왜 멈추게 되었는가를 고민하며 든 질문과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해요. 첫 번째 질문, 교사는 왜 우울할까? 선생님들이 자살을 하고 있어요. 서이초 선생님 돌아가신 얼마 후 양천구에서도 선생님이 자살하셨고, 지난 주말에는 용인에서 근무하시는 또 한 분의 선생님이 돌아가셨더라고요... 교육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교사는 50만 7793명으로, 한국 총인구수인 5180만 명의 약 0.98퍼센트에 해당하는 인구지요. 보건복지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한..

교육 2023.09.04

우리는 위로가 필요해

엄마의 두통은 다 돈에 있었지 아빤 높은 직장의 명함이 어느 배고픈 자의 아픈 머리는 제때 먹을 밥이 최고야 공부 못해 아픈 머리는 일류 학교가 씻은듯 낫고 강아지의 아픈 머리는 주인의 폭력 모두가 다 그만한 일로 아프다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 하모하모의 노래 가사입니다. 우리 전부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로 인해 머리 아픈, 위로 받고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한 걸음씩 살펴보며, 어떤 위로를 받아 보시기를 바라요. 첫걸음, 한스가 받지 못한 위로 헤르만 헤세의 의 한스의 사례입니다. 신학교 시험에 떨어지면 고등학교에 가도 되는지 한스가 질문했을 때, 아버지는 “뭣? 고등학교?” 하고 고함을 지릅니다. 그리고 “무슨 저런 애가 다 있담.”하고 모진 말을 내뱉죠. 아버지가 그의 시험 결과에 대한 불안한 ..

일상 2023.09.02

친절함이 독이 될 때

친절한 것은 좋은 것이에요. 친절함이 없으면 우리의 삶은 너무 팍팍해지니까요. 하지만 지나친 친절함은 때로 부작용을 낳기도 합니다. 어느 선생님께서 만드신 학습지를 제 수업 시간에 활용하려고 가공하고 있는데, 교과서 속 모든 정보가 너무 친절하고 상세하게 가공되어 있어서 학생들이 스스로 정보를 처리하고, 유목화해보고, 확장된 사고를 경험해 볼 틈이 없겠더라고요. 너무 많이 갈아서 섬유소가 죄다 파괴되어 버린 과일주스 같달까요? 친절함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인 것이죠. 그래서 저는 오늘은 친절함이 해로울 수 있는 순간에 대해 포스팅을 써보려고 해요. 첫째, 학생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것은 친절함이 아니다 아이들은 단 음식을 좋아하죠. 하지만 아이들이 간절히 원한다고 해서 쵸컬릿, 과자, 음료만을 끼니 ..

교육 2023.08.31

마음이 상한 너에게 (feat. 조직 내 갈등이 생겼다면)

수행평가 모둠 조직 활동에서 친구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풀죽은, 세상이 참 녹록지 않다는 것을 오늘 또 한 차례 느껴야만 했던 학생들을 보고 마음이 많이 어렵다. 특히 해당 학급 아이들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한, 학급 자율에 맡긴 모둠 구성 방식으로 인해 학생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준 데 대해 좌절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관계의 어려움을 심하게 겪고 있는 아이들이 있는 다른 학급에서는, 동일한 방법이 전혀 문제 없이 원만하게 진행되었던 터라 오늘 느낀 당혹감은 더욱 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먼저, 기다려야 한다. 학생들에게 모둠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부여하기로 한 이상, 아이들이 자율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지지해 주어야 한다..

교육 2023.08.29

생각에 관한 생각에 의한 생각

다니엘 카너먼의 을 읽고 있다. 600페이지가 넘는 두껍고 무거운 책인데 생각보다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 인간이 이성적 생각을 작동시키기에 게으르다는 점, 따라서 오류가 많은 직관적 사고에 의존할 때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 우리의 집중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 등 굉장히 흥미롭고 유익한 점이 많아 메모를 해가며 읽는 중이다. 100쪽 남짓 읽어놓고 서평을 쓰기는 카너먼 선생님께 참으로 죄송스러우나, 읽으면서 든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은 향후 숙독과 숙고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포스팅을 시작한다. 첫째, 수업이나 학급운영에의 시사점이 많다. 인지적 편안함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수업 초반에 긍정적인 어휘나 비언어적 사인을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는 점, 연관성이 높은 개념끼리 묶어서 제..

