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170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것 (feat. 성찰록)

1.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것 책무에 대한 글을 써보려 한다. 40대 꼰대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비판하려는 목적보다는, 내가 늘 부끄럽지 않은 길을 택하며 살아가기를 원해서 써보는 것이다. 1.1.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으며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다. 법정 의무 교육으로 연간 3시간 이상 받도록 되어 있는 교육이다. 강사님은 연신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듯한 부분은 건너뛰거나 짧게 줄여 설명하느라 애를 쓰셨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시험 기간이고, 매년 받아온 의무 연수이기에 실은 별다를 것도 없어 참여하는 연수생들의 동기 수준이 높기를 기대하기는 실로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응급실 근무 경험과 관련지어 응급처치의 중요성을 설명한다거나, 가슴압박 실습을 할 때 ..

교육 2023.10.05

학교 민원 전담팀이 구축된다면

최근 교권보호 및 학교 정상화에 대한 논의의 일환으로 학교별로 학교장 직속 민원 전담 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 각 교사(라고 쓰긴 했지만 대부분은 학급담임교사가 총알받이 역할을 한다. 다른 교과 선생님에 대한 민원도 대개 담임을 거쳐서 들어오기 때문이다.)가 담당하여 처리하던 대부분의 민원을 학교장을 포함한 직속 전담팀이 맡아 1차로 답변을 하고, 필요한 경우 개별 교사가 응답을 하는 것이 골자이고, 구축 여부 및 구체적 방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다. 1. 학교 민원 전담팀 구축에 대한 우려 1.1. 업무 과중 이에 대해 학교공무직 노동조합에서는 공무직원이 이러한 민원 대응 업무를 떠안아 업무가 과중하게 될 것을 우려하여 학교장 직속 민원대응 시스템 구축 반대 목소리를 내..

교육 2023.09.20

한스 살리기 (한스 없애기?)

한스를 양산하는 사회 헤르만 헤세의 의 한스를 자살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구두 장수 플라이크씨의 말마따나 한스가 건강을 잃을 정도로 모질게 공부를 시킨 학교의 교사들에게만 잘못이 있을까? 신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총명한 아들을 두었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은 아버지의 명예욕과 허영심, 비록 자신의 괴로움에 갇혀 있었을지언정 무책임한 모습으로 친구를 등진 하일르너, 홀로 남겨진 한스를 나병환자 취급한 사람들의 시선, 애인을 자처해 놓고 말도 없이 떠나버린 에마의 가벼움, 어느 하나 누구 하나 한스를 ‘수레바퀴 밑에 깔리게’ 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1.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어른들 2018년, 한국 사회의 비뚤어진 교육열에 경고장을 날리며 한국 교육 시스템에 대한 깊은 의문을 제기한 이란..

교육 2023.09.17

질문을 어떻게 할 것인가 (feat. 엄마가 짜증 내서 미안해)

질문에 대한 나의 경험과 다니엘 카너먼을 통한 확증 질문에 따라 학생들의 반응이 달라지기도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다. 이번 학기 수업의 개선점을 말해볼까요? 라고 질문하면 수업의 결점을 떠오르게 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수업에 대한 만족도를 (의도와 상관없이) 낮게 인식하도록 하기 쉬운 반면, 이번 학기 수업을 통해 향상된 점을 말해볼까요? 라고 하면 수업을 통해 자신이 얻은 유익에 대해 떠올리게 하므로 수업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내기 쉽다. 물론 슬프게도 같은 질문이 어떤 학생들에게는 '수업을 통해 배우거나 향상된 점이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도록 할 수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질문하는 방식이 응답의 경향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다니엘 카너먼은 그의 저서 에서 이를 ..

교육 2023.09.16

‘놀자=공부하자’가 될 수 있다면

놀이의 중요성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 (일만 하고 놀지 않으면 우둔한 사람이 된다.) 영어속담 학창 시절에 다들 열심히 외우셨었죠?ㅎㅎ 놀이는 인간에게 중요해요. 영유아기의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놀이를 하는 동안 인지 정서 및 사회관계 기술이 발달된다고 하죠. 놀이는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너무나 중요해요. 놀이를 통해 인간은 마음의 쉼과 힘을 얻으니까요. 인간을 유희의 동물, 호모 루덴스라고 부르기도 한다잖아요. 그런데 혹시, 놀자와 공부하자가 같은 의미가 될 수도 있을까요? 오늘은 옛적에 밑그림만 그려놨었던, 놀이 학습에 대한 포스팅을 완성해보려고 해요. 놀이의 정의 놀이는 행동의 유형으로 정의할 수 있다기보다 행위의 목..

