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170

냉면의 평화와 인공지능 시대의 영어교육

에서 내면의 평화(inner peace)가 저녁 주세요(Dinner, please.)로 바뀌며 재미를 선사한 부분이, 우리말로는 ‘냉면의 평화’로 번역되었다는 사실을 출근 준비와 등교 준비로 바쁘던 가운데 알게 되었다. ‘내면의 평화’를 주문처럼 외다가 ‘저녁 주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번역을 하면, 원어에서 시도한 언어유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의역을 시도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 번역팀’의 검수 작업의 결과물일 것이다. ’내면‘과 발음이 비슷하면서도 먹을 것을 좋아하는 포의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 ’냉면‘보다 더 적절한 단어가 어디 있으랴. 물론 중화권에서는 면을 차갑게 먹지 않는다. 그러므로 ’저녁 주세요.’가 ’Cold noodle, please.(냉면 주세요.)’로..

교육 2024.04.17

협동학습 진행 수기 - 명필 선생 납시오

어떤 학생의 수업 후기입니다. 또 다른 학생의 수업 후기입니다. 활발한 상호작용 지문을 읽고 추론할 수 있는 내용을 모둠원과 함께 써보도록 하고(이때 모둠원과 똑같은 문장을 쓰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 간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그러면서 학생들 스스로 더 나은 답안을 찾아가게 되니까요!), 다른 모둠과도 자신 모둠의 추론 내용을 공유하도록 했거든요. 칭찬과 재미 서로 보고 베껴 써야 하니까, 잘 알아볼 수 있는 글씨를 쓴 학생이 다른 모둠을 순회하도록 했고, 그냥 '글씨 제일 잘 쓴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재미가 없어서 '각 모둠의 명필 선생님 한 명씩 뽑아 주세요.' 했지요. 뽑힌 학생도, 맞이한 학생도 기분이 좋았던가 봅니다. 고차원적 사고 명필 선생님이 활약한 학습지의 발문입니다. 다음은 학습지에..

교육 2024.04.13

전문가 집단 활동에 대한 소고, 그리고 배려없었음에 대한 반성

1. 전문가 집단 활동이란 각자 맡은 부분의 전문가가 되어 과제를 수행하고, 원모둠으로 돌아와 친구들에게 설명을 해주는 활동입니다. 저는 지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해당 활동을 운영하였습니다. 어휘 및 구문을 분석하고, 시험 예상문제를 출제해 보는 것이 제가 부여한 과제이죠. 이렇게 개념이나 학습내용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전문가 집단 활동을 운영할 수도 있고, 의견 공유를 통한 토의토론 등 다른 목적을 위해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2. 전문가 집단 활동의 장점2.1. 진도를 빨리 나갈 수 있다진도 운영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다소 빠듯하거나, 비교적 단순한 일련의 활동이 학습자의 피로감을 불러올까봐 우려되는 경우 활용하기 좋은 학습자 중심 학습 활동입니다. 예를 들어 한 시간에 1~1.5페이지 분..

교육 2024.04.07

효과적 협동 학습을 위한 네 가지 꿀팁

1. 루틴을 정하라제 수업의 루틴은, 학습할 본문을 한 문장씩 소리내어 읽고 해석하도록 하는 활동입니다. 매번 뭔가 새롭고 뭔가 신박한 활동을 고안하는 것도 좋지만, 일정한 루틴을 통하여 안정감을 주는 것도 협동 학습의 효과적 운영에 무척 중요합니다. 2. 변화를 추구하라안정감은 자칫 지루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때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제공함으로써 수업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학급의 분위기가 다소 정체된 것처럼 느껴질 때 새로운 모둠을 편성하거나, 모둠 활동 운영 방식에 약간의 변화를 줌으로써 수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2.1. 모둠을 정할 때모둠을 편성한다면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숫자 혹은 글자를 부여하여 새로운 친구들과 모둠을 이루어 과제를 수행하도..

교육 2024.04.02

수업 준비도 시험 출제도 도통 못 하고 있는 교사의 뇌피셜과 정신 승리

1.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지문이다. - 잘 모르기에 학생들의 입장에서 지문의 내용을 탐색해 가면서 오히려 적절한 학습경험을 디자인할 수도 있다. 2. 학생들이 이 지문을 어떤 방식으로 탐험하도록 안내해야 할지 아직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준 후 학생들 나름의 방식으로 지문의 내용을 탐색하도록 하고, 이 과정을 함께 하면서 시험문제에 대한 구상을 좀 더 할 수도 있다. 3. 올해 가르치는 아이들 중 영어 실력이 제법 높은 아이들이 많다. - 서논술형 문항이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변별은 자연히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첫 시험을 통한 튜닝의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의 수준과 학습 정도에 대한 이해가 점차 높아져,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더 적합한..

