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170

공정감각과 동감교육

학교 선생님들과 독서 모임을 앞두고, 나임윤경 외의 을 읽으며 고민이 깊다. 1. 중년 시민의 고민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이 3~400만 원이라는 데 분노하던 학생들에게는, 청소노동자들의 실제 임금이 200만 원 조금 넘는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청소노동자들이 최저임금보다 많이 받으므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기자로, 그 다음에는 NGO 활동가로 평생 일하다가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가 되어 과로로 숨진 노동자의 모습이 자신의 미래의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이십대 청년들이 극우세력이 되어가는 현상의 단면을 통해, 나는 온통 분노를 쏟아낼 대상을 찾고 있는 가련한 청년들의 좌절감과 불안을 본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는 없을 거라는 ..

교육 2023.11.26

도덕성

학교에서 성인물을 촬영하는 교사에, 성추행범으로 현장체포 되는 교장에, 마약을 하는 연예인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죽이는 사람에... 범법과 타락이 가득한 세상을 보고, 또 학교를 본다. #1 평소 학습지 검사를 할 때 사인을 해주는데, 동그라미를 쳐놓고는 선생님이 확인을 한 표시라고 한다. 난 학습지 검사를 할 때 그런 표시를 한 적이 없단다, 말해주고는 교무실에 돌아와서 그 학생이 뒤늦게 제출한 다른 학습지를 살펴보니 심지어 다섯 군데에 내 사인이 날조되어 있었다. 이를 어쩌나, 싶었다. 복도에서 마침 마주쳤기에 점심 먹고 오라고 불렀다. 그리고 학생이 점심때 농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잊지 말고 오라고 한 번 더 일러주었건만, 학생은 끝내 오지 않았다. 훈계로 끝났을 일을 점점 키우는 그..

교육 2023.11.25

학교는 어떠해야 할까? #2 - 꼰대 문화

학교는 효율성만 추구하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 오늘 나는 학교의 비효율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1교시 국어영역 감독을 마치고 책도 읽고, 잠시 눈도 붙이며 쉬고 있는데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본부에서 연락이 왔다. 답안지에 어쩌다 보니 도장이 누락되었나 싶었다. 수험생 답안지에 감독관 도장이 누락되어 이를 추후에 발견하면, 시험이 모두 끝나 귀가했다 하더라도 다시 돌아와서 도장을 찍어야 한다. 도장은 감독관의 감독 아래 문제없이 응시한 수험생의 답안임을 증명하는 중요한 표시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두 번 세 번 확인을 했던 터라 이상하게 여기며 고사본부에 갔다. 나를 부른 이유는 결시자 답안지의 짝수형/홀수형 문항 칸을 표시하는 마킹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사실 도장이 누락되었다..

교육 2023.11.16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 요령 (4교시 탐구 부정행위 처리 변경 내용 숙지하세요!)

수능 감독을 하다 보면, 특히 재수생의 경우 변경된 응시 요령을 파악하지 못해 의도와 달리 부정행위로 처리되어 1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재작년에, LED 화면 표시가 있는 시계를 가지고 시험을 보다가 부정행위 처리가 된 n수생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모릅니다. 이런 안타까운 일은 절대 없어야겠죠. 올해 대입 수능 응시 유의사항을 알아보겠습니다. 1.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은 반드시 제출하세요.아예 시험장에 가지고 올 수 없는 물품을 말합니다. 들고 오는 순간 부정행위 처리가 되는 것은 아니고요, 1교시 시작 전 스티커에 이름을 붙여 제출하는 시간에 제출을 하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휴대전화, 스마트기기(스마트워치 등), 디지털 카메라, 전자사전, M..

교육 2023.11.15

꾀를 써서 글쓰기 평가를 디자인하다

다음 어학사전에 나타난 꾀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닥친 문제의 해결이나 일의 진행을 위해 생각해 낸 교묘한 방법이나 제안 2. 해야 할 일 또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벗어나기 위한 얕은 방법이나 핑계 계책, 계교 등 부정적 어감을 지닌 단어의 유의어이며, 연관어로는 잔꾀, 꾀부리다, 꾀병, 꾀돌이 등이 있다. 하지만 인류의 발전은 실로 꾀가 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1. 기술 발전 컴퓨터 보안 기술의 발전을 생각해 보자. 해커가 보안망을 뚫으면, 이를 막기 위한 기술을 개발해 보안을 강화한다. 어느 순간 해커가 또 공격에 성공하고, 그러면 또 해커의 공격을 막을 새로운 방책, 혹은 꾀를 마련한다.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이다. 2. 법률 및 정책의 제정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교육 2023.11.12