도서 2023.08.27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는 4단계 해법

부정적인 감정이 마음을 억누르는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이 그랬는데요, 계속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오고 그것이 저의 오늘의 지배적인 정서가 될까 봐 포스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음의 네 가지 단계를 제안드려 봅니다. 1. 언어화하기 이 때는 나의 마음과 생각에 대한 생각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을 명확히 밝혀 언어화 해보면 생각을 정리하는 데 제법 도움이 됩니다. 제 마음의 불편함을 말로 표현해보니 대강 다음과 같은 생각들이더군요. 이번 주만 같은 옷을 세 번째 입은 것에 대해 주위 사람들이 비웃으면 어쩌나, 몸에서 땀냄새가 머리에서 머리 냄새가 나면 어쩌나, 나는 세미정장을 입었는데 출장 가서 만나게 될 분들이 모두 캐주얼한 복장을 입었으면 어쩌나, 내일 ..

일상 2023.08.25

비 오는 수요일에는, 피아졸라를 만나세요

비 오는 수요일입니다. 직장에서 정신없는 일과를 마치고 나니, 안도의 한숨과 함께 마음속으로 잔잔한 물결처럼 애수가 밀려들어오네요. 오늘은 피아졸라의 를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제가 한 때 워낙 많이 듣고 좋아했던 곡이기도 하고요, (마음이 너무 힘든 시기였는데 연주회에 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곡이죠. 펑펑 울었고, 바로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듣고 또 듣게 되었죠.) 오늘 직장 행사를 진행하면서 '비오는 날 클래식'을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재생했는데, 어머나! 이 곡이 흘러나오지 않겠어요? 그래서 결심했죠. 아, 오늘은 이 곡을 소개하는 포스팅을 써야겠구나. 1. 창의융합형 인재, 피아졸라 사진 출처: https://auditorium.kr/2016/12/%EC%95%84%EC%8A%A4%ED%86%A..

문화 예술 2023.08.23

아름다움의 회복(feat. 아름답고 싶으신가요?)

2학기 학생들이 쓸 영어 에세이의 주제는 아름다움의 회복이에요. 그래서 수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들을 먼저 정리해보고 싶어요. 머리로는 대강 준비가 되었는데, 말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더 선명해지고 치밀해질 것 같아서요. 1. 아름다움이란 아름다움,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아기의 눈망울, 바위틈 사이로 피어난 꽃, 구름으로 수 놓인 하늘 등등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저는 하늘을 바라보는 게 어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어요. 저는 슬플 때도, 기쁠 때도, 목이 아플 때도, 하늘이 아름다울 때도,... 하늘을 바라봐요. 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요. 아, 자신의 분야에 탁월한 성실함과 노력, 사람에 대한 견고한 신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놓지 않는 희망의 끈과 같은 소중한..

교육 2023.08.21

슬픔 속 희망을 발견하는 다섯 가지 방법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료, 친하던 무리와 외따로 떨어져 있는 아이의 눈빛, 무슨 사연인지 선생님과 상담을 하며 목놓아 우는 아이, 한참을 울고 갔다는 학부모,... 참으로 슬픔으로 가득한 세상이지요. 즐거움을 발견하는 일의 중요성 이럴 때일수록 가운데 일상 속 작은 희망 조각을 하나씩 발견해 보는 일이 중요해 보입니다. 그러면 미소 지을 일도 늘어날 수 있고, 우리의 행복감이 늘어나게 되니까요. 작은 기쁨을 누리는 일의 예시 작은 기쁨을 찾는 방법의 예시는 다음과 같아요. 1. 비어있는 시간을 즐기기 학생들이 만든 복숭아 통조림이 식기를 기다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설탕물에 끓인 복숭아를 식지 않은 채로 플라스틱 보관통에 넣어버리면 몸에 좋지 않은 물질이 나올뿐더러, 숙성을 위해 냉장고에 넣었을 때 ..

일상 2023.08.20

에드워드 호퍼와 쓰기 교육

서울시립미술관에서 8월 20일까지 에드워드 호퍼전이 열리고 있답니다. 지난번 월요일 휴관 사실을 간과하고 허탕을 한 차례 친 후 두 번째 도전이었어요. 이번엔 관람에 성공! 했답니다. 자고로 미술관은 혼자 가야 제맛이죠. 내가 감상하고 싶은 그림 앞에 마음껏 머물러 있을 수 있으니까요. 을 집필한 헨리 나우웬은 이틀 동안 아예 의자를 가져다 놓고 렘브란트의 를 감상했다고 하지요. 저는 에드워드 호퍼 전시를 감상하며 제 인생과, 그리고 쓰기 교육에 대해 골똘히 탐구해 보았어요. 다음은 쓰기 교육 위주로 느낀 생각들을 정리해 본 내용이에요. 1. 습작 에드워드 호퍼는 초년 시절부터 손과 모자를 계속해서 그렸더라고요. 손을 그린 호퍼를 보며, 저는 제 고등학교 미술 시간이 떠올랐어요. 저는 손이 워낙 크고 못..

교육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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