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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은 교사의 야심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다니. 정말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Prize motivation: “for her intense poetic prose that confronts historical traumas and exposes the fragility of human life” - 노벨상 홈페이지에서 발췌 역사적 트라우마에 직면하고 인간 생애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으로 인해 상을 수상했다고 하네요. 제 제자들 중에서도 이런 훌륭한 인물들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마다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단단하고 뿌리 깊은 아름드리 나무들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귀한 모든 영혼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https://www.nobelprize.org/prizes/literature/2024/h..

문화 예술 2024.10.10

<이반 일리치의 죽음> 3장 독서일기 - 감사함을 잊은 자리, 그리고 내가 찾는 기쁨의 자리

감사함을 잊은 자리 고참 검사가 된 이반 일리치는 불행합니다. 더 좋은 자리를 기다리며 번번이 전보 제안을 거절했는데, 바라던 재판장의 자리에 덜커덕 고페라는 인물이 임용이 되면서, 그의 불만은 극에 달합니다. 이반 일리치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해였다. (중략) 마치 모든 사람이 3,500루블 연봉을 받는 자기 위치를 지극히 정상으로 보고, 심지어 운이 좋다고 여기며 못 본 체하는 것 같았다. 자기에게 가해진 불의를 자각하는 건 혼자뿐이었고, (후략) (32) 이반 일리치와 그의 가족을 제외한 주위 사람 모두가 이반 일리치에 대해 고참 검사 자리에 적임자인 사람, 혹은 이반 일리치 정도의 인물이 고참 검사 자리에 오른 것도 참 놀라운 일이라고 판단을 했나 봅니다. 한편 이반 일리치는 늘어난 생활비를 ..

도서 2024.10.10

자살 예방 공문에 부쳐 - 우리에게 외양간을 고칠 마음이 있기는 한 걸까?

시험감독 및 논술형 문항 채점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우울한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전년 상반기 대비 서울지역의 학생 자살자 수가 120% 증가했다며, 자살 예방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공문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고사기간 및 방학 전후에 아이들이 자살을 많이 한다고 하네요. 시험 스트레스, 그리고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정에서 받는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습니다)가 우리 아이들을 괴롭게 만드는 주요 원인인가 봅니다. 그런데 공문을 읽으면서,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의 우울감의 원인에 대해 얼마나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위와 서열을 계속해서 나누면서 대다수의 아이들에게 열등감을 심어주고 있는 교육(특히 평가) 방식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음이..

교육 2024.10.08

<이반 일리치의 죽음> 2장 독서 일기 - 우아하고 평범한 끔찍함

이반 일리치가 지나온 삶의 발자취는 아주 단순하고 평범한 동시에 대단히 끔찍했다.   2장의 첫 문장입니다. 이러한 문장을 접한 우리는 다음에 어떤 끔찍한 삶의 모습이 펼쳐질지 상상하며 글을 읽게 되지요. 그런데 톨스토이의 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다음은 이반 일리치를 묘사하는데 쓰인 단어들입니다. 집안의 자랑거리, 총명함, 적극적, 유쾌한, 예의 바른, 훌륭한 성적, 재능, 온화, 사교적, 의무라고 생각한 것은 엄격하게 해내고야 마는, 높은 지위의 사람들에게 이끌림, 관능, 허영심, 고상함, 위엄, 정확, 청렴, 장난기, 재치, 선량하고 점잖은 호인, 깨끗한 손, 깨끗한 셔츠, 고위 인사들의 인정, 정중, (자기 의지에 종속된 사람들에게도) 동료처럼 곧잘 대하는, 우..

도서 2024.10.08

<이반 일리치의 죽음> 1장 독서일기 - 죽음을 둘러싼 표정들

어제는 스토리 전개에 푹 빠져들어 읽은 을, 오늘부터는 느린 속도로 2회독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각 장의 독서일기를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장은 죽음을 둘러싼 서로 다른 '표정'들을 주제로 기록을 남기려 합니다. 죽음을 둘러싼 표정들 1장에는 표정이라는 단어가 11번이나 나옵니다. 뿐만아니라 눈짓, 시선 등 얼굴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많이 등장합니다. 톨스토이는 독자로 하여금 각 등장인물의 표정과 이에 드러난 심경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떠올리며 책을 읽기를 바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1. 이반의 표정얼굴에는 해야 할 일을 완수했다는, 그것도 바르게 완수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또한 그 표정에는 살아 있는 사람들을 향한 나무람과 경고도 담겨 있었다. (13) 법학원을 나와 법원 의원까지 ..

도서 2024.10.07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탄식

도서관 문 닫을 시간이 되어 덮은 책장이 아른거려, 책방을 두 군데나 기웃거려 구입했다. 죽음에 대해 읽으며, 삶을 읽었다. 젊고 의기양양한 이반의 모습에서 나의 지난날들의 모습을, 지극히 세속적이고 의미 없는 것들에 울고 웃는 가족의 모습에서 나의 가족과, 또 오늘 유독 음식점과 도서관 등 주변에서 마주친 두 가족의 모습을 읽었다. 병들고 쇠약해진 이반을 둘러싼 주변 인물의 모습에서는 시아버님께 전화드릴 때 나의 모습을, 아주 많이 읽었다. 불화의 씨앗이었던 아들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하인만이 죽어가는 이반의 고통에 마음으로 동참하는 모습에는 나의 모습을 견줄 길이 없어 슬펐다. (명문장을 발췌하여 같이 싣고 싶었는데, 짧디 짧은 이야기에 명문장이 어쩜 이리 많은지 일단 거의 모든 페이지를 캡처 ..

도서 2024.10.05

<일류의 조건> 독서일기 #2 - 몰입을 위해 화살을 한 개만 쥐어주기

에서는 숙달의 원리를 잘 담고 있는 작품으로 라는 일본 중세에 지어진 수필집을 한 챕터에 걸쳐 소개합니다. 이 중 ‘초보자는 화살 두 개를 동시에 쥐어서는 안 된다. 두 번째 화살을 믿고 첫 번째 화살을 성의 없게 쏘기 때문이다’라는 어느 활쏘기 스승의 말을 인용합니다. ‘믿는 구석’이 생기면 집중과 몰입이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경험을 떠올리며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집중을 방해하는 ‘믿는 구석‘에 대한 경험담과 해결방안을 살펴보겠습니다. 1. 믿는 구석 관련 경험담 1.1. 연습실을 두 시간이나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 최근 슈만의 피아노 연주 녹화를 했습니다. 기록으로 남기기로 결정한 녹화본은, 연습실 사용 종료 시각을 5분 남겨 두고 마지막 한 번의 연주 기회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

교육 2024.10.04

나만의 스타일과 꿈 찾기 - 창조적 계승과 적극적 독서

스타일 창출 사이토 다카시는 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을 숙달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소개합니다. 동경하는 대상의 스타일을 면밀히 분석한 후 이를 기본으로 삼아 자신만의 색깔을 담는, 창조적 계승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수업을 할 때, 운동을 할 때, 악기 연주를 할 때, 블로그 글을 작성할 때, 저녁식사를 마련할 때, 화장을 할 때 등 생각해 보면 저의 하루를 이루고 있는 거의 모든 순간에 대해, 저는(그리고 우리 모두는) 저마다 동경하는 아주 많은 모델을 마음에 지녀왔을 것입니다. 하다 못해 웃을 때 저렇게 입을 벌리고 웃으면 참 사랑스러워 보이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점차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왔겠지요. 발레 수업 후 꾸벅꾸벅 졸면서도 글을 쓰는 것은, 무언가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도서 202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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