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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어떠해야 할까 #1 - 신뢰의 힘

우리 학교 학생들은 어른스럽다. 애늙은이 같다는 말이 아니고, 일반적인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에 비해 성숙하고 정중하다는 의미이다. "복도에서 뛰지 말아라. 낙서하지 말아라. 새치기하지 말아라."는 등 통제하는 언어를 사용할 일이 별로 없다. 통제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학생들이 스스로 바람직한 결정을 내릴 줄 알게 되는 것인지, 학생들 개개인이 훌륭하여 통제를 할 필요성이 없는 것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개인이 모인 집단이 되었을 때 개개인의 도덕성이 반드시 집단의 도덕성으로 발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성숙한 행동 양식을 보이는 학생 집단'은 공동체의 문화적 현상으로 해석하는 편이 옳아 보인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자율성에 대한 존중에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 ..

교육 2023.11.06

학원에 꼭 다녀야 할까 #2

학교 수업 시간에 집중하고, 학원 선생님의 도움을 적절히 받아 정말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이는 학생들이 있다. 슬프게도 소수만이 그렇다. 학원에 열심히 다니는데,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의외로 낮은 경우가 많다. 물론 낮은 학습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학원에 등록하는 것이니, '학원에 다니므로 학습능력이 저하된다'는 설명은 언뜻 보면 인과관계가 바뀐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적지 않은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면서 의존도만 높아지고 학습력 자체는 낮은 상태로 머물러 있거나 혹은 더 낮아지기도 한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학교 수업 시간에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통해 이미 들어 본 내용이기에 학교 수업 중 선생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기가 무척 어려워진다. 그러다가 자칫 평가에 대한 ..

교육 2023.11.05

학원에 꼭 다녀야 할까 #1

학원에 다니면 요점 정리를 통해 혼자서는(혹은 교실수업으로만은) 학습하기 어려운 내용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문제풀이 전략 등 공부 방법을 쉽게 터득할 수 있다. 나도 고등학교 때 수학 학원 선생님께 큰 도움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정말이지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이 학원에 꼭 다녀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현재로서는 '글쎄'이다. 실은 더 많은 학생들을 교육 현장에서 만남에 따라, 그 대답이 점차 부정적인 쪽에 가까워진다. 학원에 꼭 다녀야 하는지, 그리고 학교와 학원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글을 좀 써볼까 한다. (거시적인 차원의 글은 경험도 역량도 안 되고, 나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들을 조금씩 정리해 보려는 의도이다. 비난과 비판보다는, 대안 제..

교육 2023.11.04

설득의 기술: 머리에서 가슴으로

감정에의 호소로만 설득하려는 시도는 설득적이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성으로만 타인을 설득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논리만 들이대면 마음이 상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마음만 얻으려는 시도는 금세 효력이 다해 버리고, 마음이 돌아서 버리면 백 가지 논리도 무익해진다. 따라서 설득을 잘하고 싶다면, 이성 위에 감성의 옷을 입혀야 한다. 어제 학생의 날을 맞아 열린 학생총회에서 우리 학교에서 실시하는 환경교육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환경 교육이 너무 과해서(?) 불편하다는 것과, 사회, 과학뿐만 아니라 영어 등 '환경과는 관련이 없는' 교과목에서도 환경 문제를 다루어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 골자였다. 학생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의견을 존중해 주는 것은 중요하지만, 환경 교육의 당위성에 대한 적절..

교육 2023.11.03

두 가지 일화로 살펴보는, 인성 교육의 중요성

인성교육이 중요한 이유를 계속 느끼고 있다. 첫 번째 일화 어제에 이어, 학교 축제 먹거리 재료를 구입하느라 대형마트에 갔다. 품목도 많았고, 예산 처리 관련된 여차저차한 이유로 카드도 세 번에 나누어 결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계산이 진행되는 중간에, 나보다 훨씬 적은 품목만 계산하면 되는 어느 분이 와서 줄을 섰다. 첫 번째 카드에 해당하는 항목은 계산을 완료했고, 나머지 품목의 바코드를 분주히 인식해 주시던 계산대 직원께서 내게 1+1인 상품을 한 개만 가져왔다는 사실을 알려주셨다. 대략 난감했지만 후다닥 뛰어가서 상품 한 개를 더 집어 왔다. 한 30초 걸렸을까, 오는데 보니 계산대 직원분께서 앞 분(나) 먼저 계산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계셨다. 결제를 드디어 마치고, 카트에 물품..

교육 2023.11.01

계속 참여하고 싶은 모임이 되려면 (부제: 효과적 말하기)

제법 장시간 이어져도 활력 있고 마음이 뿌듯하게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모임이 있는가 하면, 짧아도 진액이 다 빠지는 듯한 회의도 있다. 최근 참석한 어떤 회의에서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좋은 마음으로 버티려고 애를 쓰고 또 썼으나, 결국은 참지 못하고 중간에 일어섰다. 회의나 대화의 수준을 높이고, 말하기 실력을 향상할 방법을 알아보자. 1. 모임이나 회의의 질적 수준을 높이자1.1. 의미 있는 내용으로 구성하자수준을 높이자는 것은 어려운 내용을 다루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임 및 회의를 사전에 잘 준비해야 한다. 이 때 모임의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회의의 전-중-후반에 각각 어떤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할..

교육 2023.10.29

내가 슈퍼 샤이 연습에 태만했던 이유를 통해 돌아본 기초학력에 대한 단상

축제를 앞두고 교사 댄스팀이 결성되었다. 근래에 가장 유명하고도 비교적 안무가 단순한 가요 슈퍼샤이, 화이팅해야지, 댓댓의 하이라이트 부분의 안무를 배워서 공연한다는데, 이리저리 일도 바빴지만 도통 별로 연습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 피아노 연주를 하기로 한 이후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던 작년과는 너무도 다른 나의 모습이 생소하고 신기했다. 왜 그토록 점심 시간 연습에 참여하기가 싫었을까, 생각해 보다가 기초학력 향상 방안에 관해 떠올린 생각을 몇 자 적어 본다. 1.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성실하게 연습하지 않았기에, 배움이 느린 나로서는 순서를 따라가기 어려웠다. 잘 못하니까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연습에 더욱 가기가 싫어졌다. 하기 싫어서 안 하니까 못하게 되고, 못하니까 더..

교육 2023.10.24

연륜이 늘어간다는 것(실패할 권리)

초임 시절에는 20~30년 교직 생활 한 분들이 그저 타성에 젖어 노력하기를 포기한 분들인 것만 같았다. 아이들에게 관심 있고, 수업 준비 열정적으로 하는 나만 세계 최고 교사인 줄 알았다. 요새는 신규들이 더 잘해서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돼. 라는 말씀이 미숙하고 어린 신규 교사를 다독여 주시려는 목적의 일종의 클리셰인 줄은 꿈에도 몰랐고, 업무나 수업과 관련하여 이리저리 말씀하시는 것은 죄다 듣는 둥 마는 둥했다. 내가 선배가 되어 후배 선생님들께 똑같은 말을 해보니, 또 그럴 때 후배 선생님의 눈빛을 관찰하니, 15년 전 내가 떠올랐다. 세상에는 경험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참 많다. 나이들어감을 기뻐하자 나이가 들고, 연륜이 쌓이며 지혜가 늘어간다는 것을 우리는 축하해야 한다. 부담임으..

교육 2023.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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