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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하는 인간 - 인류의 절망과 희망

인간은 자신의 가치나 기준에 반(反)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를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표현해 본다. 인공지능도 거짓말을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 초기에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들다가 맥북을 던졌다고 답하여 대대적인 밈(meme)이 된 사건이 인공지능의 환각(hallucination) 효과, 혹은 거짓말하는 능력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거짓말은 훈련 데이터의 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현상으로, 사람의 거짓말과는 의도성 측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인공지능과 달리 사람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여기에 인간의 절망과 희망이 있다. 인간의 거짓됨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1. 유익을 위한 거짓 인간은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사라가 두려워서 부인하여..

교육 2024.02.21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 #5 - 공감 능력의 부재는 곧 무능

'우리 학교 애들은 심지어 착하기까지 해요' 라는 말이 올해 모든 교사의 목표가 되면 어떨까. 로 맺었던 지난 글을 곱씹으며, 생각에 잠겼다. 교사들이여, 아이들이 착하다고 말하지 맙시다 (tistory.com) 교사들이여, 아이들이 착하다고 말하지 맙시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참 착해요 그 학교 애들 어때요? 하는 질문에 교사들이 관용어처럼 답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묻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인성은 바르나 학력은 떨어지는 hn47749.tistory.com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전인적 성장이기에 지적 능력을 습득하는 것도 (지나치게 편중되어 강조되는 것이 문제일 뿐) 엄밀한 교육의 목표이다. 그런데 위의 문구를 해석해 보면, 일정한 지적 수준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착하기만 한' ..

교육 2024.02.20

릴케의 친절에 대하여

#1. 친절에 대하여 매리언 울프는 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어린 시절 읽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 제게 아주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장 크게 감동한 것은 그의 편지글에 담긴 시적 언어가 아니라, 그가 한 인간에게 보여준 더없는 친절이었습니다. 이처럼 친절은 오랜 여운과 감동을 남긴다. 친절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한다. #2. 강요할 수 없는 친절 며칠 전 동료들과 함께 근처 커피전문점에 들렀다. 말차라떼 라지 사이즈 주세요, 하는 내 말에 저희 매장에는 라지사이즈는 없습니다. 숏, 톨, 그란데 사이즈가 있으니 다시 말씀해주세요. 하는 냉랭한 응답이 돌아왔다. 아뿔싸, 나를 뒤이어 주문한 동료도 실수로 라지 사이즈요, 해버렸다.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로 시작하는, ..

일상 2024.02.19

매리언 울프가 상기시켜 준 연극의 매력

지금의 나를 만든 여러 굵직굵직한 사건과 경험들이 있지만, 그 중 몇 가지를 손꼽아 보라고 한다면 단연 대학시절 경험한 영어연극반 활동이다. 두 시간 넘게 이어지는 연극(물론 모든 장면에 내가 등장하지는 않으나) 공연을 위해 대사를 외우면서 영어실력이 좋아졌고, 발성을 훈련했으며, 자연스러운 몸짓 기호와 다양한 상징을 체득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공감 및 이입 능력이 길러지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의 세 자매 중 맏언니인 노처녀 Ms. Susan이자 반항기 가득한 학생(아마 이름이 Sam이었을 것이다. William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이 되어야 했고, 의 다혈질의 중년 남자 변호사 Sir Wilfrid Robarts가 되어야 했다. Robarts가 내가, 내가 Robarts가 되기 위해 얼마나 고..

교육 2024.02.18

교사들이여, 아이들이 착하다고 말하지 맙시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참 착해요 그 학교 애들 어때요? 하는 질문에 교사들이 관용어처럼 답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묻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인성은 바르나 학력은 떨어지는 편이라는 의미로 학생들을 돌려 까는 말이고, 자신의 수준 높은 수업에 대한 은근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하는 말이다. 나는 교사라면 이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말을 하는 상황을 오히려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교사는 지적 성장을 하고 있는 학생에게 적절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성장하는 중이기에 미숙할 수밖에 없다. 비판적 사고력, 발표력, 토론 실력, 어휘력, 어법실력 등 학생의 부족함이 보인다면, 이것이야말로 교사가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찾을 지점이기 때문이다. 학생의 부족함을..