교육 2023.09.12

공교육 멈춤의 날에, 나의 질문들

오늘 9월 4일은 학부모 악성 민원으로 시달리다가 생을 마감하신 서이초 선생님과, 또 최근 교권침해를 이유로 생을 마감하신 선생님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여러 교사 단체에서 지정한 공교육 멈춤의 날이에요. 공교육이 대체 왜 멈추게 되었는가를 고민하며 든 질문과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해요. 첫 번째 질문, 교사는 왜 우울할까? 선생님들이 자살을 하고 있어요. 서이초 선생님 돌아가신 얼마 후 양천구에서도 선생님이 자살하셨고, 지난 주말에는 용인에서 근무하시는 또 한 분의 선생님이 돌아가셨더라고요... 교육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교사는 50만 7793명으로, 한국 총인구수인 5180만 명의 약 0.98퍼센트에 해당하는 인구지요. 보건복지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한..

교육 2023.09.04

친절함이 독이 될 때

친절한 것은 좋은 것이에요. 친절함이 없으면 우리의 삶은 너무 팍팍해지니까요. 하지만 지나친 친절함은 때로 부작용을 낳기도 합니다. 어느 선생님께서 만드신 학습지를 제 수업 시간에 활용하려고 가공하고 있는데, 교과서 속 모든 정보가 너무 친절하고 상세하게 가공되어 있어서 학생들이 스스로 정보를 처리하고, 유목화해보고, 확장된 사고를 경험해 볼 틈이 없겠더라고요. 너무 많이 갈아서 섬유소가 죄다 파괴되어 버린 과일주스 같달까요? 친절함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인 것이죠. 그래서 저는 오늘은 친절함이 해로울 수 있는 순간에 대해 포스팅을 써보려고 해요. 첫째, 학생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것은 친절함이 아니다 아이들은 단 음식을 좋아하죠. 하지만 아이들이 간절히 원한다고 해서 쵸컬릿, 과자, 음료만을 끼니 ..

교육 2023.08.31

마음이 상한 너에게 (feat. 조직 내 갈등이 생겼다면)

수행평가 모둠 조직 활동에서 친구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풀죽은, 세상이 참 녹록지 않다는 것을 오늘 또 한 차례 느껴야만 했던 학생들을 보고 마음이 많이 어렵다. 특히 해당 학급 아이들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한, 학급 자율에 맡긴 모둠 구성 방식으로 인해 학생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준 데 대해 좌절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관계의 어려움을 심하게 겪고 있는 아이들이 있는 다른 학급에서는, 동일한 방법이 전혀 문제 없이 원만하게 진행되었던 터라 오늘 느낀 당혹감은 더욱 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먼저, 기다려야 한다. 학생들에게 모둠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부여하기로 한 이상, 아이들이 자율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지지해 주어야 한다..

교육 2023.08.29

아름다움의 회복(feat. 아름답고 싶으신가요?)

2학기 학생들이 쓸 영어 에세이의 주제는 아름다움의 회복이에요. 그래서 수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들을 먼저 정리해보고 싶어요. 머리로는 대강 준비가 되었는데, 말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더 선명해지고 치밀해질 것 같아서요. 1. 아름다움이란 아름다움,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아기의 눈망울, 바위틈 사이로 피어난 꽃, 구름으로 수 놓인 하늘 등등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저는 하늘을 바라보는 게 어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어요. 저는 슬플 때도, 기쁠 때도, 목이 아플 때도, 하늘이 아름다울 때도,... 하늘을 바라봐요. 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요. 아, 자신의 분야에 탁월한 성실함과 노력, 사람에 대한 견고한 신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놓지 않는 희망의 끈과 같은 소중한..

교육 2023.08.21

에드워드 호퍼와 쓰기 교육

서울시립미술관에서 8월 20일까지 에드워드 호퍼전이 열리고 있답니다. 지난번 월요일 휴관 사실을 간과하고 허탕을 한 차례 친 후 두 번째 도전이었어요. 이번엔 관람에 성공! 했답니다. 자고로 미술관은 혼자 가야 제맛이죠. 내가 감상하고 싶은 그림 앞에 마음껏 머물러 있을 수 있으니까요. 을 집필한 헨리 나우웬은 이틀 동안 아예 의자를 가져다 놓고 렘브란트의 를 감상했다고 하지요. 저는 에드워드 호퍼 전시를 감상하며 제 인생과, 그리고 쓰기 교육에 대해 골똘히 탐구해 보았어요. 다음은 쓰기 교육 위주로 느낀 생각들을 정리해 본 내용이에요. 1. 습작 에드워드 호퍼는 초년 시절부터 손과 모자를 계속해서 그렸더라고요. 손을 그린 호퍼를 보며, 저는 제 고등학교 미술 시간이 떠올랐어요. 저는 손이 워낙 크고 못..

교육 2023.08.11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