혼란을 잠재우는, 안내와 소통

무슨 일이든 적절한 구상과 계획을 통해 초반에 잘 안내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혼란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기하며,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이다. 1. 학교에서 평가를 실시할 때1.1. 평가 기준 미리 제시하기예를 들어 수행평가를 실시한다고 할 때, 어떤 방법과 기준을 통해 평가받을 것인지를 사전에 공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운동경기를 할 때 경기 시작 전 규칙을 미리 정하듯, 평가 계획도 미리 공유해야 한다. 평가가 시작되기 전 평가 기준표를 학생들과 함께 점검해보며 채점 기준을 확인해 두면 학생들이 평가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적절한 노력을 기울이도록 도울 수 있다. 이것은 학생들이 좀 더 성공적인 학습경험을 하도록 하는 아주 중요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평가 기준의 공정성을 학생들..

교육 2023.11.10

교사가 학습지를 잘 만드는 법 (feat. 영업비밀 안 비밀)

학습지를 잘 만들어 놓으면 수업은 저절로 좋아진다. 학습지의 내용을 차근차근 따라 진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수업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학습지를 잘 만드는 법을 정리해 보려 한다. 1. 공감을 얻어낼 만한 지점을 고민하라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지점, 혹은 자신의 관심사가 담겨있다고 여길만한 지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접점에 수업 내용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야 한다. 지루하게 여겨질 수 있는 본문을 읽을 때 다양한 단서를 가지고 주인공의 MBTI를 짐작해 보도록 하거나, 지시문의 내용을 유행어 한 단어로 표현해보는 등 학습자들이 무언가 '피식' 미소를 지을 지점을 마련하라. 이런 지점은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관심 및 호감도를 급격히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2. 지나치게 교훈적인 내용을 담..

교육 2023.11.08

학교는 어떠해야 할까 #1 - 신뢰의 힘

우리 학교 학생들은 어른스럽다. 애늙은이 같다는 말이 아니고, 일반적인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에 비해 성숙하고 정중하다는 의미이다. "복도에서 뛰지 말아라. 낙서하지 말아라. 새치기하지 말아라."는 등 통제하는 언어를 사용할 일이 별로 없다. 통제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학생들이 스스로 바람직한 결정을 내릴 줄 알게 되는 것인지, 학생들 개개인이 훌륭하여 통제를 할 필요성이 없는 것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개인이 모인 집단이 되었을 때 개개인의 도덕성이 반드시 집단의 도덕성으로 발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성숙한 행동 양식을 보이는 학생 집단'은 공동체의 문화적 현상으로 해석하는 편이 옳아 보인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자율성에 대한 존중에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 ..

교육 2023.11.06

학원에 꼭 다녀야 할까 #2

학교 수업 시간에 집중하고, 학원 선생님의 도움을 적절히 받아 정말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이는 학생들이 있다. 슬프게도 소수만이 그렇다. 학원에 열심히 다니는데,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의외로 낮은 경우가 많다. 물론 낮은 학습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학원에 등록하는 것이니, '학원에 다니므로 학습능력이 저하된다'는 설명은 언뜻 보면 인과관계가 바뀐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적지 않은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면서 의존도만 높아지고 학습력 자체는 낮은 상태로 머물러 있거나 혹은 더 낮아지기도 한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학교 수업 시간에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통해 이미 들어 본 내용이기에 학교 수업 중 선생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기가 무척 어려워진다. 그러다가 자칫 평가에 대한 ..

교육 2023.11.05

학원에 꼭 다녀야 할까 #1

학원에 다니면 요점 정리를 통해 혼자서는(혹은 교실수업으로만은) 학습하기 어려운 내용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문제풀이 전략 등 공부 방법을 쉽게 터득할 수 있다. 나도 고등학교 때 수학 학원 선생님께 큰 도움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정말이지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이 학원에 꼭 다녀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현재로서는 '글쎄'이다. 실은 더 많은 학생들을 교육 현장에서 만남에 따라, 그 대답이 점차 부정적인 쪽에 가까워진다. 학원에 꼭 다녀야 하는지, 그리고 학교와 학원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글을 좀 써볼까 한다. (거시적인 차원의 글은 경험도 역량도 안 되고, 나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들을 조금씩 정리해 보려는 의도이다. 비난과 비판보다는, 대안 제..

교육 202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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