교육 2024.02.18

대물림 탓을 할 수 없는 나의,

자존감이 대물림 되듯, 폭력도 대물림된다고 한다. 내가 가끔, 아이들에게 괴물같은 모습으로 변하기도 하는 것이... 내가 자라온 환경 탓에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제법 부모님을 핑계 삼아온 것도 같다. 어떻게 엄마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아이에게 한바탕 난리를 치고는... 민망한 마음에 조카에게 물었다. ㅇㅇ도 아빠한테 이렇게 혼난 적 있니? ......아뇨. 나는, 깊은 충격을 받았다. 많이도 싸우고 많이도 혼내시던, 같은 부모님 아래 자란 나는 무엇이 문제일까? 남동생에 비해 다혈질인 성격맏이로서, 아들이 아닌 딸로서 알게 모르게 쌓여 온 스트레스나 피해의식호르몬의 영향고갈된 현재의 체력 이런 저런 이유를 열심히 갖다 붙여 보아도, 나의 미성숙하고 폭력적인 모습이 “봐줄(?) 만하게“ 여..

일상 2024.02.17

교만의 문제. 나의 문제.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어려운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고, 남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행(?)을 하고, 일을 착착 진행시켰다는 성취감에 젖어... 나는 그만 교만해지고 마는 것이다. 부모님이 기쁘고 대견해하시는 모습이 좋아 마치 그 모든 게 나의 공인 것처럼, 내가 잘나 그런 것처럼 떠들어대고 나니, 한없는 부끄러움이 어김없이 몰려온다. 옷깃을 여미는 밤이다.

일상 2024.02.16

성공적인 행사를 마치고 씻다가,

쓰러진 적이 두 번 있었다. 고3 졸업할 무렵 다이어트 한다고 잘 안 먹고 목욕탕 갔다가 탈수 증세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가 아주머니들 도움으로 밖으로 옮겨져 안정을 찾은 것이 첫 번째였고, 몇 해 전 너무 과로하던 시기 배탈마저 나서 새벽에 화장실에 갔다가 쓰러진 적이 두 번째였다. 샤워하는데, 그 때 경험한 것과 비슷한 증세가 나타나기에 물을 마시고 어서 누웠다. 과로는 안 되겠다. 아픈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밤이다.

일상 2024.02.15

어느 오후의 음악 치유

#1. 공명 피아노 페달은 세 개가 있다. 오른쪽 페달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페달로서, 음이 깊고 멀리 울리도록 만든다. 한편 가운데 페달은 부직포 같은 천이 올라와 현을 가리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를 때 (현을 때려 진동하며 소리가 나도록 하는) 해마가 현을 직접적으로 때리지 않게 하여 소리의 울림을 작게 만든다. 가장 왼쪽 페달은 각 음의 울림을 잡아주어(?) 각 음의 소리가 다음 음의 울림과 섞이지 않고 깔끔하게 처리되도록 하고, 악보에 una corda 표시가 있을 때 오른쪽 페달과 함께 사용하는 페달이다. 페달을 아예 안 밟으면 깔끔하고 담백하지만 다소 건조한(?) 느낌의 소리가 나고, 페달을 계속 밟고 있으면 서로 다른 화성의 소리가 한 데 뒤섞여 지저분하고 듣기 싫은 ..

문화 예술 2024.02.14

올해의 다짐과 오늘의 실천 - 도움을 요청하기, 완벽을 추구하지 않기

#1. 도움을 요청하기 나는 천성적으로 협업을 잘 못 하는 성향인 것 같다. 타인에게 도움 구하는 것을 심히 힘겨워 한다. 고민하다가, 그냥 내가 한다. 거절 당할까봐 두려운 것일 가능성, 타인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은 착한 마음을 지녔을 가능성, 칭찬을 많이 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지녔을 가능성 등이 있지만, 어쩌면 그 이면에 타인에 대한 불신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문득 생각해 본다. 도와 줄 의향은 있으나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이 함께 일을 나눌 생각은 없이 혼자 다 알아서 하는 듯 보이는 동료가 바로 나의 모습인 것이다. 병풍처럼 서 있어야 하거나, 혹은 일을 혼자 다 하느라 진이 빠져 제 풀에(?) 짜증을 부리고 있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면, 옆에서는 얼마나 불편할까. 오늘은, 개 버릇 남..

일상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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