교육 2024.03.31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 #7 - 학습력 제고

미국에서 운전 중 라디오에서 들은 내용이다. 벌써 십 년 가까이 흘렀다. 크리스천이 굳이 학교에 다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묻는 이에게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이었던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다)이 답했다고 한다.하나님과,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도록 학교에 다니는 것입니다. 깊이 동의가 되었다. 그리고 학생들의 학습력을 높이는 것이, 교사로 부름 받은 나의 사명이 더욱 되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학교 선생님들과 책을 읽으며 공부하기로 했다. 짝꿍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도서 중 김선희 교수의 를 골라 읽기 시작했는데, 상당히 흥미롭다. 인공지능은 우리를 속일 수 있는가? 우리는 인공지능을 속일 수 있는가? 하는, 속이고 또 속임을 당할 수 있는 존재의 능력..

교육 2024.03.30

학습이 잘 일어나는 교실 - 이름을 붙여주기

이름에는 대상에 대한 타자의 인식, 염원과 기대가 담겨 있다. 이름은 대상에 정체성을 부여한다. 이름은 중요하다. 교사가 학생을 불러주는 방식, 다시 말해 학생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방식이, 교사와 학생의 관계의 질을 결정한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수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다음은 내가 학생들에게 이름을 붙여준 몇 가지 방식이다. #1. 창의적인 아이 상자 안에 그림으로 자신의 강점을 나타낸 후 글로 표현하는 활동에서 상자 전체를 축구장으로 삼아 선과 원을 그려 넣다가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멈칫하던, 소리 내어 읽기나 작문하기 활동에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곤 하던 학생에게, "(칸 자체를 그림의 일부로 활용하다니) 창의적이구나." 학생은 휴대폰을 꺼내들더니 열심히 영어사전을 검색해 가며 평소보다 좀 더 ..

교육 2024.03.21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 #6 - 엄밀함의 추구

교육은 무너진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다. 거의 독파를 앞두고, 읽을수록 '인쇄본'으로 재독 해야겠다 다짐하게 되는 매리언 울프의 에서는 디지털 위주의 빠르게 내용을 파악하는 읽기 방식과, 종이책으로 의미를 신중히 새기며 읽는 방식 모두에 능한 독자, 즉 '양손잡이 읽기 뇌'를 균형있게 보유한 독자를 길러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종전의 어법과 구문분석 중심의 교육을 벗어나 의사소통에 중심을 둔다고 어법 설명을 죄악시하던 6차 교육과정에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의사소통 기능뿐만 아니라 정확성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7차 교육과정이, 그리고 2022 개정교육과정이 발표되고 꾸려지는 모든 과정 또한, 균형을 잡아가려는 노력의 산물이 아니던가! 인공지능 시대, 주의집중력을 아주 효과..

교육 2024.03.19

인공지능 기반 글쓰기 도구 '자작자작' 사용 후기

글쓰기 지도를 할 때 교사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자, 학생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점은 개별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는[받는] 일이다. 교육청 예산으로 글쓰기 지도용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구매하여 사용 가능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아주 반가웠다. 미루다가, 오늘에야 실제로 시도를 해보았다. 그리고 나는, 결국은[혹은 아직까지는] 기기보다 사람이 낫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자작자작 프로그램을 활용하기 위해서 나는 1)인증 절차를 거쳐 회원가입을 해야 했고, 2)페이지를 구축해야 했고,(여기에는 구축한 페이지 복제를 통해 반별 별도 생성된 페이지를 구축하거나, 혹은 구축한 페이지 내에서 학생을 학반별로 묶어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지, 혹은 사용 관련 문의를 마친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문의 창을 없앨..

교육 2024.03.14

어그러진 보도블럭 문양을 통해 고찰해본, 책임감의 중요성

출근길에, 지난 겨울 작은 공사를 마친 보도블럭에서 이상한 무늬를 발견했다. 흰 페인트가 원래 무슨 무늬를 구성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공사를 마친 후 보도블럭을 재배열하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20미터쯤 더 거슬러 올라가자, 예상했던 정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전거길임을 나타내는 표식이었고, 손잡이와 안장에 해당하는 부분까지는 모양을 애써 맞추다가, 작업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했거나, 모양대로 배열해보려고 노력하다가 도저히 모양을 맞추기가 어려워 포기했거나, 아니면, 끝까지 해보려고 했는데 동료들이 뭘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식사하러 가자고 팔을 잡아 끌었을 수도 있다. 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 일에 대해 작업한 분을 비난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런데, 이로 인..

교육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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